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5] 욥기 (욥의 응답과 하나님의 신원)

욥기 40장, 42장

by KEN

주석가 ㅣ 캐서린 델 (Katharine J. Dell), 구약학자


하나님의 등장 (욥기 38-41장)


오늘 살펴볼 곳은 욥기의 마지막 부분입니다.


욥기 40장과 42장은 하나님의 발언에 대한 욥의 응답과 그 결말을 담고 있으며, 욥기 전체의 신학적 핵심과 문학적 결말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욥은 하나님께 자신의 고통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으나, 하나님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자신의 창조적 권능과 인간 이해의 한계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응답하십니다. 이에 대한 욥의 반응은 놀랍도록 겸손하고 내면적 전환을 담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1. 욥의 첫 번째 응답 (40:3–5)


욥은 하나님의 첫 번째 발언(38–39장)에 대해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고 입을 다물겠다고 말합니다. 그는 “나는 비천하오니 무슨 대답을 하오리이까”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며 침묵을 선택합니다(40:4). 이는 아직 회개의 고백은 아니지만, 욥이 하나님의 위엄 앞에서 겸손한 태도로 돌아선 첫 신학적 전환점이라고 앞선 글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욥이 “한 번 말하였사온즉 다시는 더 대답하지 아니하겠나이다”(40:5)라고 말하는 것은 완전한 침묵의 결단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의 권능 앞에 스스로 입장을 유보하겠다는 표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7.31.05.png


2. 욥의 두 번째 응답 (42:1–6)


회개와 깨달음의 고백

하나님의 두 번째 발언(40:6–41:34)을 들은 후, 욥은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계획의 오묘함을 인정합니다(42:2).

그는 38:2에서 하나님이 하신 “무지한 말로 이치를 가리는 자가 누구냐”라는 질책을 스스로 인용하며 자책합니다(42:3).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8.22.51.png

가장 중요한 구절은 42:5입니다.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지금까지는 제가 귀로만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제가 제 눈으로 주님을 뵙습니다." 이는 하나님과의 실제적 만남(신현)이 욥의 내면을 변화시켰음을 의미하며, 하나님과의 교제가 단순한 지식이나 교리보다 더 깊은 신앙의 전환을 이끈다는 신학적 핵심 진술이 되겠습니다.


회개의 진정성

42:6에서 욥은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하나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이전의 말들에 대한 철회이자 하나님 앞에서의 자기부정이며, 관계의 회복을 향한 겸손한 몸짓입니다.

욥은 고통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로 회개하지만, 이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대면을 통한 존재적 전환에서 나온 응답인 것입니다.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8.26.02.png



3. 하나님의 평가와 결론 (42:7–17)


욥의 정당성 선언 (42:7)

하나님은 엘리바스에게 “내 종 욥의 말같이 옳지 않다”고 말씀하시며, 욥의 정당성을 선언하십니다.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8.27.23.png

이 평가는 욥이 한 모든 말이 옳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욥이 질문을 던지고 고통 속에서 하나님과 진실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태도가 친구들의 공허한 정통적 논리에 비해 더 신실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의심과 탄식이 신앙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놀라운 신학적 전환을 보여준 것입니다.


욥의 중보자 역할

하나님은 욥에게 친구들을 위해 중보기도하라고 명하십니다. 이는 엘리바스가 22:30에서 "의인이 죄인을 대신해 중재할 수 있다"고 했던 말이 아이러니하게 욥에게 실현되는 장면인 것입니다. 욥은 이로써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중재자 역할을 감당하며, 자신의 고통을 넘어서 타인을 위한 존재로 전환됩니다.


보상의 회복 (42:10–17)

하나님은 욥에게 그의 소유를 두 배로 회복시켜 주십니다. 아들들과 딸들을 다시 얻고, 긴 생애를 누리며 죽게 됩니다. 이 보상은 상벌 논리에 기반한 고전 지혜 전통을 연상시키지만, 하나님은 이미 그분의 정의가 인간의 정의와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고 선포하셨던 것을 기억합니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교훈적 결말이라기보다는 신비와 은총의 표시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정리

스크린샷 2025-05-07 오전 8.33.18.png


욥기의 결말은 단순한 회개나 보상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습니다. 욥은 고통의 의미를 설명받지 못했지만, 하나님과의 만남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신뢰와 경외의 자리로 나아갑니다. 하나님은 욥의 회개를 수용하시며, 질문하는 신앙과 살아 있는 관계를 더욱 귀하게 여기십니다. 이로써 욥기는 인간의 고통, 신의 정의, 신앙의 본질에 대해 단선적 해답이 아닌, 존재적 성찰과 하나님 앞에서의 진실한 태도를 강조하는 문학적·신학적 걸작으로 완성됩니다.



삶에의 적용
우리는 때때로 삶의 이유를 묻습니다. 왜 고난이 찾아오는지, 왜 내 기도가 응답되지 않는지, 왜 의로운 이들이 외면받고 악한 이들이 번성하는지를 묻습니다. 욥도 그랬습니다. 그는 의로운 삶을 살았지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통 속에 놓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고통 속에서 하나님께 말했고, 마침내 하나님은 그에게 응답하셨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응답은 설명이나 해명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타나심 자체였습니다.

욥은 하나님께서 폭풍 가운데 나타나셔서 창조의 신비와 인간의 한계를 가르치실 때, 더 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그는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라고 고백하며, 지식보다 더 깊은 만남의 신비를 경험했습니다. 그것은 설명을 넘어선, 관계의 회복이었습니다.

욥은 자신이 무지했음을 깨닫고 말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했던 말들을 거두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욥의 정직한 탄식을 외면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욥의 친구들보다 욥이 옳았다고 인정하셨습니다. 이는 믿음이란 의심 없는 확신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하나님을 찾는 정직한 물음일 수 있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며 겪는 의문과 고통, 혼란과 침묵의 순간들 속에서도 하나님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해답보다 하나님의 임재 자체가 우리에게 주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여전히 살아 계시고 일하시는 창조주이십니다.

우리는 모두 욥처럼 고통에 대해 해명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현존 안에서, 욥처럼 우리는 변화될 수 있습니다. 믿음이란 모든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신뢰하며 침묵 속에서도 순종하는 것임을 욥은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매거진의 이전글[074] 욥기 (욥기 38-41장, 하나님의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