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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보다는 '됨'에 방점을

함(to-do)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됨(to-be)에 중심을 두면서

by KEN

요즈음 지인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얘기, “은퇴후에는 뭘하시려구요?”


금년말이면, 평생을 함께했던 LG그룹에서의 일을 마치게 된다.


금성사로 입사하여 그룹 회장실(전략사업개발단) 다시 LG전자, LG정밀, LG이노텍 그리고 또 다시 LG전자를 거쳐 LG화학, 이젠 LG에너지솔루션까지.


상품개발 연구원으로 시작하여 신사업개발, 전략개발, 비전수립, 회사 변혁프로그램 개발/운영, 상품혁신 및 비즈니스모델 개발, 운영혁신, 그리고 검사자동화, Data기반품질혁신 시스템 구축 등등.


이제는 이러저러한 일들에서 놓여질 예정이다.

딱히 큰 재주는 없으나 전문위원 직위로 정년까지 올 수 있었으니, 복을 많이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수행했던 일들을 보면, 고객연구~제품개발의 가치사슬(value-chain) 부문, 조달~생산~공급~판매 부문의 비용사슬(cost-chain) 부문과 전략, 상품기획, 생산시스템 및 모듈러디자인 등 운영혁신 등등 제법 많은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성과를 만들었다고 자평할 수 있겠다.


그래서 일까.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정년후의 내 행보가 궁금한 모양이다.


정작 나의 관심사는 다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이걸 일일히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평생을 ‘무엇인가를 하며’ 살아왔다.

이젠 일종의 굴레와도 같은 ‘그 함(to-do)’에서 놓여지기를 희망한다.


삶을 돌이켜 보면, 내가 계획해서 하고자 했던 방향대로 삶이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앞서 기술했던 여러 회사들로의 이동 및 회사내 여러 부문에서의 근무가 나의 원에 의해서 옮겨진 바는 거의 없었다.

상황이 만들어졌고, 상대가 함께하기를 희망했고, 조직의 필요에 의해 보내졌던 것이다.


그 과정 특히 새로운 일에 적응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그 누구보다 많은 고민의 시간들이 있었음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무슨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보다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남을 것인가에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 함이 아닌 됨의 과정중에 역시 필요하다면, 적절한 역할은 수행하게 될 것이겠다.

그 범위 내에서 무언가를 하고 지낼 것이다.

스스로에게 누차 강조하지만, ‘함(to-do)에 방점이 있기보다는 됨(to-be)에 중심을 두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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