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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Oct 02. 2019

“진심을 착취하고 있다”

열 한 번의 심리상담, 그 기록 2

2018. 12. 27.


#마음훈련 

세종시로 출장갔다 돌아오는 길. 고단하기도하고, 처음 참여하는 마음훈련이라 새로운 사람들이 잔뜩 있을 걸 생각하니 무서워져 한참을 망설였다.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돌아오는 기차에서 수십번도 마음을 뒤집다가, 뭐라도 해봐야 나아지겠지 싶어 참여하기로 했다. 1회차는 일정으로인해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불참했던터라, 건너뛰고 2회차에 참여하게 됐다. 좀 더 활동적일줄 알았는데 호흡이나 간단한 동작들, 고작 2~3분을 하는 게 다였다. ‘연습’이라고 하는데, 앞뒤로 연습을 하는 과정에 대한 감상을 얘기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뭘 변화시키고 싶은지, 어떤게 힘든지를 나누고, 연습을 하면서 느껴지는 감정들을 말로 표현해보고, 오늘 프로그램으로 느낀 것들을 또 말로 나눴다. 동작보단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한건가 싶었다. 여기에는 시민사회단체활동가, 비정규직 또는 중소기업에 재직중인 청년들이 모여있다.


‘진심을 착취하고 있다’

(그림출처: 명대신문)


힘듦을 하소연하는 활동가들에게 강사분이 한 말이다. 노동조합, 시민단체, 비영리기구 등의 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초심엔 ‘이 사회에 얼만큼은 기여할 수 있길’하는 마음들이 있었을 거다. 불평등 계급, 환경오염, 동물권, 인권 등 세상의 모나고 거친 부분들을 다듬고 싶은 욕심들이 있었을거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어차피 세상은 대단할 거 없는 사람들이 바꿔가는거 아니겠나? 하는 막연한 자신감과 열정 같은 것들. 누가 등 떠밀었다는 건 핑계고, 이 길에 들어선 건 결국 나의 선택이고, 나의 진심이었을거다. 그런 착취에 맞서는 내 진심마저 #착취 당하고 있었음을 문장으로 깨닫고 너무 아팠다.


연습을 하고나면 다 지나가지 못한 몸의 고장난 부분들의 통증이 갑자기 느껴지기도하고, 심하면 몸살을 앓기도 한단다. 그런 강사의 말을 듣고  한 참가자가 내일 출근해야해서 오늘은 할 수 없고, 주말에 따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 참가자에게 강사는 ‘마음이 울지 못해서 몸이 우는 건데, 출근 좀 못하면 어때요..’하고 말했다. 출근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직장인이 몇이나 될까 싶은데, 맘껏 아프지도 못하는 상황이 새삼스레 슬프게 느껴졌다. 그 사람이, 아마도 그러할 대다수의 사람들이, 다를것 없는 내가 슬펐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이라 내내 긴장상태였고, 제대로 집중하기도 힘들었다. 누구에게 내줄 마음이 없는 요즘이라, 많은 사람들이 쏟아내는 감정이 응축된 무거운 말들을 듣는 게 버거웠다. 고치려면 용기도, 노력도 필요할텐데 이걸 어쩌나.


결국 더 큰 마음은 먹지 못했고, 강사에게 연락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후 회차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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