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연구주석 구약
■ 주석가 ㅣ 레스터 그랩 (Lester L. Grabbe), 유대교 역사 및 히브리 성경학자
에스라의 직무와 권한(7장)
에스라서 7장은 서기관이자 제사장인 에스라의 가계와 직무를 소개하며 새로운 단락을 시작합니다. 1-6장에서는 예루살렘 공동체가 성전과 제의를 회복하며 희망을 품게 되었으나, 7장부터 공동체는 새로운 위기를 겪습니다. 이 위기를 해결할 주인공은 바로 에스라입니다(7:1-10).
그는 제사장으로서 아론의 후손이며, 모세의 율법에 능숙한 학자입니다(7:6). 페르시아의 왕 아닥사스다 제7년에 예루살렘으로 귀환하죠(7:7-8). 역사적으로 이 왕이 아닥사스다 1세(기원전 458년)인지 2세(기원전 398년)인지 논란이 있지만, 본문의 핵심은 역사적 연대기보다는 두 단락(1-6장과 7-10장)을 연결하는 문학적 역할로 보는 것이 타당하겠습니다(7:7-8).
7장 후반부(7:11-26)는 페르시아 왕의 칙령을 제시하는데, 이는 에스라에게 놀라운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 조서는 에스라가 왕과 일곱 자문관의 지원을 받아 유다로 돌아가 성전을 위해 은금을 자유롭게 관리하고, 세금 면제를 받으며, 율법을 어긴 자들을 처벌할 권한까지 부여받았다고 합니다(7:11-26). 역사적 진위를 판단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신학적으로 페르시아 왕조차도 하나님 섭리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죠. 다만 에스라가 실제로 이런 광범위한 권력을 행사했는지는 불분명하며, 이는 신학적·문학적 강조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입니다.
예루살렘으로의 귀환과 하나님의 섭리(8장)
8장은 에스라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상세한 목록과 귀환 여정을 보여줍니다. 처음 귀환한 사람들의 목록은 2장과 유사하게 제사장, 레위 사람, 일반 이스라엘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8:1-14). 특히 에스라는 레위인이 부족함을 발견하고, 가시뱌 지방에서 레위인들과 성전 일꾼들을 추가로 동참시킵니다(8:15-20).
주목할 점은 페르시아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에스라가 군사적 보호를 요청하지 않고 오로지 하나님의 보호에만 의지했다는 사실입니다(8:21-23).
이는 에스라기의 핵심 신학적 주제로, 인간적인 힘보다는 하나님의 섭리를 더욱 강조하기 위함이겠습니다. 막대한 양의 성전 보물을 운반하는 동안 군대 호송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현실적으로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저자는 이를 통해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부각시키고자 합니다(8:24-30).
예루살렘에 도착한 후, 에스라는 모든 보물을 성전 책임자들에게 넘기며 무사히 귀환을 완료합니다. 그는 많은 희생 제물을 바쳐 마치 성전과 제의를 새롭게 확립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미 성전이 작동하고 있었기에, 다소 초현실적인 인상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8:31-35). 또한 에스라는 페르시아 왕이 부여한 권력을 총독들에게 전달하나, 이후에는 그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섭리만을 의지하는 신학적 관점이 강조된다고 하겠습니다(8:36).
혼혈 결혼 문제의 발생과 해결(9-10장)
9장과 10장은 예루살렘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심각한 문제인 이방인과의 혼혈 결혼을 다룹니다. 9장에서 지도자들과 일반 백성이 이방인과 결혼했다는 소식은 에스라를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지게 합니다(9:1-3). 흥미로운 점은 에스라가 자신에게 부여된 강력한 권력을 사용하여 신속하게 사법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대신 기도와 금식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입니다(9:3-15). 이 기도는 역사적 전통에 따라 이스라엘 공동체의 죄를 고백하고 하나님께 자비를 간구하는 형식입니다.
10장에서는 백성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을 제안하고 추진합니다. 특히 스가냐가 중심이 되어, 백성들이 스스로 결혼한 이방 아내와 자녀를 내보내기로 맹세합니다(10:1-8). 공동체는 조직적으로 처리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죠(10:9-17). 에스라는 이 과정에서 직접 권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신학적·종교적 지도자로서의 역할에 머무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혼혈 결혼자들의 명단이 제시되는데(10:18-44), 그 숫자는 앞에서 제시된 심각성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이는 전체적인 문제의 심각성보다는 공동체의 순결성과 하나님의 율법에 충실함을 강조하는 상징적이고 교훈적인 의도가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흥미롭게도 이혼당한 여자들과 아이들의 이후 상황은 전혀 언급되지 않으며, 이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매우 엄격하고 잔혹하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에스라기는 이러한 어두운 해결책으로 끝을 맺으며, 독자들에게 혼혈 결혼이 공동체에 미치는 위협을 강조하며 경고합니다. 이어지는 느헤미야서에서 이러한 어두운 결말이 완화될 여지가 암시되기도 합니다.
신학적·문학적 결론
에스라 7-10장은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는 신학적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나님은 에스라라는 지도자를 세워 포로기 이후의 유대 공동체를 보호하고 율법 중심의 신앙 공동체로 회복시키십니다. 에스라에게 부여된 과장된 권력은 실제 역사보다는 하나님 섭리의 능력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 보는 것이 적절하겠습니다. 에스라는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기보다 오히려 금식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의 능력에 의지하며 공동체를 인도합니다. 이를 통해 에스라서는 공동체의 순결성, 율법에 대한 충실함, 인간의 힘보다는 하나님의 섭리와 은혜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