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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간감 Jun 17. 2024

보통의 사람다움에 대하여 <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뷰

[어땠어요?] 보통의 사람다움에 대하여 <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뷰

올해 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며 주목받은 감독이 있었습니다. 과거 파격적인 연출로 주목받았던 <언더 더 스킨>의 감독 조나단 글레이저입니다. 아카데미 국제 영화상을 받은 수상 소감에서 던진 이 메시지는 본인이 유대계 영국인이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고, 상을 받은 이 영화 자체가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더 울림을 주지 않았나 싶네요. 칸 심사위원 대상,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음향상 수상작인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보고 왔습니다.


아름다운 정원이 딸린 저택에 사는 회스 부부(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분)는 전쟁 중에도 아이들을 기르며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남편 루돌프 회스의 직책이 아우슈비츠의 책임자이고 그들의 집은 담장 하나를 두고 수용소 옆에 있다는 것이죠. 루돌프는 순환식 가스실을 개선하는 자신의 업무에 충실하고 아이들과 부인 헤트비히도 일상에 충실하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공포감과 불안함이 그들 주변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객을 자극하는 것은 다름 아닌 소리입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조나단 글레이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방식을 관객의 눈앞, 귀앞에 꺼내 놓는 대담한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는 일종의 통과의례이자 영화의 입구 같은 인상을 줍니다. 지금부터 이런 불편함을 전달할 것이고, 나는 타협하거나 중화시킬 생각이 없다는 영화의 태도는 분명 가지고 있는 가치가 존재합니다.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미안해요, 리키>와 같은 영화에서 쓰인 연출이지만 켄 로치의 두 작품에서는 대사로 상황을 전달하는 방법을 택한 것과 달리,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그런 새카만 블랙에서 불편함과 끔찍함을 전달하는 소리를 선택했습니다.


 너무 전위적이라거나 영화 자체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런 평가에 동의하기는 힘듭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방향과 관객의 당혹스러움을 모두 알고 '불편한 사운드'라는 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영화의 변곡점마다 파격적인 단색의 이미지를 던지고, 소리와 함께 참상의 일상성이란 낯선 개념을 체험하도록 하는데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봅니다. 이런 단조로운 일상과 이미지, 그 뒤에 무식하게 짝이 없는 대사들, 또 그 너머에 끔찍한 수용소의 소리라는 3가지 층을 만들어 영화 앞에 관객의 선택을 열어 놓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태도가 가장 좋았던 부분은 영화의 마무리에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컷도 인물과 감정에 다가서지 않는 영화가 단 두 번, 존중을 담은 씬이 존재합니다. 중반의 피아노 씬과 이 영화의 문을 닫는 마지막 씬은 감독이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한 연출이자 예의인지가 여실히 느껴집니다. 이렇듯 영화가 가진 표현과 존엄이 일정한 궤도를 넘어섰고 이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라는 영화에 보편성을 가지게 했습니다. 역사의 어느 순간에든 존재했던 그 잔인함이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매력이 아니라 그저 생각 없음에서 오는 비루함과 저열함이라는 것, 그 단순한 명제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담아냈습니다.


 뚜렷한 악을 선택한 보통 인간의 그 비루함. 영화는 이 단순한 상식을 가장 영화적이면서 가장 영화적이지 않은 표현으로, 영화예술의 재미를 붙잡고서 무언가를 크게 성취했습니다. 동시에 그런 끔찍함의 반대편에 대한 존중을 잊지 않았습니다. 정확히 같은 방식의 표현으로, 보통의 정의에 대한 존중 담아 스크린을 가득히 채워 마무리합니다. 전혀 감정을 건드리는 영화가 아님에도 아주 깊숙이 슬픈 영화였습니다. 감히 취향의 문제 이야기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별로고 불호인 경험도 극장에서 하시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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