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꿈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포기했던 현실. 그러나 꿈을 이루고 돌아봤을 땐 그렇게 포기했던 현실이 거꾸로 그들의 꿈이 되어 있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어쩌면, 그 과정의 영원한 반복일지도 모른다. 미아와 세바스찬의 마지막 장면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백수골방 감상평
그렇게 하루 이틀 둘만의 담론은 생겨나며 서로를 챙겨주는 하루가 점점 당연해지고, 아침에 눈뜨면 핸드폰을 붙잡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타인이 할 때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 중 하나인
서로에게 모닝콜을 해주는 일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웠고 퇴근 후 몰래 만나서 산책하는 일 또한 자연스럽게 늘어만 갔다. 그렇게 몇 달 뒤 나는 이전 인연의 속박에서 벗어나 게걸스럽게 일을 하던 그 카페에서 나오게 된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A도 그 카페에서 나오게 된다.
이직한 곳은 벌이는 좋지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즐거움에 출근이 즐거웠고 퇴근 후 A와의 만남은 오롯한 하루를 보냄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세밀히 말하자면 매일 눈뜨는 게 즐거웠다.
치기 어린 사회 초년생의 생각이겠으나 이런 게 행복한 어른의 이상적인 일상인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퇴근 후 좋아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아쉬운 이별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매일이 즐거움의 연속이었고 마치 동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그렇게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의 주인공 같았다.
하지만 그것도 오랜 기간 유지되진 않았다.
이상과 일상은 다르다. 한 끗의 차이 같으나 그 한계는 명확하다.
A는 작게라도 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
동년배의 친구는 만나는 남자가 작은 샵을 차려줬다는 소식에 내심 부러워하다가도, 기특하게도 본인이 열심히 벌어서 일궈내겠다는 마음으로 여러 알바를 병행하였다.
바쁜 날은 하루에 3개 알바로 인해 녹초가 된 너를 보며 속이 상했지만 그래도 그 열정과 노력은 멋있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그 멋진 행위들로 인하여 서로 간의 일상의 비는 시간대는 상이해졌으며 만남은 더욱 힘든 일이 되었다.
나의 정신적인 응원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하였다.
물리적인 시간과 거리가 늘어남에 따라 만남은 어려워지고, 나의 매달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관계를 정리하고 좋은 친구로 남자는 얘기는 나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때의 나는 어리고 어리석었다.
그 모든 게 돈 때문이라 생각했던 나는 좋아하는 일을 뒤로하고 당장 돈이 될 것만 같은 공장에 무작정 들어가기로 마음먹는다.
구직사이트에서 급여가 괜찮아 보이는 데를 이력서를 넣고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면접을 보러 갔다.
막상 가보니 규모가 제법 큰 회사였다.
뭘 알았겠는가. 그때는 눈에 보이는 게 없었을 텐데
근 10년 가까이를 커피와 음악을 하다가 반도체 회사에서 업무를 한다는 게 개연성이 없지만 그래도 부딪혀 봤다.
면접당시 면접관이 “O 씨는 이런 업무 해본 적도 없고 적응도 못할 거 같은데 어떻게 여기에 지원하게 됐나요?”라는 질문을 비롯해 여러 질문 공세를 펼쳤지만 모르면 무식하다고 꽤나 그럴싸한 궤변인 답변들을 내뱉었고 얼떨결에 채용이 되었다.
그렇게 합격통보를 받은 뒤 회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A가 일하는 가게에 우연찮게 지나가는 길에 들렀다는 척 찾아가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볼 때는 마음 편히 웃으며 보자라는 말을 흐리게 남기며 공장에 들어갔다.
그렇게 기묘한 공돌이 생활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