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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의 구체성과 사실성만이 삶이고 사랑이다.

바른 읽기와 삶에 '적용하는' 독서

by KEN

학(學)은 반드시 습(習)을 동반해야 하고, 이는 지(知)에 머물지 않고 행(行)을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날이 저물어서, 마을과 강가를 어슬렁거리며 사람 사는 구석들을 기웃거릴 때, 쓴 글과 읽은 글이 모두 무효임을 나는 안다. 이 환멸은 슬프지 않고 신바람 난다. 나는 요즘 실물의 구체성과 사실성을 생각하고 있다. 실물만이 삶이고 실물만이 사랑일 것이다.

김훈은 2008년에 이렇게 쓴다. (주1)


책상머리에서 혹은 책 안에서 만의 사변적 담론이 무슨 의미이냐는 질문일터다.



바른 읽기와 삶에 적용하는 독서


“작품이 독자가 읽어내는 텍스트(readerly text)에 대응한다면, 텍스트는 독자가 써나가는 텍스트(writerly text)에 대응한다.” 문학비평에 있어 구조주의 혁명을 주도했던 롤랑 바르트가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했다는 말이다.

“작품은 독자가 ‘읽어내는’ 것이지만, 텍스트는 독자가 ‘채워 넣는’ 것이어야 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무언가를 읽는다는 것은, 그것을 써낸 사람의 것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양식에 따라 해석하고 읽은 것을 삶에 적용시키게 된다는 것"이겠다. 결국 ‘읽는’ 행위는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실존적으로 '작동'되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눈으로 좇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글을 접한다. 신문, SNS, 광고 문구, 그리고 때로는 오래된 철학자의 문장까지. 그러나 그 모든 읽기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읽느냐, 그리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느냐이다.


종종 ‘바른 읽기’라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바른 읽기란, 읽는 것을 삶 속에 녹여내는 과정이 아닐까? 단순히 글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얻은 가르침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것. 책을 덮은 후에도 그 문장이 내 안에서 살아 숨 쉬고,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읽기라고 믿는다.


예컨대, 공자의 말처럼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는 문장을 읽었다고 하자. 우리는 그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 말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삶 속에서 그 가르침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눈으로 스친 한 줄의 글일 뿐이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삶 속에서 경험할 때,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이치이겠다.


독서는 정적인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우리가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이다. 위대한 문장은 그것을 읽는 사람의 가슴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사고를 변화시키고, 삶을 변화시킨다. 읽고, 사유하고, 실천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른 읽기의 과정이다.


책을 읽고도 삶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거울 속 자신의 더러움을 보고서 자신의 얼굴이 아니라 거울을 닦는 것과 같다. 읽기는 곧 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오늘 읽은 한 문장이, 내일의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읽되, 삶에 적용하라.”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구절로,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습과 복습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

- 학문은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습과 실천을 통해 내면화하는 과정임을 강조.



학(學)은 반드시 습(習)을 동반해야 하고, 이는 지(知)에 머물지 않고 행()을 수반해야 한다는 의미까지를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알았다면, 행동하라!"

“행하지 않는 지식은 쓸모없고, 실천 없는 깨달음은 공허하다.”



성서 또한 우리에게 행함이 따르는 지식을 주문하고 있다.


"이와 같이 믿음에 행함이 따르지 않으면, 그 자체만으로는 죽은 것입니다."(야고보서 2:17)

"내 계명을 받아서 지키는 사람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요..." (요한복음 14:21)

"당신들은 이 규례와 법도를 지키십시오. 그러면 여러 민족이, 당신들이 지혜롭고 슬기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신명기 4:6)

"하나님 앞에서는 율법을 듣는 사람이 의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오직 율법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의롭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로마서 2:13)

"그러므로 내 말을 듣고 그대로 행하는 사람은, 반석 위에다 자기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고 할 것이다." (마태복음 7:24)



오늘도 바른 읽기와 쓰기를 실천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하며...




(주1) 『바다의 기별』 김훈 | 생각의나무 |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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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기별" 서문에서....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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