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 욥기 (욥의 마무리 독백)

by KEN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욥의 마무리 독백 (욥기 29-31장)


욥기 29–31장은 욥의 마지막 긴 독백으로, 하나님께 향한 탄원과 자기 변호의 정점에 해당합니다. 본문은 과거의 번영, 현재의 고난, 그리고 최후의 무죄 선언이라는 삼단계 구조를 이루며, 욥의 신앙적·도덕적 일관성과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그의 질문을 극적으로 드러냅니다.



욥기 29장 – 과거의 번영에 대한 회상


욥은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29:2–5), 빛 가운데 걷던 삶(29:3), 가족 안에서 하나님의 친밀함(29:4)을 회상합니다. 그는 가난한 자, 고아, 과부, 장애인을 도왔고, 정의와 공의를 실천했습니다(29:12–17). 당시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는 거의 왕과도 같은 존경을 받았습니다(29:21–25).


“하나님이 아직 나를 지키시며, 나의 아이들이 나와 함께 있던 날들 같이 하던 때에”(29:5)
“나는 의를 옷으로 삼아 입었으며, 공의는 나의 겉옷과 면류관이 되었으며”(29:14)


욥의 이상적인 과거는 욥기 전체에서 중요한 대조의 기준이 됩니다. 의인으로서의 삶과 사회적 번영의 일치가 강조되며, 이는 고전적 보응 신학의 구조를 반영합니다.



욥기 30장 – 현재의 고통과 멸시


과거에 존경받던 욥은 이제 사회적으로 멸시당하고, 육체적으로 고통받으며, 하나님께도 외면당한 채 절망에 빠져 있습니다(30:1–31). 그는 버림받은 자들에게 조롱당하고, 하나님은 그의 부르짖음에 응답하지 않으며, 심지어 그를 진흙으로 던지셨다고 탄식합니다(30:19–20).


“이제는 나보다 젊은 자들이 나를 조롱하나이다”(30:1)
“주는 나를 들어 바람 위에 태우시며, 무서운 힘으로 나를 던지시나이다”(30:22)
“내가 복을 바랐더니 화가 왔고, 광명을 기다렸더니 흑암이 왔구나”(30:26)


욥의 탄식은 시편의 탄식시와 유사하며, 하나님의 불응과 공동체의 배척을 동시에 겪는 이중적 고난을 묘사합니다. 이 장은 고통의 무게를 감정적으로 가장 깊이 드러내는 본문입니다.



욥기 31장 – 무죄 선언과 자기 변호


욥은 법정 진술처럼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만약 자기가 죄를 지었으면 마땅한 징벌을 받겠다고 맹세합니다. 그는 도덕적, 사회적, 종교적 죄목 14가지를 열거하며 하나하나 반박합니다. 이 장은 조건부 저주 형식(“내가 … 하였거든, 내게 … 임하게 하소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에는 하나님께 직접 응답을 요청합니다(31:35–37).


“내가 내 눈과 언약을 세웠나니, 어찌 처녀에게 주목하랴”(31:1)
“하나님이 내게 응답하시기를 원하노라… 내가 그것을 내 어깨에 메고 면류관처럼 머리에 쓰리라”(31:35–36)
“만일 내 밭이 나를 원망하여, 그 고랑이 함께 울었으면…”(31:38)


이 장은 욥의 도덕성과 의로움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윤리적 무결성과 자비로운 삶을 살아온 자가 부당한 고난을 겪고 있음을 입증하는 장이며, 보응 신학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35–37절은 욥의 마지막 요청으로, 하나님과의 법정 대면을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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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욥은 신앙과 삶의 정직함에도 불구하고 고난을 당하는 불합리를 고발합니다.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열망하며, 불의한 징벌을 인정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무죄를 호소합니다. 이는 단순한 도덕 변호가 아닌, 존재와 고난에 대한 신학적 반문이며, 하나님을 향한 절박한 진리 탐구의 표현입니다.


시편의 탄식시와 고대 법정 문헌 양식(특히 이집트의 '부정 고백문'[주1])을 변형하여 사용한 이 단락은 문학적 정교함과 신학적 깊이를 함께 지닙니다.



삶에의 적용
우리는 흔히 고통을 피하거나, 이유 없는 운명으로 치부하거나, 타인을 탓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욥처럼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고통은 단지 회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자신과 세상, 그리고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직업, 재산,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고 자신도 평가받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욥기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인간의 진정한 가치는 내면의 윤리와 신 앞에서의 정직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상실과 실패 후에도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 그것이 욥이 보여주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많은 현대인은 고난 속에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침묵되거나 단절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욥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진정한 신앙은 침묵이 아니라, 질문하고 싸우고 기다리는 신앙이라는 것이죠. 하나님은 우리의 탄식과 항변조차도 대화의 일환으로 받아들이시는 분입니다.

세상은 때로 착하게 살면 손해 본다. 정직하게 살면 바보 된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합니다. 하지만 욥기는 의롭고 자비로운 삶이 하나님 앞에서 가장 큰 자랑이자 자부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의와 자비, 양심에 따라 사는 삶은 비록 세상에서 오해받아도, 신 앞에서는 영원한 가치를 지닙니다.

신앙은 무조건적인 복종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진실하게 질문할 수 있는 자유를 포함하죠. 하나님을 신뢰하기 때문에 묻는 것입니다. 고통의 이유를 몰라도,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 이것이 욥의 신앙이 현대에 주는 진정한 유산입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주1] 이집트의 '부정 고백문' 이란?


이집트의 '부정 고백문'은 고대 이집트에서 죽은 자가 사후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42명의 신들 앞에서 자신이 생전에 저지르지 않은 죄들을 하나하나 부정하며 고백하는 의식문입니다. 이 고백문은 “나는 살인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습니다”처럼 “나는 ~하지 않았습니다”라는 형식으로, 인간이 일상에서 해서는 안 될 도덕적·윤리적 금지사항 42가지를 나열합니다.


이 부정 고백문은 <사자의 서>에 기록되어 있으며, 고백이 끝나면 죽은 자의 심장과 진리·정의를 상징하는 마아트(Maat)의 깃털을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는 심판을 받습니다. 저울이 균형을 이루면 영생이 허락되고, 그렇지 않으면 심장이 괴물에게 먹히며 소멸된다고 여겼습니다.


이집트의 부정 고백문은 신앙보다는 생전의 도덕적 삶이 사후 세계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신의 계명인 십계명과는 구별됩니다.


960px-BD_Hunefer.jpg 사자의 서에 묘사된 심장의 무게 달기 의식


42개의 부정 고백 내용 (참고)

1. 나는 죄를 범하지 않았다.

2. 나는 강도질을 하지 않았다.

3. 나는 물건을 훔치지 않았다.

4. 나는 남자나 여자를 죽이지 않았다.

5. 나는 곡물을 훔치지 않았다.

6. 나는 제물을 훔치지 않았다.

7. 나는 신의 재산을 훔치지 않았다.

8.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9. 나는 음식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았다.

10. 나는 저주를 하지 않았다.

11. 나는 불륜을 저지르지 않았다.

12. 나는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13. 나는 한탄하지 않았다.

14. 나는 심장을 먹지 않았다.(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을 하지 않았다.)

15. 나는 누구도 공격하지 않았다.

16. 나는 사기를 치지 않았다.

17. 나는 경작지를 훔치지 않았다.

18. 나는 엿듣지 않았다.

19. 나는 명예훼손을 하지 않았다.

20. 나는 이유 없이 화내지 않았다.

21. 나는 부녀자를 유혹하지 않았다.

22. 나는 나 스스로를 타락시키지 않았다.

23. 나는 누구도 공포에 떨게 하지 않았다.

24. 나는 법을 어기지 않았다.

25. 나는 격노하지 않았다.

26. 나는 진실의 단어에 귀를 닫지 않았다.

27. 나는 신성모독을 하지 않았다.

28. 나는 폭력을 행하지 않았다.

29. 나는 싸움을 선동하지 않았다.

30. 나는 경솔함을 행하지 않았다.

31. 나는 사정을 엿보지 않았다.

32. 나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았다.

33. 나는 악을 행하지 않았다.

34. 나는 왕을 해하는 저주를 하지 않았다.

35. 나는 물이 흐르는 것을 강제로 멈추지 않았다.

36. 나는 내 목소리를 치켜세우지 않았다.

37. 나는 신을 저주하지 않았다.

38. 나는 오만을 행하지 않았다.

39. 나는 신의 빵을 훔치지 않았다.

40. 나는 죽은자의 영혼으로부터 켄푸(빵)를 훔치지 않았다.

41. 나는 아이들의 빵을 뺏거나 내 도시의 신을 경멸하지 않았다.

42. 나는 신의 가축을 죽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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