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중국 개혁 개방』 3부작 (조영남)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텐안먼 사건』
책장 정리 여섯 번째 글.
앞선 글에서는 마이클 돕스의 냉전 3부작 『1945』, 『1962』, 『1991』에 이어
한명기의 『역사평설, 병자호란』두 권을 통해 한반도 주변에서의 세력변동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그 세 번째로는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개혁 개방"을 본격적으로 다룬 정치학자 조영남이 저술한 『중국 개혁 개방』 3부작이다. ➊『개혁과 개방』, ➋『파벌과 투쟁』, ➌『텐안먼 사건』으로 구성된 학술서를 정리한다.
소비에트 연맹(소련) 지도자로 등장한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페레스트로이카)과 개방(글라스노스트)을 추진하며 공산주의 체제를 변화시키려 했으나, 그의 개혁은 실패하였고 경제 위기까지 더해져 그 영향으로 1991년 소련은 15개 공화국으로 분리되었다. 이는 실질적인 냉전의 종식을 고하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비슷한 시기, 중국은 1976년 마오쩌둥의 사망과 문화대혁명(1966~1976)으로 인해 정치·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겪었다. 이후 등장한 덩샤오핑은 1978년 열린 중국공산당 제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 글은 그 이후 중국의 정치적 변화 과정을 추적하며, 중국이 G2로 부상하고 2012년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목적하에 ’중국몽(中國夢, Chinese Dream)’을 선언하기까지의 흐름을 살펴본다. 조영남은 중국이 이러한 꿈을 꾸게 된 근원과 그것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조명한다.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을 살펴보자.
"중국은 어떻게 개혁 개방에 성공했을까?
지난 10년 동안 나는 이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해 왔다. 21세기에 들어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이는 중국이 30여 년 동안 추진해 온 개혁 개방이 성공한 결과다. 그렇다면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는 실패한 개혁 개방을 중국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정치학자로서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을까?
몇 년간의 연구를 통해, 정치적인 측면에서 중국만이 개혁 개방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소를 세 가지 추려 낼 수 있었다.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하는 강력하고 통찰력 있는 정치 리더십의 형성, 효과적인 정치제도의 수립과 유능한 당정간부의 충원, 적절하고 실현 가능한 개혁 전략과 정책의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즉 중국은 이러한 정치적 요소들을 갖추었기 때문에 개혁 개방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일이다." <서문 중에서>
이러한 '설명'을 하기 위해 "저자가 직접 밝힌 책의 구성 내용"은 아래와 같다.
1권 『개혁과 개방은 1976 년 마오쩌둥의 사망에서부터 1982년 공산당 12차 당대회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에 중국은 통치 엘리트의 합의와 전 국민의 지지 속에서 개혁 개방을 시작했다. 또한 개혁 개방을 지도할 새로운 리더십인 덩샤오핑 체제가 확립되었다.
2권 『파벌과 투쟁』은 1983 년부터 1987년 공산당 I3차 당대회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이 시기에는 정치 엘리트 사이에 개혁 개방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본격적으로 표출되면서 '개혁파'와 '보수파'라는 파벌이 형성되었다. 또한 반체제 지식인이 등장하여 민주화를 위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공산당과 대립했다. 이런 과정에서 개혁파의 선봉장이었던 후야오방이 보수파의 맹공을 받아 실각했다.
3권 『톈안먼 사건』은 1988년부터 1992년 공산당 14차 당대회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여기서는 1989년에 발생한 톈안먼 사건과 1992년에 있었던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서문 중에서>
(남순강화: 1992년 덩샤오핑이 중국 남부의 우창(武昌),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상하이(上海) 등 경제특구와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혁개방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을 일컬음_편역자 주)
중국의 부상과 이에 따른 미국의 견제가 촉발한 양대 세력 간의 경쟁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오늘날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따라서 양국의 핵심 정책과 비전을 살펴보는 것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예상보다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시대적 상황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반드시 읽고 깊이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세력의 역학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 세 차례(냉전, 병자호란, 중국의 개혁개방) 정리하는 과정이 글쓴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께서도 함께 고민하며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하시길 기원한다.
조영남 교수의 중국 개혁 역사 분석: 『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텐안먼 사건』
『개혁과 개방』, 『파벌과 투쟁』, 『텐안먼 사건』은 중국 개혁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며, 특히 덩샤오핑 시대를 중심으로 한 개혁개방 정책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공산당 내부의 권력 투쟁을 조명하고 있다. 본 글에서는 각 저서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고, 주요 사례를 참고하여 중국 현대사의 주요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은 어떻게 개혁 개방에 성공했을까?' (저자가 밝히 내용)
경제적 성공요소
▪︎ [중국의 현명한 경제 발전 전략의 선택] (린이프 베이징대학 교수) : 중국이 마오쩌둥 시대의 중공업 우선 발전 전략을 버리고 비교우위 발전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개혁 개방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
▪︎ [자본주의적 요소의 적극적 실행] (황하성 MIT 교수) : 1980년대에 농촌 지역부터 사영기업의 발전, 금융자유화, 사적 소유권의 보장 등 자본주의적 제도가 시행되면서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봤다.
▪︎ [세 가지 요소의 독특한 역사적 결합] (베리 노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 : 이로 인해 중국이 극적인 경제성장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 높은 투자율과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 등의 '구조적 특징'
- 시장의 역할과 국가의 개입을 적절히 활용한 '점진적 개혁 전략 등의 이행 특징'
- 고도로 상업화되고 기업가적 기질이 '풍부한 전통사회의 부활'
정치적 성공요소
① 강력한 정치 리더십 (개혁 개방을 결정하고 지도했던 강력하고 통찰력 있는 리더십)
② 효과적인 정치제도와 유능한 당정간부의 등장
③ 적절하고 실현 가능한 개혁 개방의 정책
위와 같은 저자의 평가를 각 권의 내용을 통해 살펴본다.
제1권. 『개혁과 개방』: 개혁의 시작과 초기 성과
시기와 배경 (1976년 마오쩌둥 사망 이후부터 1982년 공산당 12차 당대회까지)
마오쩌둥 사망 후 중국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적 침체에 빠져 있었다. 화궈펑(華國鋒)이 마오쩌둥의 후계자로 권력을 장악했으나, 그의 통치 능력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덩샤오핑은 실용주의 노선을 내세우며 권력을 장악하고, 경제 회복과 현대화를 목표로 한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주요 내용
▪︎ 덩샤오핑의 실용주의 노선: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 철학을 내세웠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잡으면 좋은 고양이다"라는 말은 이념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중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 농업 개혁: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가구 단위 책임제를 도입하여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농민들에게 경작권을 부여하고 생산물 일부를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농촌 경제를 활성화했다.
농촌 책임제: 안후이성과 쓰촨성에서 시범적으로 시행된 농촌 책임제는 농업 생산량을 급격히 증가시켰으며,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는 농민들에게 자율성과 동기를 부여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 경제특구 설립: 선전(深圳), 주하이(珠海), 샤먼(廈門), 산터우(汕頭) 등에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한 특별한 세제 혜택과 규제를 완화한 경제특구를 설립했다. 이는 대외 개방 정책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선전 경제특구는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특별한 세제 혜택과 규제를 완화한 지역으로, 중국 개혁개방 성공의 상징적 사례이다. 선전은 이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발전하며 국제적인 기술 허브로 자리 잡는다.
덩샤오핑 체제가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했다는 점에서 초기 개혁은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된다. 그러나 초기 개혁은 도시와 농촌 간 불평등 문제를 심화시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제2권. 『파벌과 투쟁』: 권력 갈등과 민주화 요구
시기와 배경 (1983년부터 1987년 공산당 13차 당대회까지)
개혁개방 과정에서 개혁파와 보수파 간 갈등이 심화되었으며, 이는 정책 추진 속도와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울러 민주화 요구가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공산당 체제가 도전에 직면한 시기이기도 했다.
주요 내용
▪︎ 개혁파와 보수파 간 갈등: 덩샤오핑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는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며 경제 개혁을 추진했으나, 보수파는 전통적인 사회주의 노선을 고수하며 시장경제가 사회주의 체제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후야오방(胡耀邦)의 실각(1987): 후야오방은 학생 시위와 지식인들의 민주화 요구를 관대하게 처리했다는 이유로 보수파에 의해 축출되었다. 결국 덩샤오핑도 후야오방을 지지하지 못하고 그를 사임시키게 된다. 이는 민주화 요구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그의 축출은 공산당 내부 권력 투쟁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책에서는 정치 엘리트 간 권력 투쟁이 정책 방향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이는 이후 톈안먼 사건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민주화 요구에 대한 공산당의 강경 대응 방식은 체제 안정 유지와 자유 억압이라는 이중성을 드러냈다.
제3권. 『텐안먼 사건』: 민주화 운동과 체제 위기
시기와 배경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부터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까지)
후야오방 사망(1989년)이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사이에서 민주화 요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며 체제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주요 내용
▪︎ 톈안먼 민주화 운동 (1989년): 시위대는 부패 척결, 정치적 자유 확대 등을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집결했다.
.. "부패 척결", "민주주의 확대" 등을 요구하며 약 두 달간 톈안먼 광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 톈안먼 사건 진압: 리펑(李鵬) 총리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군대를 동원해 시위를 유혈 진압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는 국제 사회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는다.
▪︎ 덩샤오핑의 남순강화 (1992년): 톈안먼 사건 이후 보수파가 득세하며 경제 개혁 속도가 둔화되었으나, 덩샤오핑은 남부 지역 순회를 통해 개혁개방 정책을 재확인하고 속도를 다시 높였다.
.. 덩샤오핑은 광둥성과 선전 등 남부 지역을 순회하며 "개혁개방 없이 중국의 미래는 없다"고 강조했다.
톈안먼 사건이 중국 정치·사회에 미친 장기적 영향은 공산당 체제 유지와 정치적 자유 억압 강화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경제 개혁은 지속적으로 추진되며 중국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되었다.
종합
조영남 교수의 세 권의 저서는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중국 사회와 정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 체제의 작동 원리와 그 발전 모델은 오늘날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서도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손자는 그의 병법서에서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진서(晉書)』에는 이인위경(以人爲鏡) 즉 타인을 거울로 삼아 자신을 비추어 본다는 의미로, 상대를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문구가 전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If you know the enemy and know yourself, you need not fear the result of a hundred battles.” 전쟁과 경쟁에서 상대에 대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마키아벨리는 아는 것을 넘어 오히려 적을 가까이 두어야 그들의 행동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다고 까지 했다.
중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설정하고 싶다면, 허황된 중국 혐오발언이 아니라 그들을 속속들이 알아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관련 서적
1.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➊ 『개혁과 개방』, 조영남, 2016, 민음사
2.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➋ 『파벌과 투쟁』, 조영남, 2016, 민음사
3.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➌ 『텐안먼 사건』, 조영남, 2016, 민음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