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가 ㅣ 로널드 클레멘츠 Ronald E. Clements, 구약학자
25장 1절은 잠언의 주요 본문에 덧붙여진 부록적인 성격의 격언 모음집의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표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표제는 이 단락이 솔로몬의 잠언들 중에서도 히스기야 왕 시대의 사람들이 수집한 것임을 명시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후의 내용은 이전과는 다른 편집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이 단락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대부분 이전의 금언 가르침에서도 이미 충분히 다루어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정제된 방식으로, 윤리적 가르침들이 반복되거나 강조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지혜의 중심 사상을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단락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문체적인 변화입니다.
저자는 다양한 직유(예: "왕 앞에서 자랑하지 말라" 25:6)와 은유(예: "적절한 말은 은쟁반에 금사과 같으니라" 25:11)를 일관되게 사용함으로써 표현의 예술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법은 단순한 교훈을 넘어서서 감각적이고 기억에 남는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입니다.
25장부터 29장까지의 내용 중 많은 부분은 과거에 독립적인 금언 단위로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이들 격언은 하나의 완결된 주제와 문체적 일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각기 중요한 윤리적 주제를 요약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25:1절을 포함하여, 이후 30:1절과 31:1절에도 유사한 표제들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표제는 각 격언 단위의 기원을 밝히는 역할을 하며, 또한 각각의 단위가 독립적이며 의도적으로 편집되었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작용합니다.
관련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새로운 표제와 편집 배경 (25:1)
25장 1절은 이 단락이 “솔로몬의 잠언이요 유다 왕 히스기야의 신하들이 편집한 것”임을 밝혀 주고 있습니다. 이는 이후의 격언들이 앞선 모음집의 부록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해 줍니다. 또한 히스기야의 신하들이 왕실 서기관으로서 공적 역할을 수행했음을 암시함으로써, 이 모음집의 역사적·정치적 중요성 또한 강조되고 있습니다.
1 이것도 솔로몬의 잠언으로, 유다 왕 히스기야의 신하들이 편집한 것이다.
왕과 정의의 관계 (25:2–7)
이 부분은 왕이 정의를 집행하는 사명을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2절은 “하나님의 영광은 일을 숨기는 것이요, 왕의 영광은 일을 살피는 것이라”고 말하여 왕이 전국적 정의의 집행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2 일을 숨기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이요, 일을 밝히 드러내는 것은 왕의 영광이다.
왕의 마음은 측량할 수 없으며, 그 직무는 하나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는 무거운 사명임을 시사합니다(참조: 왕상 3:1–15). 그러나 왕 주변의 관리들은 언제나 그러한 이상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악인들이 그들 가운데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현실적 통찰이 드러납니다(3–5절).
3 하늘이 높고 땅이 깊은 것처럼, 왕의 마음도 헤아리기 어렵다.
4 은에서 찌꺼기를 없애라. 그래야 은장색의 손에서 그릇이 되어 나온다.
5 왕 앞에서는 악한 사람을 없애라. 그래야 왕위가 공의 위에 굳게 선다.
6–7절은 왕 앞에서의 겸손함과 신중함을 강조하며, 누가복음 14:7–11과도 연결되는 교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6 왕 앞에서 스스로 높은 체하지 말며, 높은 사람의 자리에 끼어들지 말아라.
7 너의 눈앞에 있는 높은 관리들 앞에서 '저리로 내려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이리로 올라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재판과 말의 신중함 (25:7하–10)
이 단락은 공적 장소, 특히 재판 상황에서 성급하거나 과장된 행동을 피할 것을 권면합니다. 불필요하게 이웃을 고발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법정이나 군중 앞에서 발설하는 것은 오히려 개인적 굴욕을 초래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함을 말합니다.
7 너의 눈앞에 있는 높은 관리들 앞에서 '저리로 내려가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이리로 올라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더 낫기 때문이다.
8 너는 급하게 소송하지 말아라. 훗날에 너의 이웃이 너를 이겨 부끄럽게 만들 때에, 네가 어떻게 할지가 염려된다.
9 이웃과 다툴 일이 있으면 그와 직접 변론만 하고, 그의 비밀을 퍼뜨리지 말아라.
10 그 말을 듣는 사람이 오히려 너를 비난하면, 그 나쁜 소문이 너에게서 떠나지 않고 따라다닐까 두렵다.
말의 힘과 영향 (25:11–15)
말의 적절한 사용은 관계와 공동체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11절은 “경우에 합당한 말은 은쟁반에 금사과”와 같다고 표현하며, 적절한 말이 얼마나 귀한지를 강조합니다.
11 경우에 알맞은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이다.
책망도 지혜롭게 할 때 받아들여지며(12절), 신실함(13절)과 자화자찬을 삼가는 태도(14절), 그리고 부드러운 말로도 권력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교훈(15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12 지혜로운 사람의 책망은, 들을 줄 아는 사람의 귀에는, 금귀고리요, 순금 목걸이이다.
13 믿음직한 심부름꾼은 그를 보낸 주인에게는 무더운 추수 때의 시원한 냉수와 같아서,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준다.
14 선물을 한다고 거짓말로 자랑을 퍼뜨리는 사람은 비를 내리지 못하는 구름과 바람 같다.
15 분노를 오래 참으면 지배자도 설득되고, 부드러운 혀는 뼈도 녹일 수 있다.
절제와 분별의 덕목 (25:16–20)
이 부분은 절제와 분별이 사회생활의 핵심 덕목임을 강조합니다.
꿀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해가 될 수 있으며(16절), 이웃 방문도 자주 하면 불쾌함을 줄 수 있습니다(17절). 또한 거짓 증언(18절), 적절치 않은 노래(20절) 등은 사람 간 신뢰를 해칠 수 있습니다.
16 꿀을 발견하더라도 적당히 먹어라. 과식하면 토할지도 모른다.
17 이웃집이라 하여 너무 자주 드나들지 말아라. 그가 싫증이 나서 너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른다.
18 거짓말로 이웃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는 사람은, 망치요, 칼이요, 뾰족한 화살이다.
19 환난을 당할 때에, 진실하지 못한 사람을 믿는 것은, 마치 썩은 이와 뼈가 부러진 다리를 의지하는 것과 같다.
20 마음이 상한 사람 앞에서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것은, 추운 날에 옷을 벗기는 것과 같고, 상처에 초를 붓는 것과 같다.
원수와의 관계에서의 지혜 (25:21–22)
이 격언은 원수를 대할 때 관용과 자비의 태도를 권면합니다. 직접적인 복수보다는 선행을 통해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방식, 혹은 양심의 자극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해소하라고 가르칩니다.
21 네 원수가 배고파하거든 먹을 것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마실 물을 주어라.
22 이렇게 하는 것은, 그의 낯을 뜨겁게 하는 것이며, 주님께서 너에게 상으로 갚아 주실 것이다.
“머리에 숯을 얹는다”는 표현의 해석은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도덕적인 대응의 힘을 강조하는 문맥입니다. (개역개정)
말과 감정 조절의 중요성 (25:23–25)
23절은 분노를 일으키는 말과 기후 변화(북풍과 비)를 연결한 직유를 통해, 말이 가져오는 결과의 심각성을 묘사합니다.
23 북풍이 비를 일으키듯, 헐뜯는 혀는 얼굴에 분노를 일으킨다.
24절에서는 다투기 좋아하는 아내에 대한 격언이 등장하며,
24 다투기를 좋아하는 여자와 넓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것보다, 차라리 다락 한 구석에서 혼자 사는 것이 더 낫다.
25절은 좋은 소식이 피곤한 영혼을 소생시킨다고 하여 말의 회복력을 강조합니다.
25 먼 데서 오는 기쁜 소식은 목이 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냉수와 같다.
도덕적 굳건함과 절제 (25:26–28)
26절은 악에 굴복하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묘사하며, 정의를 지키는 사람의 강직함이 사회적 덕망의 기반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26 의인이 악인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은, 흐려진 샘물과 같고, 오염된 우물물과 같다.
27절은 명예에 대한 무절제한 욕망이 오히려 수치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27 꿀도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좋지 않듯이, 영예를 지나치게 구하는 것은 좋지 않다.
28절은 자제력 없는 사람을 “성벽 없는 성읍”에 비유함으로써, 내면의 절제가 공동체와 개인의 안전을 지키는 기초임을 일깨웁니다.
28 자기의 기분을 자제하지 못하는 사람은, 성이 무너져 성벽이 없는 것과 같다.
잠언 25장은 “정의의 보좌”라는 주제 아래, 왕의 사명, 올바른 말의 영향력, 절제된 삶의 중요성을 다양한 비유와 은유로 풀어냅니다. 이 모든 가르침은 개인과 공동체의 바른 삶을 위한 지혜로 작동하며, 하나님의 통치 질서를 반영하는 윤리적 지침으로서 기능합니다.
삶에의 다짐
진실을 말하되, 때에 맞는 말로 지혜를 전하렵니다.
높은 자 앞에서 스스로 나아가지(높이거나 하지) 않고, 겸손히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유혹과 분노, 자랑과 성급함을 절제하여, 말과 행동에 분별을 더하겠습니다.
원수조차 선대 하며, 나의 선함이 그들의 마음을 녹이기를 바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압력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내 마음을 지키는 성벽이 되어 끝까지 정직과 자제의 길을 걷겠습니다. 그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