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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감 Apr 26. 2020

[TV리뷰] 그들이 우는 이유를 우리는 모두 안다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 시즌3 13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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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완전히 콘텐츠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jtbc 예능에서 영화 <슈가맨을 찾아서>의 이름과 컨셉을 따온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하 <슈가맨>)을 빼놓고 이야기하긴 힘들 것이다. 과거 화려하게 활동했지만 사라진 가수(슈가맨) +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핫한 가수(쇼맨) + 세련된 편곡과 세대별 공감 체제를 더한 <슈가맨>은 명실상부 jtbc의 대표 예능으로 자리했다. 한창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은 상태에서도 과감하게 시즌제를 도입해 한국 예능에서 보기 힘든 시즌제를 완성하고 이끌고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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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일에 방송한 시즌 3의 13회가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작게나마 화제가 되었었는데, 개인적으론 지난 시즌들 <슈가맨>에서 제일 눈여겨보는 관전 포인트가 과거의 노래를 어떻게 어떤 작곡가가 편곡하고 누가 불렀는지였다. 거기다 윤하라니. 과거 보보의 <늦은 후회> 때 아쉬운 컨디션으로 온갖 악플을 받았던 그가 <슈가맨>에 다시 나온다니. tv를 쓰고 있지 않기에 본방은 못봤지만 서둘러 vod를 구입했다, 구입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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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날 <슈가맨>의 주인공은 최근 기타리스트에서 가수로써 자리매김에 성공한 적재도 아니고, 필자의 원픽 최애 마음의 고향(?) 윤하도 아니고... 슈가맨으로 출연한 '씨야'였다. sg워너비가 키운, 여자 sg워너비로 유명했던, 다른 의미로 더 유명한 김광수 대표의 mbk엔터의 대표 히트 그룹이자, 2000년대를 대표하는 미디엄템포 그룹이었던 씨야는 사실 슈가맨의 방청객에서 꾸준히 이야기가 나오던 가수였고, 워낙 마지막이 시끄러웠던 그룹이라 <슈가맨>에 완전체 출연이 가능할까 싶은 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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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감동이란 건 바닥에서 올라와야 더 격한 법. 예상치 못한 씨야의 출연에 모두들 반가워하는 가운데 윤하가 눈시울을 붉히는 것이 아닌가.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지도 잘 모르겠고, 뭐 개인적으로 엄청 친한가 싶기도 한, 언뜻 보면 그냥 단순한 가수 동료로 보이는 씨야의 모습에 왜 그리도 마음을 쏟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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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다른 이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정산도 제대로 못 받고 하루에 행사 10개씩 뛰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다가 몸이고 목이고 다상했어요'라는 90년대 한국 가수들의 과거 스토리는 2000년대까지 지속되었고, 윤하도 적지 않은 피해자 중 하나였다. 한창 활동이 절정이던 시절, 당시 소속사는 병명도 화려한 후두염, 폐렴, 대상포진... 사실 상 실신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의 윤하에게 행사노동을 강요했다. 결국 발라드를 립싱크까지 하게 되었고, 한 무대에선 끝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죄송하다'며 무대를 황급히 내려오는 영상은 윤하의 소송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당연히 윤하 팬들 사이에선 눈물버튼으로 유명한 일화이기도 하고. 여기서 진정한 코메디는 과연 윤하가 '2000년대 가수들 중 가장 큰 피해자였느냐?' 하면 윤하 팬들로써도 좀 애매하다는 것이다. 과한 비아냥일지 모르지만 지금 활동을 하는 것이, 단어 그대로 살아있다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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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악착같이 연기자로 자리를 잡고(남규리), 특유의 성량으로 뮤지컬에 작사 작곡까지 솔로로 끝끝내 살아남고(김연지), 뽐내지 못했던 가창력을 유튜브와 다른 활동으로 드러내며 묵묵히 자기 길을 걷는(이보람)... 그 세 사람을 보며 윤하는 무슨 마음에 닿았을까. 어쩌면 당장 지금은 같이 활동하지 못하고, 가장 빛나는 순간에 온전한 보살핌과 보상을 받지 못했던 세 사람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은 아닐까. 자신은 그래도 다행히, 활동을 재개하고 팬들을 만나지만 그러지 못하는 동료를 보며 묘한 죄책감을 느꼈던 건 아닐까. 자신이 만났던 벽에, 알 수 없는 돈과 권력의 논리로 상처받고 눈물흘린 그들의 마음에 잠시 자신의 마음을 가져다 대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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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다들 자신의 마음을 꽤나 추스를 줄 아는, 동료의 마음을 더 살필만큼 성숙해진 그들을 뒤로하고 2020년을 바로 보자. 지금의 상황이 그때의 상황과 얼마나 다른가. 이제는 나라를 이끄는 산업군으로 완벽하게 포장되어진 K-아이돌은 과연 저 문제에서 자유로울까. 성공하려면 어쩔 수 없다는 무적의 논리 앞에 그들의 온전한 삶은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가.

 논란이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갔지만 18년 엠넷닷컴 스타 라이브에서의 워너원 논란을 생각해보자. 평균나이가 22밖에 안되는 흔히들 '돌도 씹어먹는다'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남성들의 입에서 정산과 잠, 스케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그들이 못자는 것, 그들이 아무 미래도 없이 5년 이상의 연습생 신분을 유지하는 것, 그들이 밥을 먹지 못하는 것, 그들이 정산 받지 못하는 것 모두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서세원의 토크박스>와 <유재석 김원희에 놀러와>에서도 들은 듯한 이 익숙함에, 우리는 왜 익숙한지 질문해야 하지 않을까. 그 빌어먹을 업계 관행으로 모든 걸 퉁치면 그걸로 괜찮은 걸까. 주목받고 노출되는 만큼 생채기가 나고,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이 되어버린 만큼 휘둘리는 그들에게 한국 사회는 그 스스로가 제일 잘던지는 솔루션을 어김없이 던져줬다. '너 성공했잖아,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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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사회에서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는 직업이 어디 한두개냐 싶지만 오늘은, 오늘만큼은 가수를 살펴보자. 위에 언급한 '정산도 제대로 못 받고 하루에 행사 10개씩 뛰고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다가 몸이고 목이고 다 상했어요'는 사실 그래도 꽤나 순한 결말이다. 이 이후에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아니, 사람들에게서 갖은 비난을 받고, 그를 견디지 못했던...  한국 사회가 품기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몇몇 아픈 이들을 우린 안다. 나아가 필자의 원픽 윤하와 누군가의 오랜 원픽이었을 씨야를 포함한 그들이 우는 이유 또한, 우리 모두 안다. 뻔해서 쓰기도 싫지만 알면 살펴야 하고 살피면 고쳐야 한다. 봉준호와 방탄소년단 뽕에 차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사회와 공동체가 반드시 하나를 살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난 그것이 빛이 아니라 그림자였으면 한다.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살피는 것이 우리에겐 끔찍이도 더 필요하다. 우리가 우는 이유를 안다면 우린 그 눈물을 살필 방법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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