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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촌 Dec 02. 2016

돈도 시간도 지식도 없다
하지만 우린 동부를 보고 싶다

열정 하나만으로 떠난 2박 9일 60만원 1만km 북동부 로드트립(7)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캐나다의 수도.

 이 쟁쟁한 도시들 중 수도의 위세는 과연 어떨 것인가.

 안 그래도 퀘벡과 몬트리올에서의 시간들로 인해 오타와에서 보낼 수 있는 있는 시간은 단 이날 저녁으로 한정되어 버렸고 그렇게 우리는 몬트리올에서 오타와로 가는 2시간 내내 오타와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방법을 가이드북으로 유심히 검토했다.


 도시에 도착할 쯤은 이미 날이 어두워졌고 우리는 국회의사당 근처로 우선 향했다.

1. 저기 멀리 보이는 국회의사당 건물 2 .국회의사당 옆 퀸스트리트 거리


 배는 고팠지만 날씨가 갑자기 많이 추워져 더 추워지기 전에 구경부터 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고 따뜻하게 입은 다음 근처에 차를 세우고 국회의사당부터 얼른 구경을 나섰다.


사진 찍으면서 에너지 충전되는 재민



tip


+ 저녁이 있는 삶

- 조금 늦은 시간에 다운타운에 도착한 우리는 많은 곳에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아쉬워했다. 물론 바와 같은 곳은 저녁에도 영업을 하지만 그 밖의 대부분은 정시에 문을 닫고 귀가한다. 내가 지내본 캘거리 또한 퇴근 정체가 오후 3시면 시작되어 6시 전후면 거의 마무리된다. 

 물론 처음에는 정말 부럽다고 생각한 문화였고 우리나라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특히나 저녁이 있는 삶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너무나 많은 분들이 원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가 어렵고 업무가 밀리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어떨 땐 술자리, 또는 자영업자들의 심란한 현 실태 등이 큰 이유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허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우리가 아예 저녁이 있는 삶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저녁이 '없는' 삶은 이미 우리의  역사적, 지리적, 국민성 등이 만들어낸 문화이고 문화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캐나다는 밤이 되면 크게 어딜 가지 않는 한 가족과의 단란한 오후를 보내는 등이 전부지만 우리나라는 그 틈새시장을 발전시켜 세계 최고의 밤문화를 형성하였고 정말 피곤하리만큼 다이나믹하고 재미있는 밤을 보낼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결국 본론은 우리도 한번 가져보아야 한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우리 민족은 주어 진건 불만이 많아도 끝내주게? 잘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심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원하는 상황이니 억지로 라도 한번 강력 시행해보고 이후 평가를 해봤으면 좋겠다.

 아마 그런 제도를 시행해도 이처럼 화려한 밤문화는 없어지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계승될 것이 분명하다.


+ 축제의 도시 오타와

- 방금 위에서 말한 저녁이 있는 삶에 언급할 것들이 약간 다른 이야기로 샛는데 어찌 됐든 하고 싶은 말은 오타와를 구경할 때 미리 정보를 알아보고 시간에 맞추어 일정을 짜라는 것이다. 특히나 중앙 정부가 운영되는 오타와에서는  찾아보니 축제를 정말 많이 하고 있었고 시간만 잘 맞으면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빛쇼, 크리스마스 쇼, 근위병 교대식 등 많은 구경거리를 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우리는 국회의사당 옆에 있는 바이워드 시장 구경의 기회를 놓치고 좌절한다. 시간 확인 꼭 하길 바란다.


+ 리도 운하

- 국회의사당 바로 옆에 위치하는 리도 운하는 오타와의 관광 명소중 하나이며 겨울이면 꽁꽁 얼어 천연 스케이트장을 형성하고 있으니 꼭 타보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도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운하는 너무 운치가 있었다.

1. 다리 밑 운하 2. 운하 다리 위 건축물
밥먹으러 간다는 생각에 신났다

 

그리고 다리위에서 사진을 찍을 때마다 굉장히 멋진 성?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는 국회의사당 구경을 마치고 바로 옆에 바이워드 마켓에서 밥을 먹기 위해 향하였고 가다가 리도운하가 있는 다리에서 신나게 사진도 찍었다.

 

 "어 근데 저 다리 끝에 저 끝내주는 건물 뭐지?"

 "고급 차들이 드나들고 입구에 가드도 보이는데?"

 "우리도 볼일도 볼 겸 들어가 보자!"


 그렇게 볼일?을 보러 들어간 그 건물은 바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페어몬트 호텔이었고 우리가 화장실에 다녀 올 동안 배고픔에 지쳐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는 건우를 이내 잊어버리고 재민이와 나는 본격 호텔 탐방에 나섰다.

나중에 진짜 볼일로 이곳을 찾을 수 있을까

 이제는 진짜 밥을 먹어야 할 때다. 

 호텔을 빠져나와 얼른 굶주린 배를 채우러 바이워드 마켓으로 향했고 이정표와 멀리 보이는 불빛에 더욱 기운이 났다.

 이미 필자는 예전에 밴쿠버 그랜빌 퍼블릭 마켓에서 신세계를 보았었고 그곳의 맛과 감동을 이 친구들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허나 조금씩 마켓 입구에 다가 갈수록 조금씩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기어이 믿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났다.

 마켓이 시간이 지나 문을 닫은 것이다.


 "이이이ㅏ아아아ㅇ아아악!!!!!!!"


 매 순간 순간 쉽게 180도 바뀌는 사람 마음
마켓 근처에는 아직 사람도 많고 가게도 열려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켓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마켓은 확실히 닫혔고 근처 몇 개의 가게들만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여행 최고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오타와의 하이라이트를 이렇게 놓치다니, 속으로 온갖 것을 자책했고 운하와 호텔을 간 것까지 괜히 동료들 탓 같았다.

 그렇게 짜증이 솟구치며 입 밖으로 부정적인 말이 나오려 했지만 그것 마저도 힘든지 이내 기운이 빠졌다. 뭐든지 입에 넣어야만 했다.

 그리고 민첩한 손가락 놀림으로 얼른 맛집 검색을 하고 수제 햄버거 집을 발견하여 바로 출발했다.

 도착하자마자 기분이 너무 좋아졌고 에피타이져로 시킨 어니언링이 입에 들어가자 이때까지의 짜증이 거짓말처럼 스르르 사라졌다.



"아 잘 먹었다!!!"

"아 기분 좋댜~"

"꺼억~"


 사람이 이렇게 간사할 수가


 햄버거는 순식간에 마무리됐고 또한 순식간에 180도 바뀐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동안 많은 시간 동안 느낀 거지만 인간은 정말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고 그 개인의 목적이 무엇이든 이 단순한 본능 위에 위치하기는 힘들다. 이상하게도 나는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일제 시대의 우리 독립투사들이 생각나곤 한다. 인간의 본능적 욕구에 제한을 걸고 심지어 신체적 구타, 고문까지 당하는 처지인데 굴하지 않고 본인의 신념을 지키신 독립투사 분들이 뜬금없지만 나는 다시 한번 존경스러웠다.

 그렇게 나도 우리 민족의 후손이니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끝으로 우리는 토론토로 출발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아직은 배가 불러야만 이런 바람직한(?) 생각들을 할 수 있나 보다.

 


tip 


+ 비버 테일즈

- 우리가 바이워드 마켓에서 좌절하고 있을 때 건너편에 비버 테일즈는 여전히 영업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국민 간식으로 유명한 비버 테일즈는 알고 보니 이 곳 바이워드 마켓이 1호점이었고 최근 오바마가 캐나다를 방문하자마자 비버 테일즈를 사 먹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맛이 없으면 이상한 비주얼이며 우리는 벤프에서 이미 먹었기 때문에 간신히 지나쳤다.

말 그대로 비버의 꼬리를 닮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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