욥기 1:6–12; 2:1–7
성경연구주석 구약
■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욥기 1–2장은 지상의 사건과 하늘의 사건이 교차 편집되는 구조를 보입니다. 특히 1:6–12, 2:1–7은 하늘의 회의 장면으로, 욥의 고난이 단순히 인간의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신적 차원의 논쟁과 허락 속에서 벌어진 것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인간 현실의 고난을 신적 세계의 논쟁 구조 안에 배치함으로써, 독자에게 고난의 기원에 대한 보다 심오한 질문을 던지도록 유도합니다.
하늘 회의의 등장 (1:6)
“하나님의 아들들”이 여호와 앞에 나아오는 장면은 고대 근동의 왕정 언어를 차용한 것으로, 신적 존재들의 회의 혹은 조정 회의를 묘사합니다. 유사한 구조는 열왕기상 22:19에서 미가야 예언자가 본 하나님의 회의 장면에서도 등장합니다.
이 하늘 회의의 구성원 중 “사탄”(הַשָּׂטָן, ha-satan)이 함께 나타나며 이야기의 긴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사탄의 역할과 질문 (1:7–11)
사탄은 단순한 악의 화신이기보다는, 하나님 앞에서 고발하는 자, 시험하는 자로 묘사됩니다. 그가 욥을 비판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욥의 경건은 조건적이다.
- 하나님이 보호하시니 그는 신실한 것처럼 보일 뿐이다.
- 외적 축복이 제거되면, 욥은 하나님을 저주할 것이다.
이 논지는 욥의 경건성과 신앙의 진정성에 대한 철저한 동기 검증을 시도하는 것으로, 욥기의 핵심 질문—“무죄한 자가 왜 고난당하는가?”—를 촉발시킵니다.
하나님의 응답과 허락 (1:12)
하나님은 사탄의 주장에 반박하거나 욥을 옹호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탄에게 욥을 시험할 수 있도록 제한적 허락을 부여하십니다. 이 장면은 욥기의 고난이 인간의 죄 때문이 아님을 명확히 하며, 신학적 딜레마를 발생시킵니다.
- 하나님은 무죄한 자에게 고난을 허락하시는가?
또한 재앙의 출처가 명시적으로 하나님으로부터 나왔다는 암시는 없이, 모든 것을 사탄의 행동에 귀속시켜 하나님을 직접적 행위자로부터 분리시키는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설정과 대화 (2:1–3)
2:1–2는 1장의 하늘 회의 구조를 거의 동일하게 반복합니다. 하지만 2:3에서 하나님은 욥의 경건함이 여전히 유지되었음을 언급하며, 사탄의 도발이 무의미했음을 지적합니다. 이로써 욥은 하나님에게서 칭찬을 받는 존재로 부각됩니다.
사탄의 새로운 공격 제안 (2:4–5)
그러나 사탄은 한층 더 심화된 공격을 제안합니다. “가죽으로 가죽을 바꾸오니 사람이 그의 생명을 위하여 모든 것을 내어주나이다”(2:4). 이는 인간의 생존 본능을 자극하여, 욥이 신체적인 고통을 경험한다면 경건함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하나님의 재차 허락 (2:6–7)
하나님은 다시 한 번 욥을 사탄의 손에 넘기되, 생명은 보존하라는 조건을 답니다. 이는 하나님의 주권과 통제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욥의 고난이 죽음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제한되었음을 시사합니다.
그 결과 욥은 심각한 피부병(2:7)을 얻게 되며, 지상의 고난이 본격화됩니다.
사탄의 정체와 편집 비평적 논의
사탄(‘the satan’)은 고유명사가 아닌, 기능적 호칭으로 등장합니다. 고대 페르시아 이전의 구약 문헌에서는 이런 사탄 개념이 분명히 등장하지 않으며, 주전 4–3세기경 후기 유대사상의 발전된 악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로 인해 학자들은 1:6–12; 2:1–7이 후기 편집자에 의해 삽입된 단락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 장면들이 없이도 욥기의 줄거리는 문제없이 전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정론의 전환
만일 하늘 회의 장면이 없었다면, 욥기에서 고난의 원인은 하나님께 직접 귀속될 수밖에 없으며, 욥은 하나님의 시험 없이도 끝까지 경건을 유지하는 이상적 인간상으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하늘 회의의 추가는 고난의 기원을 하나님의 허락 아래 있으나,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닌 구조로 만들어, 신정론적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됩니다.
하늘 회의 장면은 42:7 이하의 결말과는 연결되지 않습니다. 결말에서는 사탄이 다시 등장하지 않으며, 하나님께서 욥의 회복을 주도하십니다. 이로 인해 사탄의 역할은 이야기 중간에 사라지고, 욥기의 핵심 초점은 점차 하나님과 욥 사이의 신앙과 신뢰의 문제로 이동하게 됩니다.
구조 변화
- 초반: 동기의 문제 → 경건의 조건성
- 중반~후반: 인간 고난의 정당성, 신의 정의에 대한 질문
- 결말: 신의 현현과 인간의 경외, 욥의 회복
욥기 1:6–12; 2:1–7의 하늘 장면들은 욥기의 서사에 긴장과 신학적 깊이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들은 편집사적 층위에서 후기 개입의 가능성을 내포하며,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해석학적 질문을 남깁니다.
- 하나님은 왜 사탄의 요청을 허락하셨는가?
- 고난은 과연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 경건은 외적 보상 없이도 유지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욥기의 전개 과정에서 점차 인간의 한계, 고난에 대한 신앙의 응답, 하나님과의 직접적 대면을 통한 이해의 여정으로 전이되며, 욥기라는 책이 단순한 신정론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조건과 신적 신비의 탐구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