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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환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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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 Dec 20. 2020

후회 없는 오늘

어제보다 지금

“너는 정말 후회를 안 하고 사나 봐,

어떻게 이렇게 낙관적이야?”


안 지 얼마 되지 않은 친구가 나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잠깐 머릿속이 하얗게 백지처럼 변했다가 그 친구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후회가 너에게 어떤 의미야?”


친구는 내게 헛웃음 반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야 후회는 세상 사람들 모두 똑같은 의미 아닐까?

돌아가고 싶고 아 그때 안 그랬다면 그때 내가 조금 더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하면서 허점을 발견하는 게 후회 아니야? 이야 너는 정말 그런 걸 안 하나 보네? “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곤 그의 생각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야 나도 후회해 당장 오늘 아침에도 엄마에게 조금 더 따뜻하게 말할 걸 어제 엄마가 어깨가 결린다고 했을 때 주물러드릴걸 아이패드를 바닥에 떨어뜨려서 배터리가 고장 났는데 그때 조금 더 긴장하고 있을걸 당장 어제오늘만 해도 후회로 덮인 일들은 밤하늘에 별들을 수놓은 것만큼 나열할 수 있어”


친구는 의아해했다. 그 친구의 표정을 보아하니 나는 후회를 안 하고 낙관적이기만 한 사람이길 내심 기대한 모양이다.


“그래? 근데 어떻게 이렇게 티가 안 나? 너 저번에 선생님이 강의실에 들어왔는데 안 들어왔으면서 출석 체크돼있냐고 억울하게 욕먹었을 때도 웃고 있고,

신촌역에서 웬 아저씨가 너 가방 쳐가지고 필통 안에 든 연필을 바닥에 다 쏟았을 때도 싫은 기척 한번 안 냈잖아,”


“그랬었나? 근데 그게 내가 후회할 일인가?

그 사람들이 후회하겠지 혼 날일이라면 의식적으로 떠오르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많이 혼나고 있을 거야 아직 덜 혼나서 그래”


친구는 갑자기 의미심장하게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혼나다니..? 누구한테? 너 무섭게 왜 그래...”


손난로를 대신해서 잡은 따뜻한 커피가 이제 식을 때쯤 돼서 한기가 서린다. 나는 이제 그만 다시 강의실로 들어가고 싶었다.


“양심한테 혼나겠지?

양심이 얘기는 너무 유사과학 같으니까 말 안 할게, 어쨌든 잘못하면 다 돌려받아, 그리고

돌아가지 못할 순간은 나에게만 존재하는 게 아니야 모두들 그렇게 살지 않을까? 가슴속에 사랑했던 사람 한 명쯤은 묻어두고, 구멍 난 주머니로 길바닥으로 돈이 새어나가고, 바지에 오줌을 흘리고 돌아다닐 만큼의  창피함과 본때를 보여주지 못해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경험은 누구나 다 있어

모두가 다 있어서 나는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 거야, 어제보다 지금을 더 사랑하면 지금이 내게 무슨 보상을 해주지 않을까 싶어서,

자 이제 들어가자 춥다!”


오늘은 어제 귀찮아서 못해먹은 닭볶음탕을 꼭 해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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