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촌 Jun 20. 2022

알버타 레인저의 WCT원정대

2021년 캐나다 로드트립 여행기(4) WCT 1일차 

베어 스프레이(곰의 습격을 대비해서 발사되는 고농축 후추 스프레이)가 발사 된건 순간이었다.


오로지 내 엉덩이와 허벅지로만 발사가 되었다고 생각 했기에 나홀로 황급히 차로 뛰어가 바지를 내렸다.

엉덩이는 멀쩡했다.

느껴지는 큰 통증도 없었다.

부끄러움 정도의 감정으로도 참을 수 있으니 당장 출발에는 지장이 없을거 같다.


대충 스프레이가 닿은 부위를 닦아낸 후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가 사람들과 스프레이의 안전핀을 수색했다.

10분 정도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같이 찾아준 한국 분들과 또 다시 인사를 한 후 떠나려는 차


"으악"


멀리 화장실에서 스프레이가루가 묻은 손으로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한국 가족중에 한 남자동생의 비명를 뒤로 한채 나는 머쓱한 마음을 안고 출발을 했다.


미지의 세계로 입장


바닷길은 곧 산길로 접어 들었다.

그간의 산행길에선 볼수 없던 열대우림의 숲속은 거대한 나무와 풀들의 향연으로 여기가 같은 캐나다가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


"으악"


순간 들린 비명은 나의 것이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시작된것이다.


부끄러운 마음이 혼자가 되니까 없어진 것인지

산행길의 움직임 속에 묻어 있던 스프레이가 점점 타고 내려왔던 것인지

아무튼 고통은 순식간에 찾아 왔다.


아무도 없었기에 망정이지 중간 중간 바지를 훌렁 내리고, 닦고, 자연 바람에 말리기를 반복하며 고통스런 산행길을 맛보며 걸었다.



겨우 겨우 첫번째 뷰 포인트인 바다표범들의 서식지에 도착하였다.

스프레이의 고통을 잠시 잊을수 있을 만큼 많은 수의 신비로운 바다표범들을 구경하며 쉬었다.


그리곤 잠시 볼일을 보고 출발을 하려는 순간


"으악"


어떻게 됬는지 팬티 앞부분까지 가루가 들어갔다.

중요부위를 터치한 그 매운 맛은 나에게 30분간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의 고통을 주었다.

그나마 바다표범들 덕분에 외롭진 않았다.


온사방에 뿌려져 있는 스프레이의 흔적
바다표범들을 바라보며 꼬박 30분을 쪼그려 앉아 있었다


역경을 딛고 첫날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살짝 늦었기에 이미 많은 모험가들이 텐트를 치고 오손도손 저녁을 먹고 있었다.



텐트 들이 설치 되어있는 외곽 쪽에 나도 얼른 쉼터를 마련했다.

텐트 속에서 온몸을 다시 한번 닦아내고 저녁을 먹었다.


이미 일찍온 사람들은 많이 친해져 있었다.

해가 지고 혼자인 나도 용기를 내어 한 그룹에 대화를 걸었지만 내가 중간에 끼기엔 그들끼리 이미 급속도로 친해진 느낌이었다.


그때 마침 어둠속을 헤치고 많이 늦은 그룹이 도착했다.

그들은 자리가 없었기에 내 텐트 바로 옆에 자리를 마련했고 나는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 받았다.


처음부터 친해질 기회가 되어서인지 우리는 모여서 곧 재잘재잘 떠들며 놀기 시작했는데

대박 태헌이론!! 

그들도 나와 같은 도시, 캘거리에서 왔다는 것이였다!

나처럼 국경이 딱열리자마자 예약을 한게 아니라 출발 이틀전에 예약을 성공해서 갑자기 온거라고 했다.

반가움에 우리는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먼 벤쿠버 아일랜드에서 WCT알버타 레인져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이 우연은 인연이 되어 WCT마지막 날까지 우리는 함께 한다

 




Tip


+ 많은 볼거리와 험난한 코스

- 첫날은 베어스프레이의 매운맛에 정신이 팔렸지만 첫날부터(앞으로도 더) 많은 구경거리에 너무나 재미있는 모험을 할 수 있었다. 

산길에서 만난 오토바이와 사슴과 일본

-


+ 자연의 보고 열대우림

- 식물들의 크기와 모양 또한 캐나다에서는 흔하지 않은 형태, 즉 우림에 서식하는 종들이다.

특히 WCT에서만 볼수 있는 노려보는 나무와 스마일 나무


작가의 이전글 천국과 지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