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이탈리아
갑자기 여정을 결정한 나는
무작정 동쪽 끝에 노바스코샤를 목적지로 정한다
그리고 여정의 시작으로 스카이다이빙을 멋지게 계획했지만 뛰지 못한다
이후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하고 싶은 곳이나 가고 싶은 곳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렇게나 가고 싶었던 곳들이 막상 지금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게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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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게 없었다
남들이 그냥 하라는 대로 하고 살았던 유년시절 덕분에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로,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인 양 생각하며 살게 되었다
하지만 나를 알 수 있는 기회들이 찾아왔다
첫 번째 터닝포인트는 군대였다
군대에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깨달아 버린 덕분에
나는 오히려 군대에서 문제아였다
왜냐면 어떻게 하면 군대 생활을 잘할 수 있는지도 너무나 잘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 싫었다
그리고 구석에 숨어 읽었던 책들로 인해
하고 싶고,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생겼다
특히 그때 읽었던 ’ 가보기 전에 죽지 마라 ‘라는 책은 나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혼자 떠난 캐나다도, 알래스카 여행도 이 책의 영향이지 않을까
그때 읽었던 Itary journey라는 책은 심지어 전역할 때 작성하는 주소지를 이탈리아라고 적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그때 내 핸드폰 번호를 친구 핸드폰으로 적은 건 정말 헷갈려서 이다)
아직도 생생한 전역일은 2012년 3월 14일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주변에서 바로 복학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아니 무슨 복학이야
전역만 하면 이탈리아도 가고 성악도 배우고 여행도 떠날 거야
군대 전역하고 다 시간 낭비하다가 학교로 돌아가는데 그거 다 시간낭비야
학교부터 졸업해야지
너 졸업하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어
나는 전역 후에 이탈리아부터 간다고 다 이야기해놨단 말이야
나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은 거 같다고
어느새 돌격머리로 강의실에 앉아있는 나는
가슴 뛰지 않는 곳에서도 가슴을 뛰게 만드는 나의 적응력에 또 금세 적응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