벽창호

by 김영중

'그냥'이라는 건 없었다.

모든 의견에 나름의 논리와 근거가 있었다. 근거 없는 의견은 표명하지 않거나, 일부러 상대방이 반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래서 근거가 갖춰진 의견은 쉽게 꺾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때로 나를 '벽창호'라고 불렀다.

사실 '벽창호'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나는 누구보다 의견을 잘 수용했다. 단, 나의 논리를 무너뜨려야 하는데 굳이 사람들이 내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 구구절절 설명하려고 하지 않다 보니 기존의 생각과 의견이 계속 관철되었다. 그래서 내가 가진 생각과 의견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라기보다, 독서를 통해 스스로 무너지고 강화되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 의견은 더 튼튼한 근거들이 떠받친다. 더욱 고집불통이 된다. 이렇게 다들 꼰대가 되는 거 가도 이따금 생각한다.

스스로 확신이 강한 고집불통이지만, 주변인이든 책의 저자든 강연자든 내가 가진 생각을 무너뜨려 줄 때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기존의 생각이 부서지며, 앞으로 나아가는 희열을 느낀다. 상대방의 반박과 토론을 좋아하고, 의견이 부서져도 오히려 희열을 느끼다 보니 스스로 꼰대는 아닐 거라 위안한다.

방송인 이경규는 말했다.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
자기 확신이 강한 만큼 언제나 이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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