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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 욥기 (서론)

주석 정리 : 캐서린 델

by KEN

어떤 책을 먼저 정리해야 할지 여러 차례 망설였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접근하지 않았던 외경들을 하나씩 천천히 다뤄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시편을 한 편씩 깊이 있게 공부해볼까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건넨 “기도를 하려거든 ‘시편’처럼 하라”는 말이나, “시편은 인간의 희로애락뿐 아니라 사랑과 저주에 이르기까지, 한 사람이 평생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담아낸 보물이다”라는 조언이 내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입니다. 기도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신앙의 선배들이 걸어갔던 기도의 길을 제대로 따라가 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아 떠나지 않았던 책은 『욥기』였습니다.


욥기를 읽을 때마다 언제나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그것은 욥을 둘러싼 하나님이나 주변 인물들의 관점 때문이 아니라, 오직 ‘자연인 욥’의 관점으로 그 책을 마주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특별히 큰 불만이나 불평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그토록 가혹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늘 마음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질문을 풀지 않고서는 다른 어떤 책도 제대로 마주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욥기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욥기의 표면적 이야기와 구조


욥기는 표면적으로는 종교적으로 의롭고 부유한 욥이라는 사람이 갑작스러운 재난과 질병으로 인해 극심한 고통을 당하고, 친구들과 하나님과의 논쟁을 통해 고난의 이유를 찾고자 애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욥은 최종적으로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일정한 만족감을 얻으며, 잃었던 모든 것들을 두 배로 회복하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나 욥기는 이처럼 단순한 도덕적 이야기를 넘어서 훨씬 복합적이고 심오한 주제들과 구조적 문제들을 제기한다.


욥기의 연대 및 역사적 배경


욥기는 일반적으로 바벨론 포로기 이후 시기(기원전 6세기~4세기경)에 기록된 것으로 본다. 이 시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포로 생활 후 본국으로 귀환하여 삶과 성전을 재건하면서 신학적으로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한 때였다. 전통적으로 모든 고통이 죄에 대한 벌이라는 개념이 문제시되던 시기이며, 욥기는 이런 맥락에서 지혜 문헌으로 분류된다.


문학비평적 쟁점들


욥기의 구조는 문학적·비평적 쟁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 산문체의 '뼈대 이야기'(frame story, 1-2장, 42장)가 대화체의 '중심부'(3-41장)를 감싸고 있는데, 이 두 부분 간의 시대적 차이 및 문체적 차이가 크다.

- 욥기의 중심부 대화에서는 문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어긋나 보이는 요소들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 28장의 지혜 찬미는 욥기의 본래 부분인지, 혹은 후대 추가된 독립적 자료인지 논란의 대상이다.

- 엘리후의 연설(32-37장)은 주요 논쟁에서 겉돌면서 후대에 삽입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욥이라는 인물의 역사성 문제


욥이 역사적인 인물인지 아니면 문학적, 상징적 인물인지는 중요한 논쟁이다.

- 욥은 에스겔서(겔 14:14, 20)에서 노아와 다니엘과 함께 경건의 모델로 언급되었기에, 이스라엘 전통에서 역사성을 가진 실제 인물로 여겨졌다는 견해가 있다.

- 그러나 욥의 이야기에는 민담적 요소와 상징적 숫자들이 많아 문학적·상징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욥기의 신학적 주제와 해석학적 접근 방식들


욥기는 복잡한 신학적 문제들을 제기하며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1) 사욕 없는 의 (Disinterested Righteousness)의 문제

- 하나님과 사탄의 내기를 통해 욥의 신앙이 보상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신앙심인지 시험하는 것이 주요 주제로 제시된다(1-2장).

- 이 해석에서는 욥의 마지막 보상은 필연적인 결말이다.


(2) 전통적 지혜와 보상 문제에 대한 도전

- '중심부'의 욥과 친구들 간의 논쟁(3-31장)이 강조된다.

- 욥의 친구들은 모든 고난이 죄의 결과라는 기존의 지혜를 옹호하지만, 욥은 이를 강력히 부정하고 자신은 무죄하다고 주장한다.

- 하나님의 답변(38-41장)은 인간이 하나님의 계획을 다 알 수 없음을 드러내며 욥과 친구들 모두의 논리를 초월한다.


(3) 인간과 하나님 간의 관계성의 문제

- 욥과 하나님의 관계, 신앙인의 실존적 고민에 초점을 둔 해석이다.

- 욥은 전통적 방식으로 하나님을 이해할 수 없었고, 결국 하나님과 직접적 대면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42장).

- 욥의 회개는 하나님의 절대적인 주권지혜 앞에서의 겸손한 수용을 나타내며, 이는 욥기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지혜문학으로서 욥기의 의의와 주변 문화와의 연관성


욥기는 이스라엘의 전통적 지혜 문학(잠언, 전도서 등)과는 다른 반항적 지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인간 조건과 무고한 자의 고난이라는 주제는 고대 근동(바빌로니아의 신정론 문헌)과 그리스 비극(프로메테우스 등)의 문학에서도 유사하게 등장하는 보편적 주제이다. 따라서 욥기는 이스라엘 문화뿐 아니라 국제적 지혜 전통과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최근 학계의 연구 경향과 통일성 문제

- 18세기 이래로 욥기는 원자료와 후대 편집을 구별하여 연구하는 비평적 접근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통일된 하나의 작품으로서 욥기를 이해하려는 반작용도 등장하고 있다.

- 중간적 입장으로, 욥기를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보되 서로 다른 장르와 전승을 의도적으로 결합한 문학적 기교로 읽는 방법론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양한 현대적 읽기 방식들


최근의 욥기 연구는 해석자의 관심사와 위치에 따라 욥기의 해석이 다양하게 나타남을 인식하고 있으며, 페미니스트적, 자유주의적, 채식주의적 관점 등 다양한 해석 방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에는 욥기의 장절과 신학적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들어가 보겠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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