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간감 Oct 08. 2024

눈부시지 않되 반짝이는 관심에 대하여 <새벽의 모든>

[어땠어요] 눈부시지 않되 반짝이는 관심에 대하여 <새벽의 모든> 리뷰

눈부시지 않되 반짝이는 관심에 대하 <새벽의 모든> 리뷰

국내에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으로 조용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미야케 쇼 감독의 신작이 상영 중입니다. 작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새벽의 모든>입니다. <너의 이름은.>의 미츠하의 성우로 유명한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아이돌 출신의 패셔니스타 배우인 마츠무라 호쿠토가 두 명의 주인공을 맡았습니다. 사전의 공개된 영화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예상 가능한 무언가였는데요. 영화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좋았습니다.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 분)는 PMS를 앓고 있는 환자입니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친절한 성격이지만 생리기간만 되면 주체할 수 없이 분노를 표출하고 가까스로 그런 증상을 막으려 먹은 약은 부작용때문에 후지사와를 더 괴롭힙니다. 그런 후지사와가 자리를 잡은 회사는 근교의 작은 과학 키트 회사 후리타 과학이었습니다. 후지사와와 마찬가지로 공황장애 때문에 후리타 과학으로 이직한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 분)는 특유의 가족 같은 회사 분위기가 불편합니다. 원래 일하던 회사로 복직하려 하지만 쉽지 않고, 후지사와가 PMS 증상으로 야마조에에게 성질을 내며 둘의 관계는 둘이 예상하지 못한 길로 들어섭니다. 


<새벽의 모든>은 주인공 후지사와의 평소 성격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6mm 필름으로 찍어낸 후리타 과학 주변 동네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상적 만족감을 줍니다. 사장님이 하나하나 잘 꾸며놓은 동네카페를 늦은 주말 오후에 찾아갔을 때의 그 감정과 비슷합니다. 마찬가지로 카메라의 움직임과 조명, 음악 모두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되 편안함이라는 중심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잘못한 것 없이 찾아온 PMS와 공황장애라는 삶의 턱에 부딪혀 지쳐버린 두 주인공이 숨 쉬는 공간. 또 그 둘이 회복하는 공간으로써의 영화. <새벽의 모든>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 방식에서도 끝내 지켜낸, 아주 전형적인 잘 만든 영화입니다. 


아주 차분한 표현 방식과 더불어 영화가 이야기와 캐릭터를 구성하는 방식 또한 사려 깊고 효과적입니다. 언뜻 아무런 화려함과 스펙터클이 없어 보이는 후리타 과학의 두 직원의 이야기는 생각외로 촘촘히 짜여져 있습니다. 관객 대부분이 느꼈을 직업적 동료관계에서의 어색함이나 불편함으로 시작해 차차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 충분해지는 경험은 판타지로 치부하기엔 분명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있고, 또 아주 어여쁩니다. 차분히 둘의 관계를 손톱만큼씩 진전시키는 영화는 플레네타리움(밤하늘의 별들을 조명을 통해 구현하는 교육 장치) 행사와 그 행사의 해설을 맡는다는 마무리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데 모읍니다. 둘은 사람들에게 별을 보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저 그 자리에 있던 별과 공전, 자전과 같은 그 고리타분한 과학과 사실에 삶이란 숨을 불어넣습니다. 


연인도 친구도 아닌 그저 별처럼 존재하는 것으로서의 연대. 언뜻 익숙하고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주제를 <새벽의 모든>은 아주 잘 비춰낸 영화입니다. 삶의 이런저런 고단함을 무찌르는 방법이 꼭 대단한 성공과 일탈이 아니라는 것, 그저 떠나간 사람에게 술을 처음 따라보고 우연치 않게 발견한 누군가의 메모를 읽어내는 그 자체라는 걸 영화는 잘 알고 또 잘 건넸습니다. 별처럼 눈부시지 않되 반짝이는 영화입니다. 공기도 날씨도 맑은 날에만 별을 확인하실 수 있듯이 쉽지 않으시겠지만 극장서 목격하시길.


작가의 이전글 [어땠어요?] <딸에 대하여>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