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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Jazz] 억압에서 피어난 희망의 노래

나윤선의 ⟪사노라면⟫ 그리고 '새야 새야', '그날이 오면'

by KEN
AI와 함께하는 음악 감상
수많은 시민들의 저항과 열망이 모여
이 땅에 마침내 민주주의의 역사가 열렸습니다.

수많은 압제와 폭압이 시절을 짓눌렀지만,
우리 시민들은 결코 굴하지 않고 끝끝내 희망을 노래해 왔습니다.

내일은 우리의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오늘, 저는 그저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를 위해, 함께할 노래 한 곡 듣고 싶었습니다.




나윤선의 ⟪사노라면(오래된 정원 OST)



⟪사노라면⟫은 원래 1970년대 김민기가 발표한 곡으로, 사회적 억압 속에서 개인의 생존과 희망을 노래한 곡입니다. 나윤선은 영화 오래된 정원 OST로 이 곡을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원곡의 포크적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재즈적 여백과 섬세함을 더해 발라드 같은 감성으로 노래했습니다. 곡의 구조는 단순한 반복을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감정이 고조되는 형태로, 화려한 기교보다는 집중과 절제를 강조하여 표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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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자켓과 프랑스에서의 사진(세계한인언론인협회보)

가사

가사는 1970년대 한국 사회에서 억눌린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준 가사였습니다.

단순한 위로나 낙관주의를 넘어, 고통 속에서도 언젠가는 변화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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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선의 해석에서는 이 메시지가 시대적 배경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적 고뇌와 회복의 이야기로 들립니다.


작곡/작사

김민기는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강렬한 메시지와 단순하면서도 깊은 곡들로 유명한 음악가입니다. 그의 곡들은 복잡한 화성이나 장식보다는 진솔한 가사와 멜로디로 승부하며, 부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집니다. 나윤선은 이 곡에서 저항의 함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정의 섬세함을 부각시켜 보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곡으로 만들어냈습니다.


가수 (나윤선)

나윤선은 재즈 보컬리스트로, 프랑스와 유럽에서 크게 활동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섬세하고, 미묘한 감정의 떨림을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노라면〉에서는 속삭이듯 낮게 깔리는 목소리, 때로는 허스키한 음색, 조용한 호흡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곡에 내면적 긴장감을 부여하며 노래합니다.


연주

연주는 기타를 기본으로 하는 약한 스트링 구성으로 이뤄진 미니멀한 편성입니다. 전체적으로 여백을 중시하는 재즈 편곡으로, 화려한 솔로나 기교적 연주보다는 보컬의 감정선과 함께 호흡하며 곡을 지탱합니다.




〈사노라면〉 (나윤선 버전)은 원곡의 시대적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재즈의 미니멀리즘과 감정적 밀도를 통해 영화의 정서와 잘 맞아떨어지는 곡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듣다 보면 묘하게도 몇몇 곡들이 연상되며 떠오르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가사 때문일런지 아니면 당시의 시대상에 이입되는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연계된 곡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새야 새야 파랑새야>이고, 또 하나는 <내일이 오면>입니다. (아래 링크로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일부터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셔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기를 소망합니다.




그날이 오면〉 웃찾사

〈그날이 오면〉은 대표적인 민중가요 중 하나로, 한국의 민주화운동과 노동·농민 운동 현장에서 널리 불렸던 노래입니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었으며, 제목처럼 ‘그날’, 즉 해방, 자유, 정의가 실현되는 날을 꿈꾸며 노래한 곡입니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같은 역사적 사건에서 이 노래는 상징적인 힘을 가졌습니다.

가사는 억압받고 짓밟힌 민중의 꿈과 열망을 상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날이 오면〉은 시인 김지하의 시에 곡을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지하는 유신 체제 아래에서 투쟁적 목소리를 냈던 대표적 저항 시인이며, 그의 시는 민중가요의 중요한 원천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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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을 듣다보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의 "One Day More"가 따라서 연상되는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민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경상도 지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민요로, 느린 3박자 계열(긴장단)에 맞춰 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단순한 선율과 반복적인 형식을 가지고 있어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독특한 한국적 선법(특히 평조·계면조의 혼합)과 한(恨)의 정서가 깊게 배어 있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 녹두밭에 앉지 마라 / 녹두꽃이 떨어지면 / 청포장수 울고 간다”
짧은 이 가사는 겉으로 보면 단순한 새 노래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상징은 매우 깊습니다.

파랑새는 희망이나 소망의 상징으로, 녹두밭은 민초들의 삶을 상징하며, 청포장수는 백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해석됩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나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 격동 속에서, 민요는 단순한 생활 노래를 넘어 저항과 슬픔, 비통함, 그리고 꺼지지 않는 희망을 담은 집단적 목소리로 작용했습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는 그 배경에 역사적 고난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한 해석에 따르면, 이 노래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의 비극을 노래한 것으로, '녹두'는 지도자 전봉준을, ‘청포장수’는 순박한 민중을 상징한 노래라는 해석입니다.

또 다른 해석에서는 이 노래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은유로 쓰였다고도 보는데, 파랑새는 독립의 소망, 녹두밭은 민족의 희생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어떤 의미였든지 이 짧은 가사에 담긴 다층적 의미와 감정이 노래와 선율에 녹아 있어 오래 기억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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