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 싫은 여행(2)
결론은 못 떠나고 있다
그래서 어제, 오늘로 떠나는 날짜를 다시 잡았다
그리고 오늘이 왔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들에 모두 말을 해서 이제는 정말 떠나야 할 때다
마지막 정리를 하고 J에게 어떻게 정리했는지, 어떤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녀, 고양이, 나의 공간이었던 곳을 뒤로하고 정말 나왔다
오후 3시였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한 시간이 흘렀다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일단 움직이자
우선 계획하지 않았던 계획을 구체화해본다
정말 이렇게 계획을 세울 시간이 없었나
아니면 계획을 세우기 싫었나부터 시작한 계획 세우기에 대한 생각으로 또 한 시간이 흘렀다
우선 벤프로 가는 것을 취소하기로 했다
나는 동쪽 끝의 노바스코샤로 향해야 하는데
서쪽의 벤프를 갔다가 가면 동선의 손해가 나니까 말이다
혹은 기껏 출발했는데 나도 모르게 다시 캘거리로 들어가 버리는 유혹을 없애고 싶었나 보다
거기까지만 정하고 일단 짐 정리를 시작했다
아예 준비가 안 돼있어서 차는 엉망이었다
더불어 버리지 못하는 성격은 차에 오만 것들을 싣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갑자기 라디오에서 정리의 힘에 대한 글이 나온다
너무 의미 부여하지 말라고 한다
의미부여를 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나의 삶의 일부여서 그런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쏘아붙였다
열심히 정리하니 2시간이 훌쩍 흘렀다
목이 말랐다
코업으로 가서 생수, 바나나, 토마토 그리고 세일하는 베이글을 샀다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짐정리를 마저 할까 하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주차장으로 왔다
마저 짐정리를 하던 중 깨달았다
5월 31일 날 떠나기로 결정했지만 일주일 동안 떠나지 못했다
더불어 아무런 계획 세우기도, 짐정리도 하지 못했었다
헌데 J와 고양이들과 우리 공간에서 행복했다
그런데 떠나고 보니 이젠 내게 시간이 생겼다
그리고 J와 고양이들과 우리 공간과의 행복이 끝이 났다
정말 소중한 것들과 바꾼 시간이다
정말 잘 써야겠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야외 러닝을 뛰었다
너무나 영화 같은 날씨와 마지막이라는 상황이
러닝에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고
끝나고 아파트짐에서 근력 운동까지 열정 있게 해 버렸다
땀이 났다
집으로 들어가서 샤워만 살짝 할까 하다가
아파트짐에 낡은 샤워실이 있기 때문에 거기로 갔다
그런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는다
5분이 넘게 따뜻한 물을 틀어놔도 마치 로키산맥의 빙하물 같은 물만 나온다
10초안에 갈수 있는 집에서 딱 샤워만 하고 나올까 하는 유혹의 5분은 오늘 생각한 것들 중에서도 힘든 시간인 것만 같다
샤워를 했다
다행히 샤워장에서 했다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