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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 Jun 10. 2021

 일주일 차 아홉수 신입사원

안녕하세요 스물아홉 살 영상회사 첫 직장 생활 시작합니다.


6월 1일.

시간으로 치면 약 9개월간의 배움 끝에 드디어 취업을 하고

영상회사 신입사원으로 첫 입사를 했다.

10년간 무용수로 살아오다 이제는 정말 회사원이구나,

생각보다 감개무량하고 기분이 착잡하면서도 설레기도 했다. 묘하지만

좋았던 거 같다.


나는 마포구에 거주하지만 회사는 선릉,

앞으로는 매일 아침 늦어도 6시 30분에는 기상을 해야 하는

인생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올빼미형 인간으로 늘 새벽 늦게 자거나 아침이 다돼서

잠들고 규칙적이지 못한 생활을 이어오던 내겐

 이런 아침형인간으로서의 생활은 나와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회사원이 됐으니 얼른 적응을 해야 하는데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너무 졸리고 비몽사몽 하다. 언젠가 적응이 되겠지,

 

사실 이렇게 일찍 일어나면 회사에 8시 20분에는 도착을 하는데

일찍 도착해서 신입으로서의 올곧은 자세를 보여야 되기도 하지만 10분만 늦어도 나는 지옥철을 타고

가야 해서 무조건 홍대입구역에 늦어도 7시 15분에는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저 시간에 일어난다.

그리고 거리가 멀면 조금 더 자고 지옥철을 타고 가면서 쓰는 체력보다 평소보다 살짝 일찍 일어나는 약간의 부지런함이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볼 때 훨씬 값싸고 값진 아침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6시 30분에 눈을 비비며 기상한다. 나름 입사 일주차에 얻은 팁이라면 팁이다.

    

'회사원으로서의 삶은 어떨까' 늘 궁금해하던 나였는데

이제 몸소 회사원이 돼서 직장생활 체험을 해본다니 인생이란 어찌 될지 모르는 것이 분명하다.

당장 오늘 죽어도 괜찮은 나였는데 이젠 조금 더 살아보면 또 무슨 경험을 할까 궁금하다.


내가 입사한 회사는 일단 크게 보면 영상회사지만 3d광고 영상을 주로 만들고 나는 2D스튜디오 팀으로

영상편집과 2D모션그래픽을 주로 담당하는 팀에 막내로 속해있다.

우리 회사가 특이한 건 지 잘 모르겠으나, 나는 내가 나이가 정말 많은 줄 알았더니

우리 회사에서는 나이로도 내가 막내뻘이다. 사람들은 내게 친근하게 동네 형처럼 말을 하고

나는 그런 마음들이 고맙고 감사했다.


보통 흔히들 알고 있는 영상회사에서 신입이 하는 일은 소스 작업 (포토샵 소스 누끼 작업, 일러스트 레이어 분리작업, 레퍼런스 서칭 작업) 등이 있다. 보통 첫 영상회사에 취업하면 이런 일을 하며 회사 분위기와

적응하는 기간을 갖고 시작한다. 신입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기기에는 회사도 불안하고 일을 하려는 당사자도

불안할 것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좋은 시간이다.


나 또한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작업을 할 줄 알고 회사에 들어왔으나, 운이 좋았던 건 지 딱 마침 신입이 맡기 좋은 작업이 있다고 하여, 나는  바로 유튜브 광고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긴장 속에서 콘티 작성을 하고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애니메이션 키를 잡고 반복적으로 수정사 항등을 피드백받고 고쳐나가며 작업을 했다.


사실 작업의 강도에 있어서는 포트플리오 작업을 하며 입사 준비할 때가  더 힘들었는데 실무에서는 아주 간단한 업무여도 나는 조금 벅찼던 것 같다. 헷갈릴 게 아닌 것에서도 헷갈리고 실수가 한 번도 없었던 작업 속에서도 긴장을 해서 연속적으로 실수를 내고, 약 4일 동안은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5일 딱 입사 첫 주가 끝날 무렵에서야

 머리가 풀리고 손이 다시 익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오래 배우고 아무리 좋은 선생님께 수업을 들어도 결국 신입은 신입이구나 몸소 느꼈다.

약 5일뿐이지만 매일같이 이런 생활을 해야 하는구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8시 밥 먹고 씻고 숨 좀 돌리면 9시, 12시에는 자야 한다면 나의 시간은 3시간,

직장을 다니지 않은 상태에 시간적 여유가 여유롭였던 나였다면 3시간 정도는 유튜브나 드라마로 사치스럽게

썼겠지만, 신입사원으로서의 나는 이 세 시간이 하루를 수고스럽게 보낸 뒤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보상이다.

그래서 이 시간에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시간을 쪼개서 세 가지를 모두 다한다.


당장 몇 개월 뒤면 다가오는 서른의 다음 날 아침이 내 머릿속에 출근을 했다는 기억만 남는 게 나의 오늘과 나의 내일을 너무 간단하게 예측 가능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싫기 때문이다.

의미 있게 보내서 조금의 성취라도 매일매일 이어나가면서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매일 다짐한다.


지금 시각 오후 11:46분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다.

 


 

포트플리오 작업하며 2일에 하루씩 잠을 잤던 지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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