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들의 방해와 극복
성경연구주석 구약
■ 주석가 ㅣ 레스터 그랩 (Lester L. Grabbe), 유대교 역사 및 히브리 성경학자
산발랏과 그 동료들의 반대 (느헤미야 4:1–23 / 히브리어 성경 3:33–4:17)
느헤미야에 대한 반대 세력의 정체
본문에서는 산발랏을 “호론 사람”, 도비야를 “암몬 사람이며 종”, 게셈을 “아라비아 사람”이라 소개하고 있습니다.(느 2:19)
이들은 외국인이며 신분이 낮은 자들로 묘사되어, 독자에게 이들이 전형적인 악당으로 인식되게 합니다.
그러나 고고학적 자료 및 고대 문서들에 따르면, 산발랏은 사마리아의 공식적인 페르시아 총독이었고, 도비야는 요단강 동편의 유력한 유대 귀족 가문 출신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게셈은 아라비아 지역의 지방 왕 혹은 족장으로, 단순한 무법자가 아니라 정치적 실권자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의 동기와 느헤미야의 대응
반대 세력의 동기는 명확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지만, 예루살렘 재건을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염려한 것일 수 있습니다.
유다가 본래 사마리아의 행정 관할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산발랏과 동료들은 예루살렘 재건에 대해 행정적 관심을 가질 수도 있었습니다.
느헤미야는 외부 간섭을 철저히 차단하려 했고, 외적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여 무장 및 경계를 강화하였습니다.(느 4:9, 16–23)
공동체 내부의 갈등과 느헤미야의 개혁 (느헤미야 5:1–19)
경제적 억압과 사회적 위기
본문에서는 기근과 높은 세금으로 인해 백성들이 자녀를 종으로 팔아야 할 지경에 이른 상황이 묘사됩니다.(느 5:1–5)
- 이는 출애굽기 21장, 레위기 25장, 신명기 15장 등에 규정된 율법에 어긋나는 행위였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동족을 항구적인 종으로 삼을 수 없었으며, 이자를 취하는 금전 대부도 금지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율법이 이상적 원칙으로만 존재했는지, 아니면 실제로도 어느 정도 사회에 작용했는지를 의문케 합니다.
느헤미야의 개입과 도덕적 권위
느헤미야는 귀족들과 고관들을 공개적으로 꾸짖고(느 5:7), 자신은 백성에게서 이자나 세금을 취하지 않았다고 밝힙니다.(느 5:10–11)
또한 본인의 자비로 사람들을 먹이고, 다른 지역에 팔려간 동족을 되사온 사례를 언급하며 귀족들에게 회개와 실천을 촉구하였습니다.(느 5:8, 17)
느헤미야는 총독으로서 누릴 수 있었던 세금 징수권을 포기하였고(느 5:14–18), 당시 150명의 사람에게 식사를 제공한 사실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본문에서는 그의 재정적 후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으며, 이는 후대 독자에게 의문을 남깁니다.
다시 고조되는 외부 및 내부의 위협 (느헤미야 6:1–19)
외부 세력의 책략과 고발
산발랏, 도비야, 게셈은 느헤미야에게 은밀한 만남을 제안하며 암살 혹은 납치 가능성을 엿보였고(느 6:2), 실패하자 반역 혐의로 고발하려 하였습니다.(느 6:6–7)
이는 에스라 4장에서 유다와 베냐민의 대적들이 예루살렘 재건을 방해하기 위해 페르시아 왕에게 보낸 고발장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예언자들과 내부 반대자들
스마야라는 예언자가 은밀한 장소에서의 만남을 제안하였고(느 6:10), 느헤미야는 그가 매수된 자라고 판단했습니다.(느 6:12)
여선지자 노아다 및 기타 예언자들 또한 느헤미야를 반대한 것으로 보이며(느 6:14), 이에 대해 일부 학자들은 느헤미야가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동시에 본문은 느헤미야를 지지하는 예언자들도 있었음을 시사하며(느 6:7), 당시 예언자들 사이에도 의견의 분열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도비야와 유대 귀족들 사이의 관계
느헤미야 6:17–19에서는 도비야가 유대 귀족들과 혼인 및 친족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였음이 드러납니다.
유대 귀족들은 성벽 재건을 지지하면서도 도비야와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였고, 느헤미야는 이를 도비야의 악의로 간주하였습니다.
만일 귀족들과 도비야가 느헤미야의 계획 전체가 아니라 일부 정책의 급진성에만 이견을 가졌던 것이라면, 이는 느헤미야가 온건한 반대도 수용하지 않으려 한 정황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 평가
느헤미야서 본문은 대부분 느헤미야 당사자의 관점에서 기록되었으며, 반대자들에 대한 묘사는 매우 편향적일 수 있습니다.
산발랏, 도비야, 게셈 등은 단순한 반역자가 아닌 페르시아 제국의 관리이자 지역 지도자들이었으며, 그들의 반대는 행정적 또는 정치적 정당성을 가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느헤미야 총독은 뛰어난 도덕성과 개혁 정신,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었지만, 동시에 타인의 동기를 신중히 해석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경계한 점도 발견됩니다.
외부와 내부의 위협 속에서 느헤미야 총독의 지도력은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나, 그의 판단이 항상 객관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