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주석 구약
■ 주석가 ㅣ 존 로저슨(John W. Rogerson), 구약학자, 성공회 사제
스가랴 1-8장 서문 요약정리
1. 저자와 역사적 배경
스가랴서는 주전 520년을 배경으로, 예언자 스가랴(잇도의 손자, 베레가의 아들)가 기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슥 1:1). 그는 바빌론에서 태어난 제사장 계열 인물이며, 바빌론에서 귀환한 잇도 가문의 제사장 스가랴(느 12:4, 16)와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형태의 스가랴 1-8장은 후대의 편집자가 연대를 덧붙이며 최종적으로 편집했을 가능성이 크다.
2. 문학적 특성과 장르 논의
스가랴 1-8장은 천사가 풀이해 주는 총 여덟 개의 환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은 ‘묵시(apocalypse)’ 장르와의 관련성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 유사 사례 비교
- 아모스 8-9장: 환상 존재, 천상적 해석자 없음.
- 다니엘 7장: 환상과 천상적 해석자 모두 존재.
그러나 ‘묵시’라는 장르 규정과 이를 특정 사회적 배경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자료의 특성을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자료의 구체적 특성 자체를 관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3. 역사적 상황과 신학적 의미
스가랴 1-8장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주전 540년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이 바빌로니아를 정복하여 유대인들이 바빌론 유배에서 귀환한 사건이다. 당시 유다는 완전히 빈 땅은 아니었으나, 예루살렘 성전은 폐허 상태였고 민족적 정체성과 정치적 조직화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페르시아의 유화 정책 덕분에 민족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재조직할 가능성이 열렸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가랴 예언이 등장했다. 연대가 다리우스 1세 시대(주전 521-486년)에 맞춰진 점에서 스가랴서는 친페르시아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는 민족의 재건을 하나님의 역사(특히 고레스를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뜻)로 본 구약 저자들의 일반적 관점과 일치한다.
스가랴 1-8장 주요 내용 요약
서문(1:1-6): 회개에 대한 촉구
- 예언자는 과거 조상들의 불순종과 그로 인한 심판을 상기시키며 현재 청중에게 회개를 촉구한다.
- 회개의 촉구는 당시 내부의 갈등, 특히 성전 재건 여부를 두고 갈등하는 상황을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첫 번째 환상(1:7-17): 기수들과 예루살렘의 회복
- 온 땅을 순찰한 기수들은 세상이 평안하다고 보고한다.
- 천사의 중재 기도로 인해 하나님이 예루살렘에 자비를 베풀고 성전 재건과 민족의 회복을 약속하신다.
두 번째 환상(1:18-21): 네 뿔과 네 대장장이
- 네 개의 뿔은 유다를 압제한 민족(앗시리아, 바빌론, 페르시아 등)을 상징할 가능성이 있다.
- 네 대장장이는 페르시아를 포함한 유다의 압제자들을 물리친 세력을 상징할 수 있다.
세 번째 환상(2:2-5): 측량줄과 성벽 없는 예루살렘
- 측량줄을 가진 남자가 나타나 성벽 재건을 주장하지만, 천사는 예루살렘에 물리적 성벽이 필요 없으며 하나님이 직접 보호하신다고 선언한다.
막간 신탁(2:6-13): 바빌론의 유배민 귀환 촉구
- 유배민의 귀환을 촉구하며, 하나님이 유다를 괴롭힌 민족에게 벌을 주시고 다른 민족들도 하나님 백성에 합류할 것을 예고한다.
네 번째 환상(3:1-10): 대제사장 여호수아와 새싹
- 다른 환상들과 달리 실제 인물인 대제사장 여호수아가 등장하며, 새 성전과 제사장직의 정당성을 천상적 법정을 통해 입증한다.
- ‘싹(새싹)’이라는 왕적 인물의 도래를 예고하여 왕정 회복과 새 시대 도래를 암시한다.
다섯 번째 환상(4:1-14): 등잔대와 두 감람나무
- 등잔대는 하나님의 임재를 나타내며, 두 감람나무는 ‘기름부음 받은 두 사람’으로서 스룹바벨과 여호수아 또는 미래의 통치자와 제사장으로 이해된다.
- 성전 재건이 하나님의 영에 의해 완성될 것을 강조한다.
여섯 번째 환상(5:1-4): 날아가는 두루마리
- 거대한 두루마리가 도둑질과 거짓 맹세의 죄를 지적하며, 도덕적 정화를 암시한다.
일곱 번째 환상(5:5-11): 에바 속의 여자
- 여자는 악을 상징하며 유다 땅에서 바빌론(시날)으로 옮겨짐으로써 유다의 정화를 상징한다.
여덟 번째 환상(6:1-8): 네 병거의 환상
- 네 병거는 하나님의 주권과 권위를 나타내며, 하나님이 세계를 다스리시고 궁극적으로 유다의 운명을 결정하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역사적 부록(6:9-15): 왕관의 상징 행위
- 여호수아(또는 스룹바벨)에게 왕관을 씌우는 행위는 미래의 왕적 인물(싹)의 도래를 예고하거나 당시의 인물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행위로 이해된다.
금식 논의(7:1-14; 8:18-19)
- 예루살렘 함락과 관련된 금식 행위의 참된 의미는 종교적 행위가 올바른 동기와 진실된 마음으로 행해질 때만 의미 있음을 강조한다.
예루살렘의 미래(8:1-17; 8:20-23)
- 예루살렘의 번영과 평화의 회복을 약속하며, 성전 재건이 미래적 번영을 가져올 것임을 예언한다.
- 예루살렘이 모든 민족에게 매력적이며 세계의 희망과 평화의 중심이 될 것을 예고한다.
이와 같이 스가랴 1-8장은 환상을 통해 유다 공동체의 회복과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강조하며, 성전 재건을 중심으로 민족적·종말론적 희망을 담아내고 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