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 전도서 (서론)

by KEN

'잠언-욥기-전도서' 지혜서간의 상호작용


구약과 문헌학, 히브리어성경을 연구한 송민원 교수는 그의 저서 ⟪더바이블 욥기⟫와 ⟪더바이블 전도서⟫에서 '잠언-욥기-전도서' 즉 지혜서간의 상호작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한 바 있습니다.

⟪더바이블 욥기⟫ (25쪽)
잠언과 욥기와 전도서는 마치 한 인간이 성숙해 가는 과정과도 같다.

잠언은 입문 단계로서 마치 초중고 과정처럼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의 일반적인 현상과 규범들을 배우는 단계이다.

그다음 단계는 욥기의 단계로서, 학교를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 직접 경험을 해 보니, 학교에서 배운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단계이다. 규칙에 예외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전도서의 단계이다. 마치 인생을 살아가면서 규범과 예외를 다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일생을 뒤돌아보면, 그 당시에는 예외처럼 보였던 것조차 어느 거대한 규칙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더바이블 전도서⟫ (20-21쪽)
지혜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쪽에는 규범적 지혜 (Standard Wisdom)가 있고, 다른 쪽에는 반성적 지혜(Speculative Wisdom)라 불리는 것이 있다.

규범적 지혜란, 세상에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규범, 즉 패턴이 있다는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고 밤이 되면 어두워지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같은 계절의 변화가 있고, 먹을 것이 풍성한 계절이 있으면 춥고 배고픈 시절이 오는 것이 이러한 패턴이다. 이 패턴을 잘 알고 미리 대비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고, 이 패턴을 모르거나 알고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무지하고 아둔한 사람이다. 성경 중 잠언이 이러한 규범적 지혜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 패턴의 중심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라는 규범이 자리 잡고 있다.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는 것처럼, 좋은 것(선)을 심으면 그 열매도 선한 것이고, 악한 것을 뿌리면 그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

이에 반해, 반성적 지혜는 규칙에 예외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거나, 규범적 지혜가 말하는 패턴을 다른 시각,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혜이다.

욥기는 전자의 지혜를 말한다. 대부분의 경우 규범적 지혜의 패턴이 적용되지만, 아주 자세히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패턴에 어긋나는 예외도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욥처럼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에게도 불행과 고난이 닥치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운행하심과 창조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인과응보의 원리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욥기의 반성적 지혜이다. (중략)

전도서도 인과응보의 원리를 반박한다는 점에서는 욥기와 마찬가지로 반성적 지혜에 속해 있다. 그러나 욥기가 인과응보에 예외가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전도서는 규범적 지혜의 몇 가지 전제들을 반성적 시각으로 되짚어 본다. 첫째, 규범적 지혜가 규정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둘째, 전도서는 하나님의 무한하심과 인간의 유한성을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이러한 관점에서 직전까지 정리한 욥기에 이어 오늘부터는 전도서를 살표보고자 합니다.




주석가 ㅣ 존 재릭John Jarick, 구약학자


전도서 서론


전도서의 수수께끼 같은 성격

전도서는 성경에서 가장 해석하기 어려운 책 중 하나입니다. 수세기 동안 독자들은 이 책의 저자, 저술 목적, 그리고 성경에 포함되어야 할 정당성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오히려 전도서는 히브리어 성경 가운데 가장 흥미롭고, 어둠과 빛, 신앙과 의심, 경건과 불경건이 독특하게 결합된 작품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저자 구성에 대한 논의

일부 학자들은 사고의 흐름이 일관되지 않다고 판단하여, 전도서가 복수의 저자에 의해 구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원래의 염세적인 저자의 글이 보다 낙관적인 편집자의 손길에 의해 수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문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절충주의적 사유 방식을 지닌 단일 사상가의 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단, 후반부(12:9–14)는 후기 편집자의 주석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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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의 사유 방식

전도서의 주제 전개는 선형적이기보다는 순환적입니다. 저자는 특정 개념을 중심으로 반복적으로 회귀하는데, 이는 1:6의 바람 묘사(“이리 돌며 저리 돌아”)와 유사한 사유 구조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절마다 나누기보다는 반복되는 주제 단위로 묶어 정반합(正反合)의 구조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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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호칭 ‘코헬렛’(Qohelet)의 의미

히브리어 ‘코헬렛’은 전도서에서만 등장하는 독특한 호칭으로, 사람들을 모은다는 의미의 동사(qahal)와 연관이 있습니다. 이 단어는 설교자, 교사, 혹은 집회의 일원으로 번역되며, 강하게 말하는 자일 수도 있고 경청하며 성찰하는 자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Teacher”뿐 아니라 “Student”로 번역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도서 본문은 발화자의 입장을 분명히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코헬렛’이라는 이름 자체에 이미 해석의 모호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전도자의 정체와 전통적 해석

본문은 저자가 “다윗의 아들”이자 “예루살렘의 왕”이라고 밝히며 솔로몬을 연상케 합니다(1:1, 1:12). 그러나 언어학적으로 전도서는 포로기 이후의 후기 히브리어로 기록되어 있어 솔로몬 시대(주전 10세기)보다는 훨씬 나중의 작품임이 분명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저자가 왕이었던 과거를 회고하는 방식으로 1:12을 구성했다고 보며, 전도서 후반부의 묘사는 왕이 아닌 지혜자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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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의 시대적·지리적 배경

지리적으로는 예루살렘이 다섯 번 언급되며(1:1, 1:12, 1:16; 2:7, 2:9), 저자가 예루살렘과 관련이 깊었음을 암시합니다. 하지만 전도서는 특정 시기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거의 없어 저술 연대를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문제(압제, 부패, 경제 혼란 등)에 대한 관찰은 특정 시대에만 해당되지 않고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적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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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의 지속적 영향력

전도서의 가르침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진리를 담고 있습니다. 격언과 성찰은 고대 사회뿐 아니라 현대 독자에게도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그러한 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까지도 살아 있는 지혜의 문서로 평가받습니다. 그 가르침은 고대 이스라엘 뿐 아니라 21세기 독자에게도 유효한 의미와 질문을 던지는 것이죠.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



[참고]

1.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 오경·역사서·시가서, 존 로저슨(엮은이), IVP, 2023

2. 더바이블 욥기, 송민원, 감은사, 2025

3. 더바이블 전도서, 송민원, 감은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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