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은 여행(3)
여행 첫날, 집 주차장에서 잤다
잠도 잘 잤다
아직 캘거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새벽부터 못다 한 볼일들을 보았다
그리고 점심쯤 집에 들어갔다
J에게 집 열쇠를 줘야 하기 때문이다
간 김에 샤워를 했다
낡은 샤워실에서 한 샤워와는 차원이 다른 개운함이 느껴졌다
샤워 후 점심 식사를 했다
집에서 먹는 식사가 이렇게 안락한 것이었나 하고 새삼 놀랐다
식사 후 잠시 침대에 누웠다
눕자마자 바로 기절해 눈을 떠보니 2시간이 흘러있다
어젯밤 분명 차에서 잘 잤는데 그게 잘 못잔거였었나?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든 꿀잠이었다
어제까지는 나의 집이었지만 오늘부터는 신세를 진 집이기 때문에
조그마한 소일거리들을 도와주고 가기로 한다
이 집에서 모아둔 병을 팔고 이 집에 있는 고양이들이 썼던 3층 침대를 분해해서 버리는 일의 요청이었다
재활용 병이 대용량 검은 봉지 5개가 꽉 차 있는 걸 보니 작년 가을부터 모아두고 시간이 없어서 처리를 못해 지금까지 쌓아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들 침대를 분해하려고 보니 한 삼 년 전쯤 핸드메이드로 일일이 만든 침대처럼 보인다
병을 팔고 받은 환급비용으로 장을 보았다
저녁을 해주려고 한다
혹은 저녁까지 해결하고 가려고 한다
너
혹시 가기 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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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쓰는 시간’의 글쓰기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일기 공유해보기 였다
떠나기 전이라 그런지 굳이 프로젝트의 영향인지
오늘은 그분들에게 나에 대하여 쓰기 1편을 공유했다
꽤 힘들었지만 잘 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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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둘째 날인 오늘은 굳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세미나가 있었다
굳이 무언가를 하여 변화를 주는 작가님의 철학에 이끌린 나는
나의 글을 연재하는 동기부여로써도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보다도 그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싶었나 보다
“꽉 차 있는 하루, 꽉 차있는 내 속에서 어떻게 나를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