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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Jazz] 한국적 감성과 언어적 섬세함

윤희정의 ⟪I'm a Fool to Want You⟫

by KEN
AI와 함께하는 음악 감상
"천천히 살자.
정신없이 달려왔다.
현업에서 물러난 후에도, 말 그대로 그 속도대로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이젠 그만했으면 한다.

첫째는 힘에 부치고,
둘째는 그냥 그러고 싶어졌다.

천천히 책 읽고, 천천히 음악 듣고,
천천히 영화 보면서 살고 싶다.
아니 그러련다.
...."
모니터 옆 책받침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에 적힌 이런 바램.
허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책 읽기도 전투적이고, 주변에서의 일상도 기실 전투적입니다.
그래 그렇게 전투적으로 살아갑니다. 누가 그러라고 하지도 않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그게 삶인걸.
....

음악이라도 좀 느긋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우리나라의 멋진 재즈 보컬리스트와 함께 하렵니다.




윤희정의 ⟪I'm a Fool to Want You



원곡

"I'm a Fool to Want You"는 1951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잭 울프(Jack Wolf), 조엘 헤론(Joel Herron)이 공동 작곡한 재즈 스탠더드로 알려졌습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가사 작성에 참여하고 처음 발표했으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가 1958년 그녀의 생전 마지막 정규 앨범 "Lady in Satin"에 수록하면서 더욱 유명해진 곡입니다. 특히 빌리 홀리데이의 버전은 그녀의 불행했던 삶과 맞물려 더욱 깊은 감정과 애절함을 담아내 재즈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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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정

윤희정(본명 김명희)은 1953년 6월 11일 인천에서 태어난 한국의 대표적인 재즈 가수입니다. 그녀는 1972년 '세노야, 세노야'로 가수 생활을 시작했으며, KBS 노래자랑에서 19세의 나이로 대상을 수상하며 대중가수로 데뷔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3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재즈에 입문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27년 이상을 재즈와 함께하며 한국 재즈의 대중화를 선도해 온 중요한 인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이의 해석

윤희정은 한국 재즈 보컬리즘의 대표적 인물로, 서정성과 절제를 기반으로 한 감정의 미학을 추구하는 가수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그녀는 미국 재즈의 문법을 따르되, 한국적 감성과 언어적 섬세함을 입혀내는 방식으로 독자적 해석을 확립해 온겁니다. 윤희정의 "I'm a Fool to Want You" 해석은 원곡의 감성을 존중하면서도 그녀만의 독특한 색채를 더한 버전입니다. 빌리 홀리데이의 버전이 가진 비통함과 상실감을 기반으로 하되, 윤희정 특유의 섬세한 보컬 컨트롤과 한국적 정서를 더했습니다.


윤희정은 재즈 표현에 있어 서구적 재즈의 단순한 모방이 아닌, 한국인의 정서를 재즈에 녹여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가수입니다. 이 곡에서도 그녀는 원곡의 가사가 담고 있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어리석은 집착"이라는 주제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깊이 있게 표현합니다.


원곡의 발라드 형식을 존중하면서도 윤희정만의 발성과 프레이징(phrasing)을 통해 곡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특히 윤희정 특유의 깊은 감정 표현과 섬세한 뉘앙스는 이 곡의 주제인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갈망과 자책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분명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습니다만, 순간 마치 또 다른 악기가 다른 연주자들과 협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윤희정의 목소리가 가진 그 명료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감정표현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울림을 전하는 듯합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렇게 들려옵니다.


가사

핵심은 자기모순적 사랑이라고 하겠습니다.

“I’m a fool to want you, to want a love that can’t be true.”
“I’m a fool, but just the same, I’m a fool to want you.”

사랑임을 알면서도, 자신을 망가뜨리는 관계에서 떠날 수 없는 나약한 마음이 반복적으로 표현됩니다. 윤희정은 이 가사를 비극의 극단으로 몰고 가는 대신, 숙연한 인정과 수용의 정서로 풀어내고자 함이 엿보입니다. 그녀의 보컬은 “바보 같지만, 그 사랑을 원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차분하게 회고하는 어른의 감성으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편곡과 연주

윤희정의 "I'm a Fool to Want You"는 그녀의 앨범 "Jazz 윤희정"에 수록되어 있으며, 약 3분 24초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곡의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면서도, 한국적인 감성을 더한 편곡이 돋보입니다. 특히 이 곡은 대중음악평론가 박인건이 저술한 '한국 재즈음반의 재발견'에서 소개된 역대 한국 재즈 음반 100선에 포함될 정도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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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의 편곡은 한국 재즈 씬의 중요한 인물들이 참여했습니다. 앨범에는 김수열, 이동기, 이정식 등 국내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들이 함께했으며, 이들의 연주는 윤희정의 보컬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곡의 깊이를 더합니다. 특히 재즈 특유의 즉흥성과 표현력이 돋보이는 연주로, 원곡의 감성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했습니다.

앨범에는 익히 많이 듣고 있는 "What a wonderful world"가 그녀의 방식으로 해석되어 실려 있습니다. 이 곡도 적극 들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윤희정과 한국에서의 재즈

윤희정의 "I'm a Fool to Want You" 해석은 한국 재즈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재즈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서양의 재즈 스탠더드를 한국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국내 재즈의 지평을 넓힌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윤희정은 3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재즈에 입문했지만, 오히려 이러한 배경이 그녀의 음악에 더 깊은 인생 경험과 성숙함을 담아낼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곡에서도 그녀는 단순히 기교를 뽐내는 것이 아닌, 가사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감정을 진솔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윤희정이 표현한 "I'm a Fool to Want You"는 그이에게나 우리 한국 재즈의 역사에서나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가진 듯 합니다. 우리 재즈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그래서 따르는 것 같습니다.

덕분에 듣는 제게도 풍성한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되었고 말입니다.


평안한 음악 감상 되시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서치: Genspark, Felo, Perplexity, Liner, ChatGPT, Clau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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