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하나만으로 떠난 2박 9일 60만원 1만km 북동부 로드트립(6)
생각보다 퀘벡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고 우리는 밤이 돼서야 몬트리올로 출발하기 시작하였다.
날은 어두웠지만 눈도 그치고 도로에 눈도 많이 치워져 있어 가는 길이 괜찮았다.
그렇게 250km 정도를 달리면서(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편) 쌓인 피로와 졸음을 이기기 위해 중간에 잠시 팀 홀튼을 들리기도 했다.
tip
+ 팀 홀튼
- 미국에 스타벅스가 있다면 캐나다에는 팀 홀튼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스타벅스보다 팀 홀튼이 캐나다에 더 많다고 느낀다. 여하튼 팀 홀튼은 캐나다를 대표하는 커피전문점이고 나에게 캐나다를 추천한 친구의 이유 중에는 아이스캡이 포함돼 있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
"... 일어나 봐, 너무 이쁘?!#?%&... ... ..."
운전을 하고 있는 재민이의 흥분한 소리가 잠결에 흘러 들어오지만 역시나 잠을 이기긴 힘들다.
몬트리올에 도착한 뒤 얼마 뒤 차가 멈추고 재민이가 나와 건우를 깨웠다.
구시가지의 번화가 거리쯤 되는 곳이었는데 아직 잠이 반 덜 깬 상황인지 주변의 경치가 조금은 으스스했다.
우리는 마침 옆에 있는 스타벅스 옆에 차를 대고 잠시 와이파이를 사용해 몬트리올의 정보들을 알아보기로 했다.
"오늘 시간도 늦었고 몬트리올 구경도 힘든데 숙소를 잡을까?"
"그래 오늘 진짜 굉장 했어. 푹 쉬고 내일 아침 일찍부터 구경하자"
"네 형, 지금 너무 피곤해요"
퀘벡의 여파로 오늘은 늦었으니 푹 쉬 기로하고 숙소를 알아보고 있던 중 핸드폰에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정보들이 눈에 들어온다.
"야.. 여기..뭐지... 세계 10대... 미녀 도시...북미 최대의... 환락가...?!!
캐나다... 밤의... 도시래....밤에 할게... 엄청 많다는데?.. 지금 밤에다가... 마침 난 잠도 깬거 같고...."
"진짜?.. 아.. 맞아!! 아까 여기 도시 진입할 때 내가 소리 지른 이유가 그거야!! 여기 도시 진입하는데 야경이 너무 이뻐서 깜짝 놀랐다니까? 갑자기 나는 너희들에게 그 광경을 보여주지 못하면 안 될 거 같아... 구경하러 갈 거지?"
"형 지금 잠이 중요한가요"
그렇게 우리 셋은 스타벅스에서 5분 거리에 숙소를 단숨에 잡고 왠지 모르지만 목욕재계? 까지 한 후 긴장된 마음으로 한 밤에 몬트리올 구경을 나섰다.
"도시가 진짜 느낌 있다 으스스하고 뭔가.... 음.... 환락의 느낌이랄까? 헤헤"
"숙소 괜히 잡았나.. 아까 검색 한 핫(?)한 곳에서 10대 미녀들이 안 놓아주면 어떡하지? 헤헤"
"우린 그냥 야경 구경만 하는 거야.. 구경만.. 헤헤"
두근대는 마음으로 네이버 지식인이 알려준 '구경할 만한 곳'의 주소를 따라가면서 더더욱 여기가 범상치 않는 도시라는 게 느껴졌다. 아마 낮에 구경한 퀘벡의 크기를 왕창 늘려놓고 으스스함을 2배로 더하면 몬트리올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 이날에 우리는 다시는 지식인을 믿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랬다. 낚인 걸까. 가장 핫한 곳이란 곳은 사람 한 명 없고 문 닫힌 five guys만이 있었다.
여차여차 정말로 도시만 구경한 우리는 허탈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셋다 오랜만에 침대 위에서의 꿀잠에 빠졌다.
tip
+ 밤의 도시 몬트리올
- 위에서 검색한 그대로 몬트리올은 캐나다의 문화의 도시, 축제의 도시라고 불리며 다양한 인종, 문화가 어울려 있으며 밤문화에서는 라스베이거스, 뉴욕 다음으로 3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내가 갔을 때는 너무 늦은 새벽이었고 거기다 월요일이었다. 그래도 그만큼의 으스스하고 오싹한 분위기를 충분히 느꼈으니 혹 누군가 몬트리올 갈 때 충분히 알아보고 간다면 잊을 수 없는 밤을 즐길지도.
+ 숙소 잡기
- 숙소를 찾기 위해 '부킹닷컴'을 이용해서 숙소를 구했다. 당일 새벽에다가 주중이라 그런지 지리적으로 아주 적당한 곳으로 숙소를 5분 만에 잡을 수 있었다. 가격은 무려 6만 원선. 참고로 '부킹닷컴'은 해외사이트이며(booking.com) 캐나다 사는 분에게 강력 추천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숙소를 잡을 때 차가 있을 경우 항상 주차가 되는지 확인해야 하며 주차편의가 마땅치 않은 우리는 운이 좋게도 다음날 저녁까지 파킹을 해도 된다는 허락까지 얻었다.
그리고 혹시나 우리 정보를 보고 숙소를 검색할 때 몬트리올 구시가지 거리의 스타벅스 갓길을 이용할 사람들은 그곳은 일방통행구간이며 갓길 주차에 꼭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을 염두하길 바란다. 우린 경찰에 바로 걸렸다.
+ Five guys
- '오바마' 햄버거라고도 불리며 미국 3대 햄버거 중에 하나로 꼽힌다. 사실 그날 갔던 곳 근처에 Fiveguys 간판이 있었던 것이고 우리가 실망한 이유는 이미 캘거리에서 3대 버거라는 명성을 확인하기 위해 Fiveguts를 찾아갔었고 재민이와 건우가 약간의 실망?을 했기 때문이다. 그때 둘 중 누군가 "다시는 여기 안올래" 라고 했었는데 이 날 다시 fiveguys를 마주해서 셋다 뭐지 이러면서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난다.
+ 착각의 밤
- 약간 으스스한 느낌을 받은 첫인상의 영향 일까. 더욱이 몬트리올에서의 관련 정보에서 북미 최대의 환락가라느니 밤의 도시라는니 하는 정보를 접한 것과 급작스레 잡은 숙소가 가격까지 너무 저렴한 것이 더욱 나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정점은 숙소를 마주 했을 때이다. 숙소를 맞닥 뜨리자마자 영화 '호스텔'이 자동으로 머리 속으로 재생되며 기분 나쁜 칙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방은 3층 복도 맨 끝에 있었는데 3층까지 계단을 이용해야 했으며 그 좁고 긴 복도를 지나갈 때마다 들리는 옆방에서의 어떤 분의 고함소리가 우릴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재민이와 나는 기분전환을 위해 괜히 건우를 겁주며 놀래키기도 하고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하자 곧 긴장이 풀리고 오싹한 기분은 이내 사라졌다.
그때였다. 쿵쿵쿵쿵.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흠... 올 것이 온 것인가... 침착하자... 이 새벽에 문을 두드릴 이유가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까 우릴 안내한 아랍 형아는 정말 직원일까... 얼마 전까지 이 방을 찾아온 사람들은 어디로 끌려갔을까... 이 숙소는 부킹닷컴과 한 패거리인 것인가... 혹시나 하고 탈출로를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을 때 벽돌로 막혀 있다면... 그들은 복면을 쓰고 한 손에는 몽둥이를 든 장정들일까 아니면 호스텔처럼 서비스?를 가장한 미녀 들일 것일까... 웬만하면 후자면 좋겠다..
여하튼 순간 혼자 별 생각을 다한 후 긴장을 바짝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몇 분뒤, 다행히도 우리는 의외의 주의를 듣는 것으로 목숨을 연명? 했다.
그랬다. 올라온 사람은 아랍계 호텔 직원 아저씨였고 이유인즉 우리가 샤워를 할 때 샤워 커튼을 욕조 안이 아닌 밖으로 걸쳐 놓고 샤워를 해서 물이 화장실 바닥의 카펫으로 다 튀었고 그 물이 우리 바로 밑 2층 방으로 새어 들어가 항의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새벽에 황당하게 겁먹기 싫다면 샤워 할때 항상 욕조 커튼을 주의하자.
아침이 되었다.
간밤에 쏘다니고 늦은 잠을 청한 우리는 아침에 너무 개운하게 눈을 떴고
나는 크게 기지개를 켠 후 기분 좋게 시간을 확인했다.
"...망햇다...일어나!!!!!"
아무도 알람을 듣지 못한 덕분에 허둥지둥 checkout을 하고 간단히 전자레인지 팝콘으로 식사를 해결한 뒤 본격적인 몬트리올 구경에 나선다.
우리의 숙소는 고맙게도 구시가지 몬트리올대학 바로 뒤쪽에 있었고 우리는 자연스레 구시가지에서 신시가지로 구경을 하기로 하고 바로 대학가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핸드폰을 잊어 먹고는 한국으로 돌아갈 때 그 긴 비행시간을 견딜 수 없을 거라던 건우는 한 상점에 들어가 시간 때우기용 물품을 찾기도 했다.
그리고 구시가지 진입을 알리는 광장에 들어서자 어제의 퀘벡의 확장판이 있다면 이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만큼 이 동화 같은 거리로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또 골목골목 정신이 팔려 구경하던 중 갑자기 눈앞에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노트르담 성당?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거기다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되나 본데요?"
"뭔데, 얼마나 대단하길래 성당에 입장료가 있나"
카드 결제도 안되고 오직 현금만 받는다는 매표소 직원의 칼 같은 대답에 겨우겨우 있는 동전들을 털어서 입장료를 샀다.
그렇게 투덜거리며 얼마나 대단한지 두고 보자는 생각으로 본격적 탐방을 위해 거대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로 숨이 멎는다.
이 성스러운 곳에 들어오는 순간 속세의 시간 개념 따위는 바로 사라진다.
tip
+ 참 많은 성당
- 특히 몬트리올을 돌아다니면서 꽤 많은 수의 성당 건물들을 보았고 시간 여유가 있거나 관심 있는 분들은 기호에 맞는 성당 투어를 기획해도 괜찮다 싶다. 정보만 미리 알아본다면 노트르담 성당 소개에 맞춰 가도 되고(강추) 또 다른 성당에서도 여러 가지 행사들을 시간마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살짝 들른 어는 성당에서는 피아노 독주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 성당 입장료
- 이번 여행 중 가본 성당 중 최고의 성당으로 꼽은 노트르담 성당은 입장료가 있다. 그리고 현찰만 받는다. 그래서 우리는 가지고 온 빨간 지갑을 꺼내려고 했고 곧 주머니가 없어진 걸 알아챈다. 앞서 퀘벡 편에서 언급했듯이 견물생심이니 돈 주머니나 핸드폰 이런 것들은 항상 조심하라. 자기 손해다.
여하튼 우리는 세명의 주머니 속 동전들을 겨우 모았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곤란할 뻔했다.
여기서 나중에 알게 된 팁을 소개하겠다. 바로 '캐시 백'이다. 근처 가게에 들려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혹은 차지금을 지불하며 '캐시 백'을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 것이다. 현금인출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이 '캐시백'문화는 캐나다에서 꽤 퍼져있어서 혹시 현찰이 필요하다면 이 방법을 사용하길 바란다.
+ 몬트리올의 거리들
- 우리가 출발한 몬트리올 대학 부근에서 구시가지 쪽 광장까지 찾아가는 길, 또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가는 길 등, 한 번 언급했듯이 어제의 퀘벡의 연장선이라고 봐도 무방하고 개인적으로는 몬트리올의 도시 구성이 너무나 이뻐서 이번 여행 중엔 단연 으뜸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구시가지의 아기자기함과 신시가지의 고급스러운 느낌들이 잘 혼합되어 더욱 조화로워 보였던 것 같다.
+ 세인트 로렌스 강가
- 구시가지로 향하는 강가 또한 눈과 어울려 너무나 이쁜 곳이었고 이곳 바로 맞은편에 길게 드러 선 건물은 복합쇼핑몰 같은 곳이었고 이 곳 내부 구경과 더불어 내부에서 보는 세인트 로렌스 강의 모습 또한 꽤 운치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세상을 충분히 느끼고 다시 세속으로 돌아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안 그래도 늦잠을 자서 시간이 촉박했는데 성당을 나오니 해가 지려 하고 있었고 특히나 몬트리올에 빠져 있는 나 자신과 일정 책임자로서 차질을 주면 안 된다는 두 가지 마음이 머릿속에서 레슬링을 하고 있었고 재민이와 건우에게 은근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조금 천천히 가자"
"안돼"
"사진 찍고 가자"
"안돼"
"형 배고파요"
"안돼"
그렇게 사진 찍기와 밥 먹기를 포기 한채 일행들을 이끌고 신시가지의 '언더시티'라는 곳에 당도했다.
몬트리올의 강추위를 피하기 위해 도시 밑에 거대한 지하 통로를 만들어 각종 상점들, 백화점, 문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곳이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은 너무 많이 늦어 버렸고 오타와로 출발 하지 않은면 안 되는 시간까지 왔다.
나는 약간 짜증이 났고 어떡할지 이야기도 할 겸 그때서야 재민이와 건우를 제대로 돌아보았다.
둘 다 초췌한 얼굴에 하루 종일 팝콘 하나로 버텼다. 나 혼자 여행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더 구경하고 싶다는 욕심에 같이 여행하는 동행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날 위해 맞춰 준 두 친구에게 갑자기 미안했고 결국 아쉽지만 이야기 끝에 몬트리올 구경을 마무리하고 오타와로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드디어 몬트리올을 벗어난다는(?) 기쁨에서 일까,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일까 건우는 노래를 부르며 뛰기 시작했고 우리도 얼른 차를 향해 같이 구령에 맞추어 뛰기 시작했다.
어느 겨울 해 질 녘, 달리면서 마시는 몬트리올의 공기는 너무나 상쾌했고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이 우선이다 라는 생각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래도 늦었으니 밥은 오타와 가서 먹자!!"
그렇게 건우는 2시간 더 참아야만 했다.
tip
+ 쇼핑의 천국 몬트리올
- 세인트 로렌스 강변의 쇼핑몰이나 구시가지의 아기자기한 상점, 신시가지의 언더시티 등은 몬트리올을 쇼핑의 천국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으며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쇼핑을 위해 몬트리올을 찾기도 한다고 한다.(요즘에는 이동수단의 발달로 가까운 미국을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도 꽤 많은 곳을 구경했고 특히나 너무 넓어 구경할 엄두가 들지 않은 언더시티에서는 무료 시식코너에서 잠깐 요기를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