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한 번의 심리상담, 그 기록 1
나는 지난겨울 11차에 걸쳐 심리상담을 받았다. 그때의 기록을 다듬어서, 다시 돌이켜보건대 상담이 나에게 남긴 것들에 대해서 정리해보려고 한다. 심리적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고, 그에 대한 얘기들이라 우울하고 암울할 것이다. 그럼에도 남기는 이유는 나름의 기록을 함과 동시에 혹시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신호를 주기 위함이다. 아, 나도 이런데 혹시 나도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가? 하며 마음의 위험신호를 감지하길 바라는 마음.
최선을 다해 마음을 고쳐먹기(?) 위해 노력할 테니, 그 시행착오들을 조금이나마 참고 삼아주면 좋겠다.. 다만, 재밌는 얘긴 아니고, 괜찮은 얘긴 더더욱 아니지만, 안타깝게 보진 않으시길 바란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도 그랬던가? 혹은 나도 이런데, 이 사람은 이렇게 하는구나 혹은 주위 아무개가 이렇던데, 혹시 마음이 힘든 건가? 해준다면 더없이 좋겠다. 혹시 글이 지나치게 무겁고 쳐진다면 아직은 다 지나지 않은 것일 테니 조금은 양해(?)해주면 좋겠다.
2018년 12월 25일의 글
증상.
마음이 이상하다고 처음 깨달은 건 2~3주쯤 전이었다. 그전엔 그냥 피곤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런 상태가 꽤나 오래됐지 싶었다.
평소 남들보다 텐션이 높은 편인데, 요즘은 어떤 자극에도 마음이 들뜨거나 즐겁고 신나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마음의 폭이 좁아지기도 했지만, 마음이 오르내리는 구간 전체가 한참 밑으로 떨어졌달까. 보통 기쁨과 슬픔이 양극이라면, 난 #분노 와 #우울 이 양극인 듯 느껴졌다. 매사에 지나치게 의욕적이고 적극적이었는데 일, 관계, 생활.. 모든 면에서 #무기력 해졌다.
수시로 #울컥했고, 울면서도 대체 왜 울고 있는지를 몰랐고, 이유도 없이 우는 내가 불쌍해서 더 울었다. 책을 읽다가, 일을 하다가, 문자를 쓰다가, 전화를 받다가 순간순간 넋을 잃었다. 어디 읽고 있었더라, 뭐 하고 있었더라, 뭐라고 말했더라..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보는 일도 많아졌다. 읽기와 이해가 동시에 잘 안 되고, 무언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거의 0분대로 떨어졌다. 집중력, 기억력, 이해력이 다 떨어졌다.
맡았으니 하고는 있지만 일의 능률이 바닥이고, 새로 맡겨진 일들은 시작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들을 만나는 게 피곤하고, 새로운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운 수준을 넘어서 알던 사람들과의 만남조차 무서워졌다. 출근을 하기도 힘들고,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을 대하기가 겁이 났다. 배가 고프니 뭔가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뭘 먹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때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고픈 것조차 몰랐다.
식탐이 되게 강한데, 특히나 초밥을 좋아하는데, 눈앞에 초밥이 있어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최근 밥을 먹다 “왜 이렇게 밥을 조금 먹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내가 이렇게나 못 먹고 있다는 건 그때서야 깨달았다. 1/4 공기도 채 먹지 못할 때가 많고, 겨우 반 그릇을 먹고 나면 체한 기분이 하루 종일 괴롭혔다. 이건 출근했을 때 심해졌다가, 주말이면 나아졌다가, 일요일 저녁부터 다시 도졌다. 두 숟가락을 입에 넣었을 뿐인데 이미 목 끝까지 밥알이 가득 찬 기분이라 억지로 넣어도 잘 들어가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허기를 술로 채우는 일들이 많아졌다.
이거 좀 위험한데?
이런 상황이 한 달을 넘게 지속돼서야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곱씹어보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쳐진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무서워졌다. 이렇게 깨달을 수 있을 때 방법을 찾아봐야 할 것 같아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얘기했다. 괜찮은 #정신과 없을까? #심리상담을 받는 게 나은가? 어떡할까?.. 아직은 내 마음을 견제할 수 있을 만큼은 건강한 거라 생각하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감기도 병원 가는데 마음도 이상하면 병원 가는 게 당연하지. 내가 참 씩씩하게 잘 받아들이는구나, 하면서 내심 흐뭇.
우선은 #마음훈련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마인드프리즘 에서 하는 #내마음보고서 검사지를 작성해서 보냈고, 다음으론 #상담센터 에 전화를 걸었다.
뭐라도, 해봐야지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