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30대가 되어 정리하는 평범한 20대의 연애기록

도시의 밤

by 외노자O

모든 걸 정리해 간다.

숲 속 군데군데 도토리를 숨겨둔 다람쥐처럼 여기저기 책들과 노트 사이사이에 길고 짧은 글들이 여전히 숨겨져 있다. 내 시선 닿지 않는 곳에서 싹트고 있는 이것들을 찾아서 정리해 가는 시간은 꽤 오래 걸렸다.

그렇게 등잔 밑의 이야기는 얇은 책이 되었다.

적어둔 건 많으나 짧게 압축시키고 싶었습니다. 압축하는 과정에서 담백함은 빠지고 기름기만 가득해진 글이 돼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걸 화자인 내가 가지고 있을지

주인공인 네가 가지고 있을지

화자와 주인공 이 둘 중 소유권이

누구에게 더 가치 있을지 고민을 하던 차

익숙한 번호로 연락이 온다.







도시의 밤


깊은 밤 만조가 찾아오면

작은 등불하나에

나 홀로 항해를 떠난다


작은 등불은 집어등이 되어

군집된 걱정과 푸념에

하나 둘 고개를 떨구네


밝음과 환의는 이미 저물었으며

손아귀에 잡히는 반짝이는 술잔에

한 모금씩 목을 밝히면


그 어린 시절의 환한 기억이

다시금 생생해져

그렇게 머리가 하얘 저 간다


결말을 알고 펼치는 소설책은

이미 빛바랜 어린 시절

가족사진처럼 해졌고


불꽃놀이가 끝나고

연기만 자욱이 남은 하늘

그 뿌연 시간이 올 때쯤


옅어지는 밤

도시 한 어귀에서

그렇게 잠들어간다.








마치며…



보통 좋아하는 드라마 마지막화를 안 보는 편입니다.

마주쳐야만 하는 현실과는 다르게

밥 먹고 글만 쓰는 전문 작가가 창조해 낸 매력적인 가상의 캐릭터가 흥미로운 서사와 전개를 바탕으로

마무리의 화룡점정 부분만 듣지 않고

제 멋대로 끄적이는데에서 저는 퍽 재미를 느낍니다.


제 기억에 갇혀있는 캐릭터들이 나의 상상의 나래로

결말을 매듭지어보며 이랬지 않았을까? 또는 저랬지 않았을까? 하는 게 저의 작은 버릇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마지막화를 안 보게 했으니

버릇이 아닌 습관으로 얘기해도 될지도 모르겠네요...)


해당글에 대하여 …

조약 한 문체와 허약한 스토리가 무슨 염치가 있겠습니까. 이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연애담에서 저의 역할은 끝났고 커튼이 내려왔습니다.

아쉬운 마무리. 독자가 그리는 결말의 즐거움을 찾으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감사합니다.


Ondea terra acaba e o mar começa

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






뒤이어 기행담이 진행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