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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니 Dec 01. 2017

선인장 아이스크림

Cactus Icec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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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 아이스크림-Cactus Icecream>


 형형색색을 이루는 찬란한 겉모습에 반해 무작정 데려왔다. 기분 좋은 마음에 살짝 만져보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작은 가시들이 일단 눈으로만 보라며 날을 세우고 있었다.


 눈으로 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떻게 만들어졌고 혹은 어떤 것들과 함께 조합이 된 건지 알 수 없었고, 맛을 볼 수도 없었다. 더 알고 싶은 만큼 나를 막아 세우는 작은 가시들이 입히는 상처를 견뎌야 했다.


 네 위에 핀 꽃향기를 맡으며, 너의 색깔을 보며 내가 제일 예쁘고 달콤한 걸 골라왔으니 괜찮다고 위안을 했다. 향기롭고 예쁘고 화려한 겉모습에, 언젠가 기다리면 너도 가시를 숨겨주지 않을까 하고 핑계를 대며 버리지 않고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너는 녹고 또 녹아내렸다. 그러자 이면에 있던 더 많은 가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상처 입을까 봐 멀리했던 작은 가시들이 더 날카로워졌고 많아졌다. 작은 가시조차 감당하려 하지 않았던 나는 이제 그 뾰족하고 큰 가시들을 조금도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나를 아무것도 모르도록 내버려 둔 채 녹아 사라졌고, 나도 상처에 대한 두려움이 알고 싶은 마음보다 더 컸다.

Digital Drawing,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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