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가족 같은 회사. 띄어쓰기 한 번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근무하는 사람은 6명 정도였으며 오랜 기간 그들끼리 합을 맞췄던 그런 소규모 회사였다.
매주는 아니지만 한 달 중 절반이상을 주 8-90시간이 넘는 업무를 한다는 건 매우 고된 일이었다. 게다가 육체노동을 곁들인다는 건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쉽지 않았다. 그렇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이 현장일이라는 건 참 쉽지 않았다. 그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건 모두가 그렇듯 사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업무보다 사람이 어려웠다.
그중에서도 참 서러운 건 기술을 알려주는 걸 굉장히 꺼렸다. 그렇게 배운 게 없으니 못하면 그거대로 야단을 내는 이 체계는 이해가 어려웠다. 못 배워서 오는 서러움 그리고 이 뒤틀린 상관관계를 타파하기 위해서 전문가들이 유튜브에 올린 자료들을 자문 삼았다.
(물론 현장일이라는 건 선험적 지식보다 경험에서 오는 지식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그들이 2년 가까이 생색내며 알려주는 정보는 유튜브 영상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내가 내 이름으로 불리기까지 1년. 그리고 신입으로 왔지만 교육 없이 알아서 잘하기를 바라는 모순적인 상황. 별 볼 일 없는 돌은 박힌 돌을 빼낼 수 없었고 주위를 배회할 뿐이었다.
왜 요즘 현장일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없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된 거 같다.
물론 사장인 A의 아버지는 내심 현장업무를 알려주고 싶은 눈치였으나 보통의 작고 바쁜 회사는 사장이 제일 바쁘다.
업무적인 교차점이 적었고 바쁜 사장과의 나의 위치는 업무를 가르쳐주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그렇기에 내게 이전 회사에서 경험이 있던 행정업무를 종종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현장 경험은 부족하지만 지식적인 부분을 충족시켜 줄 유튜브라는 창구가 생겼고 그러는 사이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로 인해 더 이상 지식을 구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매번 저자세로만 나가지 않게 되자 점점 선임근무자끼리 얘기가 나온다. 기술만 다 빼가고 다시 해외로 갈 거라느니, 거래처를 들고 다른 데로 이직할 거라느니…
어불성설이다. 허나 애당초 내 바로 위 직원조차 나보다 20살 이상이 많은 집단이었기에 원만한 대화는 쉽지 않았다.
처음 입사당시 얘기한 데로 나는 A와의 관계를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이상한 소문은 방파제 없이 일파만파로 커져 결국에는 작은 실수도 큰 잘못이 되는 상황까지 왔다.
하나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나는 경력 없는 낙하산 같은 존재였을 것이며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업무 중심의 회사에서 회사 사장의 잦은 행정업무 처리 요청으로 생기는 나의 공백은 별것 아니었겠으나 그들을 당황스럽게 했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종종 회사일을 도와주던 A도 염증을 느끼며 결국 직원들과 잦은 다툼으로 이뤄졌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나 또한 몸과 마음의 여유가 말라간다.
건조해져 가는 현실과 마음들은 작은 일에도 쉽게 타올랐다. 작은 화제들은 항상 큰 화재가 되어 다가왔다.
오해들은 쌓여만 가고 결국 사소한 일도 크게 부풀려진다. 매달 하는 법인카드 영수증제출이(식대사용) 일부 누락되어 금액이 상이한 문제가 있었고 이걸 횡령이라는 뉘앙스로 몰아가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얼마 뒤 오해로 밝혀지긴 했으나 이런 분위기에서는 지속적인 업무가 가능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가족회사에서 쫓겨나듯이 나왔고 그렇게 백수가 되었다.
아쉽지만 얘기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데 적지 않은 대화들은 결국 서로 간에 크고 작은 상처만 남겼다.
바로 이어 붙이자면
서로 간의 시시비비를 가릴 건 없이 이건 나의 결정이며 그로 파생된 일임을 나는 감당해야 한다.
나의 행동에 결정권자는 나이며 그 책임자도 나임을 직면해야 한다.
내 결정이었고, 내가 원하는 결과가 아님에도 마주해야 한다. 적어도 이 결과를 타인에 탓으로 돌리는 무책임한 행위는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나는 그 집단과, A와의 인연을 갈무리한다.
이번 연애담은 이렇게 허무하게 끝낸다.
뒤에 에필로그라고 말할만한 게 조금은 있지만
여기서 나의 두 번째 연애기록의 마침표를 찍는다.
드라마였다면
작가양반을 찾아가 돌팔매질이라도 할 졸작의 시나리오는 애석하게도 실제에 매우 근접하게 서술된 나의 경험담이다. 어쩌겠는가? 나의 현실은 드라마와는 다른 것을…
나에게 연애란 아픈 손가락이다.
그 손가락이 때로는 중지일 수도, 엄지일 수도 어쩌면 약지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멀리서 손가락질하는 검지는 아니길 바라며, 이 연애담은 이렇게 졸업을 한다.
아마 낙제점에 가까운 점수였을 것이다. 허나 낙제점을 받더라도 졸업은 졸업이다. 졸업이 싫어 학교에 계속 머무르는 건 어리석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고도를 기다릴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다음을 향해 살아간다.
다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배우고 또 때때로 익히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그리고
아름다운 이별이 어디 있겠는가.
포장이 아름다울 뿐이겠지.
얼마 뒤
퇴사와 더불어 평소라면 하지 않았던 일을 해보기로 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