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널드 클레멘츠 Ronald E. Clements, 구약학자
26장은 어리석음, 게으름, 악한 말이라는 세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금언 모음입니다. 이 장은 편집자의 의도가 뚜렷하게 반영된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각 단락은 주제별로 정돈되어 있습니다. 야웨라는 신명은 직접 언급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신적 질서가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전제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 (26:1–12)
명예의 부적절한 부여 (1절)
어리석은 자에게 명예를 부여하는 것은 질서 있는 사회의 기본 원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명예가 권위, 덕망, 재산과 함께 공동체 지도자에게 기대되는 속성이었기 때문입니다.
1 미련한 사람에게는 영예가 어울리지 않는다. 이는 마치 여름에 눈이 내리는 것과 같고, 추수 때에 비가 오는 것과 같다.
모순적인 교훈 (4–5절)
상반된 내용의 두 격언은 각각 다른 상황에서 적용되어야 함을 가르칩니다. 분별 있는 자는 상황에 따라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해야 하며, 어리석은 자의 자만은 교정을 거부하게 만들기 때문에 특별히 경계해야 할 성향입니다.
4 미련한 사람이 어리석은 말을 할 때에는 대답하지 말아라. 너도 그와 같은 사람이 될까 두렵다.
5 미련한 사람이 어리석은 말을 할 때에는 같은 말로 대응하여 주어라. 그가 지혜로운 체할까 두렵다.
직유와 은유의 사용 (6–8절)
경솔한 행동이나 부적절한 위임은 비생산적이거나 위험하다는 점을 조롱하는 방식으로 표현됩니다. 예를 들어, 고무줄을 새총에 묶는다고 해서 그것이 무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유가 그것입니다.
6 미련한 사람을 시켜서 소식을 보내는 것은, 제 발목을 자르거나 폭력을 불러들이는 것과 같다.
7 미련한 사람이 입에 담는 잠언은, 저는 사람의 다리처럼 힘이 없다.
8 미련한 사람에게 영예를 돌리는 것은, 무릿매에 돌을 올려놓는 것과 같다.
스스로 지혜롭다고 여기는 자 (12절)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어리석음을 넘어, 자기 확신에 빠진 자가 오히려 더 교정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는 교훈이 강조됩니다.
12 너는 스스로 지혜롭다 하는 사람을 보았을 것이나, 그런 사람보다는 오히려 미련한 사람에게 더 희망이 있다.
게으름에 대한 풍자 (26:13–16)
빈약한 변명과 조롱 (13–15절)
게으른 자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피하기 위해 비현실적인 핑계를 대곤 합니다. 이는 직유를 활용하여 조롱의 대상으로 표현되며,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본질적인 경계를 가르칩니다.
13 게으른 사람은 핑계 대기를 "길에 사자가 있다. 거리에 사자가 있다" 한다.
14 문짝이 돌쩌귀에 붙어서 돌아가듯이, 게으른 사람은 침대에만 붙어서 뒹군다.
15 게으른 사람은 밥그릇에 손을 대고서도, 입에 떠 넣기조차 귀찮아한다.
과장된 자기 확신 (16절)
게으른 자는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이 가장 현명하다고 여깁니다. 이러한 과장된 자기 인식은 지혜의 반대 개념으로 비판받습니다.
16 게으른 사람은 재치 있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악한 말과 속임수의 위험성 (26:17–28)
개입의 무익함 (17절)
다른 사람의 다툼에 불필요하게 끼어드는 것은 위협적이고 무의미한 행동으로 간주되며, 공동체의 질서를 해칩니다.
17 자기와 관계없는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사람이 개의 귀를 붙잡는 것과 같다.
농담으로 포장된 속임수 (18–19절)
이웃을 속인 후 그것을 단지 “장난”이라 치부하는 태도는 도덕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로 묘사됩니다.
18 횃불을 던지고 화살을 쏘아서 사람을 죽이는 미친 사람이 있다.
19 이웃을 속이고서도 "농담도 못하냐?" 하고 말하는 사람도 그러하다.
말로 인한 재앙 (20–22절)
다툼을 좋아하는 자, 수다스러운 자는 공동체 안에 불화를 야기하며, 그들의 말은 쉽게 통제되지 않는 위험한 무기와 같습니다.
20 땔감이 다 떨어지면 불이 꺼지듯이, 남의 말을 잘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다툼도 그친다.
21 숯불 위에 숯을 더하는 것과, 타는 불에 나무를 더하는 것과 같이, 다투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불난 데 부채질을 한다.
22 헐뜯기를 잘하는 사람의 말은 맛있는 음식과 같아서, 뱃속 깊은 데로 내려간다.
겉과 속이 다른 자의 위선 (23–26절)
겉으로는 다정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악한 의도를 품은 자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위선은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23 악한 마음을 품고서 말만 매끄럽게 하는 입술은, 질그릇에다가 은을 살짝 입힌 것과 같다.
24 남을 미워하는 사람은 입술로는 그렇지 않은 체하면서, 속으로는 흉계를 꾸민다.
25 비록 다정한 말을 한다 하여도 그를 믿지 말아라. 그의 마음속에는 역겨운 것이 일곱 가지나 들어 있다.
26 미운 생각을 교활하게 감추고 있다 하여도, 그 악의는 회중 앞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시적 정의와 보응의 원리 (27–28절)
악한 자는 결국 그 행위로 인해 자신이 고통을 당하게 됩니다. 이는 “시적 정의” 혹은 악의 자기 파괴적 속성을 강조하는 지혜의 교훈입니다. 비록 현실에서는 그 보응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러한 원리는 지혜 문학의 핵심 사상 중 하나로 유지됩니다.
27 함정을 파는 사람은 자기가 그 속에 빠지고, 돌을 굴리는 사람은 자기가 그 밑에 깔린다.
28 거짓말을 하는 혀는 흠 없는 사람의 원수이며, 아첨하는 사람은 자기의 신세를 망친다.
이 장 전체는 어리석음, 게으름, 속임수 같은 삶의 부정적인 태도들이 어떻게 인간과 공동체를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경고합니다. 그리하여 지혜로운 삶은 명예를 바로 세우고, 부지런히 일하며, 정직하고 신실한 말과 행동을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합니다.
삶에의 다짐
어리석음과 게으름, 거짓된 말이 내 삶을 해치지 않도록 마음을 지키겠습니다.
지혜로운 말과 정직한 행동으로 나와 이웃을 세우며,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높이기보다 배움을 구하는 겸손을 지니겠습니다.
속임수로 관계를 깨뜨리기보다 진실함으로 공동체를 살리고,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며 부지런히 걸어가겠습니다.
작은 말 하나에도 생명을 담고, 오늘도 선한 삶의 질서를 지켜가겠습니다.
참고서적
『IVP 성경연구주석 구약』 (오경・역사서・시가서)_고든 웬함, 존 골딩게이, 로널드 클레멘츠 외 지음, 2023, 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