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느헤미야 (8-10장)
에스라 전승의 독립적 성격과 주요 특징
성경연구주석 구약
느헤미야
■ 주석가 ㅣ 레스터 그랩 (Lester L. Grabbe), 유대교 역사 및 히브리 성경학자
느헤미야 8-10장은 전체 느헤미야서 가운데 독특한 특성을 갖습니다. 이 장들에서 주된 초점은 느헤미야가 아니라 에스라에게 맞추어져 있으며, 문헌적·역사적 관점에서 독립된 에스라 전승이 나중에 느헤미야 전승과 통합된 흔적을 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에스라의 율법 낭독과 그 의미(8장)
느헤미야의 부재와 에스라 중심성
느헤미야는 8:9을 제외하면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이마저도 후대의 삽입으로 간주된다. 이는 본문이 본래 에스라 전승에 속했음을 암시한다.
느 8:1-12과 비슷한 본문이 에스드라스 1서(9:37-55)에 병행되어 있다.
율법 낭독의 배경과 역사적 의미
에스라의 율법 낭독(느 8:1-8)은 유대교에서 오경의 권위 및 율법의 공적 낭독 전통 형성에 중요한 본문으로 여겨져 왔다.
본문의 모임과 율법 낭독이 후기의 ‘회당’ 개념과 연결되곤 했으나, 역사적으로 볼 때 본문의 사건은 후대의 회당 예배와는 별개이며, 오히려 후대의 관습을 본문에 투영한 결과이다.
8:8에서 언급된 율법 낭독이 아람어 번역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히브리어는 당시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언어였으며, 히브리어 본문을 아람어로 번역하는 관습은 후기 유대교 시대로부터 발견된다.
율법 낭독의 절기적 배경
본문의 율법 낭독 시점(7월 1일)은 초막절(7월 15-22일)과는 다르다. 따라서 신명기 31장의 율법 낭독 규정과는 직접적인 병행을 이루지 않는다.
7월 1일(나팔절)이 유대교의 신년과 연결되는 배경에는 논쟁이 있다. 나팔절의 기원은 구약의 수확 축제와 관련되어 있다(참고: 출 12:2, 레 23장, 신 16장).
죄의 고백과 회개의 날 선포(9장)
느헤미야의 부재와 다시 나타난 에스라
9장에서도 에스라는 중심 인물이 되며, 느헤미야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8장과 마찬가지로 본문이 에스라 전승에서 비롯된 독립된 자료임을 보여준다.
회개의 성격과 이유
초막절 직후 백성들은 금식과 회개의 날을 선포했으나, 그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다.
회개는 자신들의 죄뿐만 아니라 조상들의 죄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성격을 띤다.
이방인들과의 단절은 에스라 9-10장과 동일한 맥락을 갖고 있으며, 이는 에스라 전승에서 자주 강조된 주제다. 그러나 느헤미야기와의 연대 문제로 인해 역사적 혹은 문헌적 논란을 야기한다.
에스라의 기도(9:6-37)의 역사관
에스라의 긴 기도는 이스라엘 역사를 죄악과 불순종의 연속으로 해석하며, 신명기적 역사관을 따른다. 즉, 신명기학파의 전형적 시각(이스라엘의 반복된 타락과 회복, 이방인과의 혼합 문제 등)을 반영한다.
기도 속에서 언급된 ‘이방인들’은 실제 가나안 원주민이라기보다 포로기 이후 유대 공동체가 배제한 잔류 유대인들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페르시아 지배에 대한 이중적 평가(9:36-37)
본문은 유대 공동체가 페르시아 통치 아래 사실상 노예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좌절감을 드러내며, 이는 일반적으로 친페르시아적 태도를 보이는 에스라-느헤미야의 기록과는 다소 모순되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방인과의 단절을 위한 언약(10장)
편집적 결합과 의미 변화
원래 느헤미야 9장에 나타난 회개의 날은 일반적 성격을 지녔으나, 10장과 결합되면서 이방인과의 결혼 문제와 연결된 해석이 추가된다.
10장은 이방인들과의 결혼 금지라는 문제를 다루는 서약을 중심으로 한다. 이는 에스라 10장과 유사한 내용이며, 전승적 변형이나 반복으로 보인다.
느헤미야 전승으로의 전환
10장의 서명된 언약 목록은 느헤미야가 중심 인물로 등장하며, 에스라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시 느헤미야 전승의 특징을 보여주는 전환점을 나타낸다.
언약의 실천적 내용과 제사장직 지원
안식일 준수, 안식년의 실천, 그리고 제사장과 레위인의 재정적 지원에 관한 구체적 규정들이 담겨 있다.
성전을 위한 1/3 세겔의 납부는 구약에서 이곳에 처음 나타난 규정이며, 나중에 후대 유대교에서 발전된 성전세(1/2 세겔)의 기초가 된다.
제사장과 레위인, 그리고 특히 노래하는 자와 문지기들에게 물질적 지원을 보장하는 규정들은 역대상하 및 에스라-느헤미야서에서 발전된 특징적 전통이다.
정리
느헤미야 8-10장은 본래 느헤미야의 역사적 맥락과 분리된 에스라 전승의 독자적 성격을 강하게 보여주며, 오경 율법의 공적 수용, 공동체의 정화와 재정 지원 규정의 발전 등 후기 유대교 전통 형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본문이다. 본문의 독특한 성격과 문헌적 문제들은 에스라-느헤미야 문헌 연구에서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