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다이빙과 고스트타운
어젯밤 또다시 그녀와 작별 인사를 나눴다
..
캘거리에서 할 일들을 마무리 한 김에
봉사하는 도서관으로 가서 남은 작업을 마쳤다
자정이 넘었다
그래서 차에서 바로 잠을 잤다
그 다음날 아침 5시에 눈이 떠졌고
이미 이틀 만에 나는 차박에 완전히 적응을 한 것만 같다
—
아니지
나는 원래대로 차만 타면 자는 아이였다
차만 타면 자는 애가 어떻게 운전을 하고 다니냐고 모두가 걱정할 정도였으니까
—
도서관에서 간단히 세수만 하고 얼른 오늘의 목적지로 출발하였다
오전 9시 스카이 다이빙 예약이다
원래 나는 저번주 6월 1일에 떠나려고 생각했으나
결국 일주일을 더 끌었다
근데 지금도 캘거리다
결단이 필요했다
저번에 산불이 나서 하지 못했던 스카이다이빙을 어제 바로 예약했다
강제성을 주기 위해 캘거리 동쪽 외곽에 위치한 곳으로 예약했다
이제는 캘거리를 나가야 한다
여름이 다가오고 있는 캘거리의 아침 날씨는 너무나 좋았다
화창한 하늘과 넓게 퍼진 구름
떠나는 날에 날씨가 좋은 것도, 아름다운 이곳의 여름을 등지고 떠나는 것도 한편으론 야속하지만
출발을 하니 기분이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도심을 빠져나가자 넓은 평야가 나를 마주 했다
초록 물결의 넓은 대지
그 위로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멋진 추억과 많은 생각들을 되새기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9시에 오픈인 스카이다이빙 장소는 아직 아무도 없어 보인다
불안한 예감이 언습했지만
캐나디언 마인드로 이 여유를 즐겨보는 척 주위를 둘러본다
9시가 되자마자 전화를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다
9시 10분까지 주변을 탐색한다
옆 건물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자 그가 연락을 취해준다
전화가 왔다
안 연다고 한다
어제부터 바람이 강해서 금요일까지 안 연다고 한다
아아
용기 낸 결심이 처음부터 막히네
어떡하지
여기서 뛰어내려야 모든 게 훌훌 털어져 나갈 것 같았는데
우선은 차정리를 한다
캣베드 조각들을 차에 수납용으로 사용해보려고 한다
정리를 핑계로 차에서 시간을 보낸다
3시가 넘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계획한 스카이다이빙을 못했다
자리만 차지하는 캣베드도 못 버리겠다
그냥 금요일까지 캘거리에 있다가 다시 와서 뛰고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때마침 흘러나오는 박정현 때문인지 눈물이 났다
그래서 내가 어떤 인간인지 생각했다
답이 나왔다
동쪽으로 출발한다
하염없이 그냥 달린다
넓은 하늘과 끝없는 벌판이 다시 한번 펼쳐진다
아침만큼 감흥이 없다
쥬라기공원의 촬영지인 장대한 드럼헬러가 눈앞에 펼쳐지지만
감흥이 없다
공룡 뭐 어쩌라고 지금
몇 시간을 더 달렸는지 모른다
이제는 조금씩 두근 된다
긴장이 되자 다시금 지금에 초점이 맞춰진다
나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고스트 타운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