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욥기 21장은 욥이 악인의 번영에 대해 친구들과 정면으로 논박하는 장입니다.
전통적인 응보론(권선징악: 선은 보상받고 악은 징벌받음)을 뒤엎으며, 악인들이 현실에서 잘 먹고 잘 사는 현상을 조목조목 열거합니다. 본 장은 욥의 사유가
- 정의와 현실 사이의 괴리,
- 죽음의 보편성, 그리고
-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문제제기
로까지 확장되는 핵심 본문입니다.
하나님께 호소하는 욥 (21:1–6)
욥은 자신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 달라고 간청하며, 고통 중에서도 자신의 논리와 관찰이 무시당하지 않기를 요청합니다(21:2). 그의 탄식은 단지 친구들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항변이기도 합니다(21:4). “(나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는 표현은 욥의 고통스러운 외양 또는 급진적인 논리를 가리킬 수 있습니다(21:5).
악인의 번영에 대한 현실 묘사 (21:7–16)
욥은 악인들이 실제로 장수하고 강건하며, 자녀와 가축이 번성하고, 즐겁게 살다가 평안히 죽는 모습을 묘사합니다(21:7–13).
그들 즉 악인들 삶의 특징:
- 자녀가 견고히 서 있음
- 집이 안전함
- 가축이 번성함
- 기쁨으로 노래하고 춤춤
- 고통 없이 죽음
그들은 하나님을 거부하고, “전능자를 알 필요가 없다” 말하며, 신앙을 무익한 일로 여깁니다(21:14–15). 이 단락은 시편(특히 시 10편, 73편 등)의 내용을 패러디적으로 전복하여, 현실의 복잡성을 부각시킵니다.
전통 응보론에 대한 논박 (21:17–22)
욥은 악인이 자주 고통받는가?, 하나님의 진노가 그 위에 머무는가? 등 질문을 던지며, “그렇지 않다”는 암묵적 반응을 유도합니다(21:17–18). 친구들이 말하듯 자식이 벌을 받는다고 해도, 그것이 악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합니다(21:19–21). 죄는 범한 자 자신이 징벌을 받아야 정의롭다고 주장인 것입니다.
죽음의 평등성과 종말의 공통성 (21:23–26)
욥은 삶이 서로 다른 두 사람(번영하는 자와 고통받는 자)을 묘사하지만, 죽음이 이 둘을 동일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죠. 두 부류의 사람은 모두 흙 속에 묻히며, 벌레에게 먹힌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는 시편 1:6이나 전통적 시편 신학(의인은 복 받고, 악인은 망함)과 완전히 배치되는 진술인 것이죠.
친구들에 대한 비판과 결론 (21:27–34)
욥은 친구들이 자신을 겨냥해 악인의 운명을 말하고 있음을 간파하고 있습니다(21:27).
그는 악인들이 존경 속에 장사되고, 무덤조차 그들에게 안식을 제공하며, 사람들이 그들의 뒤를 따른다고 묘사합니다(21:32–33). 이러한 묘사는 전통적으로 경건한 자에게 할당된 묘사들을 악인에게 전도시킨 것이죠. “너희의 위로는 헛것이니라”는 말로 친구들의 주장을 무의미한 것으로 선언합니다(21:34).
문학적·신학적 평가
정리
욥기 21장은 욥의 신학적 전환점입니다.
그는 악인의 번영이라는 경험적 현실을 토대로, 전통적 응보 교리를 무너뜨리고, 하나님의 정의와 섭리, 죽음 이후의 보상에 대한 회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 장은 욥기 전체에서 가장 냉철하고 사실주의적인 신학적 성찰을 보여주는 본문입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