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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리 Jul 06. 2021

투잡 뛰는현대 직장인

모션그래픽 회사를다니며 유튜브 편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요 며칠 정신없이 소나기가 내렸고

비바람에 나의 하루도 정신없이 쓸려갔다.

급작스런 기상이변과 저녁시간 퇴근 후에도 꽤 오랫동안 하늘에 떠있는 해를 보면 이제 정말 여름이 온 거 같다.


나는 이 뜨거운 여름에 입사했고 한 달 차 신입사원이 됐다. 아직도 정신없이 일을 배우고 헤매고 사고나 치면서 나의 필요성을 회사에 분명하게 증명하진 못했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모션그래퍼로서 영상을 만들고 디자인하는 일에 나름 크고 작은 성취감을 얻는 한 달이었다.

한 달 동안 회사를 다니며 내게 몇 가지 변화들이 생겼다. 그 변화 중에 하나만 오늘 이 기록에 담으려 한다


85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편집자


나는 아내와 함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의 유튜브 채널 편집자로 일하게 됐다. 일하게 된 계기는

나의 작업물을 본 친구의 부탁과 내 안에 호기심으로 우리 서로가 합의하에 작업을 시작했다. 친구는 나의 편집으로 일은 줄이고 영상의 퀄리티는 높이고 나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이해하고 공부하고 서로가 공생하며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휩쓸려서 시작했다. 물론 페이도 있지만 타 유튜브 편집자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친구를 도와주는 일이니까,

나는 친구가 잘됐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의미 있는 사람이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나도 컸으니까 바쁜 하루를 살면서 또 그 중간중간 시간을 쪼개며 일을 하게 됐다.


마음가짐과는 다른 현실.



무슨 일이든 그렇듯 처음 시작할 때 그 흥분감에 휩쓸려 열정적인 대화를 하고, 들뜬 마음이 언제나 과정 중에 지속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슨 일이든 절대 생각대로 현실이 되리란 법이 없다.

친구가 내게 편집 일을 제시하며

편집 책정 시간은 단 두 시간, 두 시간을 기준으로 페이도 책정됐다. 나도 이야기만 들으면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크게 스트레스 안 받을 거라 짐작했다.

하지만 막상  편집 일을 해보니 그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게 됐다. 회사에서는 소스가 없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있다면 유튜브는 너무 넘쳐나서 결정짓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회사마다 다르지만 모션그래픽 업계에서는 믹싱은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야 영상에 맞춰서 음악 작업을 한다.

그래서 음악적 요소를 물론 생각하지만 작업 자체는 시각적인 완성도를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효과음 배경음 유튜버들의 목소리 변화까지 모두 캐치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화면 전환 트랜지션 인트로 제작 아우트로 제작과 함께 공중파에서 방송되는 예능처럼 재미있게 만들어야 하는데

평소 TV도 보지 않고 살던 나라서 그런지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처음 편집 시간은 놀랍게도 11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져 가면서 지금은

4시간 정도면 6분짜리 영상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만든 영상이 조회수 10만이 되고 8만이 되고 구독자도 어느새 1만 명이 추가로 올라가서

친구는 이제 86만 유튜버다.



그래서 내게 남는 것은 뭘까


그래 친구의 부탁으로 시작했던 일, 그리고 나도 성장할 거란 믿음에 이끌려 온 일,

사실 현실적으로 작업시간 동안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것이 수익면에서는 어쩌면 더욱 괜찮을 정도로

일이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 바로 유튜브 편집자란 직업이다. 그리고 단가 책정도 온전하게 못 받아

결국 기본시급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으며 내가 밤을 지새워 얻은 기술들을 사용하여 영상을 만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남의 일이고, 친구는 이야기가 다르니까


난 친구와 약속한 것이 있다. 딱 100 만유 튜버가 되면 나는 그만둘 것이다.

친구를 그때까지 도와주어 그 친구가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은 사실 제일 큰 이유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리고 그런 행복에 내가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했다면, 나는 그걸로도 삶에 많은 의미를 얻을 것이고, 그렇게 시간과 노력으로 베풀어 친구에게 선물하면 결국 그 선물은 고스란히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은 용기를 얻었고, 이 투정 같아 보이는 글에 사실 친구에게도 많이 감사하고 있다.

나는 열심히 앞으로도 그렇게 20대의 마지막을 보낼 생각이다.


언제나 매 순간 열심히 살자는 건 아니다


지금도 편안함을 찾으려면 언제든 찾을 수 있다.

운동을 할 때 복근 운동 50개에 그쳤던 나는 매일같이 운동해서 150개 가랑 해도 몸이 가뿐하다.

하루아침에 된 일이 아니고 꾸준히 반복하다 보니 가능하게 됐다.

열심히 일하는 노력에는 분명히 그 노력만으로도 충분한 성취감과 인생을 한번 더 돌아볼 가치가 뒤따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힘든 것을 이겨내면 언제나 다음은 더 쉽기 마련이다.

운동이라고 일과 별개가 아니다. 힘든 느낌은 한계점에 도달하면 결국 다 비슷비슷하다.

뛰어넘느냐 넘지 못하느냐, 나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뛰어넘는 게 좋은 거 같다.

생각보다 해결하고 나면 그다음이 조금 더 수월하고 쉽기 때문이다.

나야 뭐 영상일로 직장을 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은 이상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고리지만 말이다.

늘 한계점이고 늘 돌파해야 하는 문제들이 눈앞에 직면하는 일 

이제 몇 개월 안 남았다. 이제 서른이니까,

더 힘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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