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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되어짐에 관하여

팀장의 고민: "왜 일이 진행이 안되지?"에 대한 고찰

by KEN

내용에 대한 소개 목적이 아닙니다.

접근 방식(혹은 기획)에서의 아쉬움이 커서 의견을 정리해 봤습니다.


지난 4월경이었을 겁니다. 어느 날, 브런치를 통해 제안이 들어왔다.

신임팀장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도무지 진행이 잘 되지 않아 이를 조언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데, 제가 작성한 '7단계 문제해결 방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작성해 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이러저러한 협의를 거쳐, 5월에 계약을 하고, 6월에 내용을 오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https://publy.co/content/7855?fr=library-done


기획 협의 과정은 아주 짧게 진행되었습니다.
콘텐츠 기획은 퍼블리의 전문가들에 의해 이미 충분히 계획되어 있었기에, 그 전문성과 기획 방향은 깊이 존중합니다.


다만, 수십 년간 기업 현장에서 업무를 진행해 온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소위 ‘일의 진행이 더디거나 병목 현상으로 인해 멈추는 상황’의 대부분은
팀 내부의 문제와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경우가 많았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번 기획에서는 이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곧 ‘팀 내부 문제의 해결’이라는 진단으로 한정하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접근이 과연 신임 팀장의 병목(bottleneck)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남았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업무 지연이나 병목의 원인은 팀 내부보다는 외부 요인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이는 기업 내 업무라는 것이 결코 우리 팀과 팀원들만으로는 완결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부서 간 협업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외부와의 연결 고리가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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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과제는 단일 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문제 해결이나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복수의 부문별 팀들이 반드시 협업해야만 진정한 해법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협업 없이는 과제 해결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간단한 사례를 살펴보시죠.

가령, 개발팀의 기구 설계 담당자가 회사 내에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소재를 적용해 디자인 우위를 가진 노트북 PC를 개발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담당자가 외장 케이스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하고, 여기에 매트한 무광의 부드러운 촉감의 도료를 코팅하고자 할 경우, 이는 단순히 설계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디자인 요소를 실제 양산품에 구현하려면, 구매팀을 통해 해당 사양을 충족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발굴하고, 요구된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부품을 납품받아야만 공장에서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합니다.


즉, 개발자인 나(혹은 우리 팀)만으로는 결코 완수할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회사로부터 부여받은 과제—“경쟁사를 압도할 가장 트렌디한 노트북 PC를 개발하라”—는 본질적으로 협업 없이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라는 의미입니다.


비록 1차적 과제는 개발 영역에 한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판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마케팅과 영업조직과의 긴밀한 협력 역시 필수입니다.


결국, 저는 이 사례를 통해 “혼자서는 불가능한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혹시 아십니까?
대부분의 기업 내에서는 ‘업무 영역’을 둘러싼 논쟁이 물밑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바로 역할과 책임(R&R)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이른바 ‘그레이 존(gray zone)’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명확히 책임지려 하지 않고, 어느 팀도 선뜻 나서서 맡지 않으려는 공백의 영역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는 것이죠.


앞서 든 사례를 바탕으로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개발부서에서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새로운 재질을 적용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습니다.
이때, 개발팀이 해당 재질을 구현해 줄 수 있는 협력업체를 찾아달라고 구매팀에 요청했다고 가정해 보시죠.


대부분의 경우, 구매팀의 반응은 이렇습니다.
“그걸 왜 저희에게 요청하시는 거죠? 저희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부품을, 최적의 품질(Q)과 최적의 가격(C), 그리고 필요한 시점(D)에 맞춰 조달하는 것이 역할입니다.
새로운 재질을 사용하신다면, 그에 맞는 협력업체는 관련 부서에서 직접 발굴하신 후 저희에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이러한 반응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구매팀 입장에서는 이전까지 한 번도 ‘새로운 재질 구현’과 같은 업무를 수행해 본 경험이 없었고, 회사 내에서도 이런 요청이 처음 발생한 일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개발팀장인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팀원들만 다그친다고 해서 일이 해결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는 단순한 팀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결국 관련 부서들을 소집해 협의를 진행하고, 필요하다면 인사 부서와 협력하여 부서 간 R&R을 재정립하거나, 해당 업무를 수행할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는 등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말 그대로,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는 심정으로 개발팀이 직접 나서야 할까요?


물론 급한 상황에서는 일단 우리가 해보자고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업무의 R&R을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우리 팀원들만을 닦달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은 매우 근시안적이라는 사실입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해결 방안을 찾고, 구조적인 개선을 시도해야 진정한 문제 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겁니다.


제가 경험했던 회사(L)에서는 이럴 경우 타스크포스팀을 운영했습니다. 마치 현재의 특검이 하는 역할 비슷하죠. 필요부서에서 사람을 지원받아 원팀으로 그 해당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겁니다.


이를 L사에서는 TDR이라고 하죠. (Tear Down & Re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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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전 부서의 참여를 요청하여 교차기능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성하여 한방에 해결해 나가는 활동을 추진하는 겁니다.


이렇게 원(one) 팀으로 활동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되었던 그래이존 이슈는 말끔하게 해결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RACI 매트릭스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참여팀을 할당하고 관계자를 불러 모으는 것이죠.

• R (Responsible, 수행자):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나 팀
• A (Accountable, 최종 책임자): 업무가 제대로 완료되었는지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사람(한 업무에 한 명만 지정)
• C (Consulted, 협의자): 업무 진행과정에서 의견이나 조언을 제공하는 사람(보통 전문가나 이해관계자)
• I (Informed, 통보받는 사람): 업무 진행이나 결과를 공유받아야 하는 사람(수동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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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만으로는 완전한 해결책이 되기 어렵기에, 업무의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방법론 또한 병행되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R&R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실제적 방법들이 지금까지 많은 연구를 통해 축적되어 왔고, 기업 현장에서도 이를 적용한 사례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이러한 방법론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팀장들이 기업 현장에서 업무의 병목(neck)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문제 해결에 접근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할 때, 현재 제시되고 있는 많은 조언들—제가 이전에 작성한 문건을 포함해서—대부분은 “당신 팀만 잘 관리하면 된다”, 혹은 “당신만 잘하면 된다. 내가 가르쳐줄게”와 같은 일방향적 접근에 머무는 듯해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큽니다.


저 역시 다양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연수원에서 강의하고 사내 컨설턴트로 코칭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기에 그러한 문제의식이 더 뚜렷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제가 제안드리는 관점 또한 현장의 생생한 고민에서 비롯된 실질적인 진단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태도는, 항상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해결 방안을 검토하고, 하나의 방법을 결정했다면 전력을 다해 실행에 집중하는 자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결코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어떤 과제를 맡더라도, 늘 자신감을 갖고 임하시어 좋은 성과 이루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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