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욥기 (지상에서 이루어진 장면들)

욥기 1:1-5, 13-22; 2:8-13; 42:7-17

by KEN

성경연구주석 구약

욥기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지상에서 이루어진 장면들(1:1-5, 13-22; 2:8-13; 42:7-17)


욥의 인물 소개와 경건한 삶 (욥기 1:1–5)


욥기의 서두는 본문의 전체 구조와 신학적 중심 문제를 함축하는 인물 묘사로 시작됩니다. 욥은 “우스 땅에 살던 사람”으로 소개되며, “온전하고 정직하여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에서 떠난 자”(욥 1:1)로 묘사됩니다. 이 네 가지 형용구는 지혜 문헌에서 이상적인 인간상을 나타내는 데 쓰이는 표현으로,

[욥1:1] 우스라는 곳에 욥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흠이 없고 정직하였으며,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잠언(2:21; 3:7; 28:10)과 시편(37:37)과의 관련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잠2:21] 세상은 정직한 사람이 살 곳이요, 흠 없는 사람이 살아남을 곳이기 때문이다.
[잠3:7]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지 말고, 주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여라.
[잠28:10] 정직한 사람을 나쁜 길로 유인하는 사람은 자기가 판 함정에 빠지지만, 흠 없이 사는 사람은 복을 받는다.
[시37:37] 흠 없는 사람을 지켜보고, 정직한 사람을 눈여겨보아라.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미래가 있으나,


이는 욥이 단순히 도덕적으로 선한 인물이 아니라, 고대 이스라엘의 지혜 전통이 높이 평가하는 모범적인 인간, 즉 ‘지혜로운 의인’의 표상이었음을 시사합니다.


“우스”라는 지명은 애가 4:21에서는 에돔과 관련되어 나타나지만, 예레미야 25:20에서는 에돔과 분리되어 언급됩니다. 위치는 명확하지 않지만, 남쪽 혹은 동남쪽 지역에 있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욥이라는 인물의 비이스라엘적 배경을 암시합니다. 이는 욥기의 신학이 민족 경계를 넘어 인류 보편적 질문―고통, 의로움, 하나님의 정의―에 다가가려는 보편성을 지녔음을 암시합니다.

[애4:21] 우스 땅에 사는 딸 에돔아, 기뻐하며 즐거워할 테면 하려무나.
[렘25:20] 이집트에 사는 여러 족속과, 우스 땅의 모든 왕과, 블레셋 땅의 모든 왕과, 아스글론과 가사와 에그론의 주민과, 아스돗에 남아 있는 주민과,


욥의 자녀(일곱 아들, 세 딸)는 고대 근동에서 완전수로 여겨졌고, 그의 재산(가축과 종의 수)은 그가 번영의 정점에 있음을 보여 줍니다(욥 1:3). 그는 자녀들의 잔치가 끝난 후에 “혹시 자녀들이 마음으로 하나님을 배반했을까 염려하여”(욥 1:5) 번제를 드렸습니다. 이는 욥이 단지 의례적 신앙인이 아닌, 자발적이고 내면적인 경건을 실천하는 자임을 보여 줍니다.

[욥1:3] 양이 칠천 마리, 낙타가 삼천 마리, 겨릿소가 오백 쌍, 암나귀가 오백 마리나 있고, 종도 아주 많이 있었다. 그는 동방에서 으뜸가는 부자였다.
[욥1:5] 잔치가 끝난 다음날이면, 욥은 으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자식들을 생각하면서, 그들을 깨끗하게 하려고, 자식의 수대로 일일이 번제를 드렸다. 자식 가운데서 어느 하나라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라도 하나님을 저주하고 죄를 지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잔치가 끝나고 난 뒤에는 늘 그렇게 하였다. 욥은 모든 일에 늘 이렇게 신중하였다.


첫 번째 시련: 재앙의 연속 (욥기 1:13–22)


이 장면은 하늘 법정에서 사탄과 하나님 사이의 대화(욥 1:6–12) 이후, 하늘에서 결정된 시험이 지상에서 실현되는 장면입니다. 내러티브는 대조적 평화(자녀의 잔치)에서 갑작스러운 파국으로 전환됩니다. 네 명의 사자가 연이어 등장하여 욥에게 재앙을 전하며, 그 내용은 점차 심화됩니다.

[욥1:6-12] 6 하루는 하나님의 아들들이 와서 주님 앞에 섰는데, 사탄도 그들과 함께 서 있었다. 7 주님께서 사탄에게 "어디를 갔다가 오는 길이냐?" 하고 물으셨다. 사탄은 주님께 "땅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오는 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8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 종 욥을 잘 살펴보았느냐? 이 세상에는 그 사람만큼 흠이 없고 정직한 사람, 그렇게 하나님을 경외하며 악을 멀리하는 사람은 없다." 9 그러자 사탄이 주님께 아뢰었다. "욥이,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겠습니까? 10 주님께서, 그와 그의 집과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울타리로 감싸 주시고, 그가 하는 일이면 무엇에나 복을 주셔서, 그의 소유를 온 땅에 넘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 11 이제라도 주님께서 손을 드셔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치시면, 그는 주님 앞에서 주님을 저주할 것입니다." 12 주님께서 사탄에게 말씀하셨다.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네게 맡겨 보겠다. 다만, 그의 몸에는 손을 대지 말아라!" 그때에 사탄이 주님 앞에서 물러갔다.


첫 번째, 스바 사람들의 침입 – 소와 나귀를 빼앗고 종들을 살해함 (욥 1:14–15)

[욥1:14-15] 14 일꾼 하나가 욥에게 달려와서, 다급하게 말하였다. "우리가 소를 몰아 밭을 갈고, 나귀들은 그 근처에서 풀을 뜯고 있는데, 15 스바 사람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가축들을 빼앗아 가고, 종들을 칼로 쳐서 죽였습니다."


두 번째, 하늘에서 떨어진 불 – 양과 종들을 소각함 (욥 1:16)

[욥1:16] 이 일꾼이 아직 말을 다 마치지도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하늘에서 하나님의 불이 떨어져서, 양 떼와 목동들을 살라 버렸습니다."


세 번째, 갈대아 사람들의 공격 – 낙타를 빼앗고 종들을 죽임 (욥 1:17)

[욥1:17] 이 사람도 아직 말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갈대아 사람 세 무리가 갑자기 낙타 떼에게 달려들어서 모두 끌어가고, 종들을 칼로 쳐서 죽였습니다."


네 번째, 광풍의 타격 – 큰 바람이 욥의 맏아들 집을 무너뜨려 자녀 전원을 죽음에 이르게 함 (욥 1:18–19)

[욥1:18-19] 18 이 사람도 아직 말을 다 마치지 않았는데, 또 다른 사람이 달려와서 말하였다. "주인 어른의 아드님과 따님들이 큰 아드님 댁에서 한창 음식을 먹으며, 포도주를 마시는데, 19 갑자기 광야에서 강풍이 불어와서, 그 집 네 모퉁이를 내리쳤고, 집이 무너졌습니다. 그때에 젊은 사람들이 그 속에 깔려서, 모두 죽었습니다."


이 재앙들은 자연적, 인간적, 초자연적 원인을 혼합하고 있으며,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총체적 상실을 묘사합니다.


욥의 반응은 고대 근동의 애곡 전통에 따른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그는 “옷을 찢고 머리털을 밀고 땅에 엎드려 경배”(욥 1:20)합니다. 여기에는 슬픔과 동시에 경외가 담겨 있습니다. 이어지는 고백은 욥기의 신학을 함축한 명문으로 평가됩니다.


내레이터는 욥이 “하나님을 향해 범죄 하지 아니하고 어리석게 말하지도 아니했다”(욥 1:22)고 명시함으로써, 그의 의로움이 여전히 견고함을 확증합니다.



두 번째 시련: 질병과 아내의 도전 (욥기 2:8–13)


두 번째 시험은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인간관계 안에서의 갈등으로 확장됩니다. 욥은 온몸에 악성 종기를 앓으며 잿더미에 앉아 질그릇 조각으로 몸을 긁습니다(욥 2:8). 그의 상태는 고립된 환자의 전형으로 묘사되며, “잿더미”는 배설물 소각장이나 폐기물 처리 장소로, 사회적으로 격리된 자의 자리입니다.


욥의 아내는 “하나님을 저주하고 죽으라”고 말합니다(욥 2:9). 이는 그녀가 욥의 경건함이 무의미하다는 극단적 결론에 도달했음을 시사합니다. 욥은 이에 대해 “어리석은 여자 중 하나의 말 같다”고 반응하면서도, “우리가 하나님께 복을 받았은즉 재앙도 받지 아니하겠느냐”는 고백으로 신앙의 일관성을 유지합니다(욥 2:10).


욥의 친구들 엘리바스, 빌닷, 소발은 욥의 소식을 듣고 함께 찾아와 7일간 침묵으로 함께 고통에 동참합니다(욥 2:11–13). 이 장면은 고대 중근동 애곡 관습 중 하나로, 침묵은 때로 말보다 깊은 공감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의 말이 욥의 고난을 잘못 해석하는 도구로 변질되기에, 이 침묵은 아이러니한 여운을 남깁니다.

[욥2:11-13] 11 그때에 욥의 친구 세 사람, 곧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은, 욥이 이 모든 재앙을 만나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욥을 달래고 위로하려고, 저마다 집을 떠나서 욥에게로 왔다. 12 그들이 멀리서 욥을 보았으나, 그가 욥인 줄 알지 못하였다. 그들은 한참 뒤에야 그가 바로 욥인 줄을 알고, 슬픔을 못 이겨 소리 내어 울면서 겉옷을 찢고, 또 공중에 티끌을 날려서 머리에 뒤집어썼다. 13 그들은 밤낮 이레 동안을 욥과 함께 땅바닥에 앉아 있으면서도, 욥이 겪는 고통이 너무도 처참하여, 입을 열어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결말의 회복과 전환 (욥기 42:7–17)


하나님은 결말 부분에서 욥의 친구들에 대해 강한 비판을 가합니다.

“너희가 나에 대하여 옳은 말을 하지 아니하였음이라. 욥은 옳은 말을 하였느니라” (욥 42:7)


이는 욥의 항변이 단순한 원망이나 죄가 아닌, 정당한 질문과 신앙적 진정성이 있었음을 하나님의 입을 통해 확증한 것입니다. 하나님은 욥에게 친구들을 위해 중보 기도를 명령하시고, 그 기도를 받아들이십니다(욥 42:8–9). 이는 서론에서 욥이 자녀를 위해 드렸던 번제를 거울처럼 반영하며, 이야기의 원형적 구조를 완성합니다.

[욥42:8-9] 8 그러므로 이제 너희는, 수송아지 일곱 마리와 숫양 일곱 마리를 마련하여, 내 종 욥에게 가지고 가서, 너희가 용서받을 수 있도록 번제를 드려라. 내 종 욥이 너희를 용서하여 달라고 빌면, 내가 그의 기도를 들어줄 것이다. 너희가 나를 두고 말을 할 때에, 내 종 욥처럼 옳게 말하지 않고, 어리석게 말하였지만, 내가 그대로 갚지는 않을 것이다." 9 그래서 데만 사람 엘리바스와 수아 사람 빌닷과 나아마 사람 소발이 가서, 주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하니, 주님께서 욥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이후 하나님은 욥의 재산을 이전보다 갑절로 회복시켜 주시고(욥 42:10), 다시 일곱 아들과 세 딸을 주십니다(욥 42:13). 특히 딸들의 이름(여미마, 긋시아, 게렌합북)이 언급되고, 그들이 오라비들과 같이 기업을 받은 것은 매우 파격적입니다(욥 42:14–15). 이는 욥기의 메시지가 단순한 회복 그 이상, 새로운 질서와 가치관의 가능성을 암시함을 보여줍니다.

[욥42:14-15] 14 첫째 딸은 여미마, 둘째 딸은 긋시아, 셋째 딸은 게렌합북이라고 불렀다. 15 땅 위의 어디에서도 욥의 딸들처럼 아리따운 여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그들의 아버지는, 오라비들에게 준 것과 똑같이, 딸들에게도 유산을 물려주었다.


결말은 전통적인 복의 징표인 장수(140년)와 대대손손의 축복(욥 42:16–17)으로 마무리되며, 욥의 고난 이야기는 존재론적 의문에서 공동체적 회복으로 나아갑니다.



결론


이 지상 장면들은 욥기의 대화체 시문 부분과 달리, 산문 서사로 구성되어 있으며 욥기의 구조적 틀을 형성합니다. 서론(1:1–2:13)은 욥의 의로움과 시험을 서술하고, 결론부(42:7–17)는 그의 회복과 하나님의 최종적 평가를 담고 있습니다. 이 두 단락은 욥기의 핵심 주제—의인의 고난, 하나님의 정의, 경건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제기하고, 열려 있는 듯하면서도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결론으로 독자에게 신학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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