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학교와 개인 관계에서도...
2006년 하반기부터 십수 년간 기업 내부에서의 (인터널 컨설턴트로서의) 활동은 전적으로 '저 코멘트와의 전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달라"
2016년 4월의 어느 월요일,
그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주중 코칭 활동을 진행 중인 혁신실 멤버들과 함께 주간 업무 방향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각 사업장의 진행 상황과 애로사항, 그리고 본사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사항들을 공유하던 중,
창원에 있는 한 사업부의 연구소장이 했다는 발언이 전달된 겁니다.
"우리는 휴대폰과 산업 자체가 달라.
그런 우리에게 (당신이 제시하는) 그 방법론을 적용하라고?
당신이 xx사업을 알기나 해?"
당시 그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던, 일본 Y대학 출신의 고박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저의 지시는 단호했습니다.
"첫째, 당장 내일이라도 그 연구소장과 미팅을 잡아 주세요. 내가 직접 만나겠습니다."
"내려간 김에 사업부장도 만나야겠습니다. 사업부장 미팅도 잡아주세요. 내일, 연구소장 미팅 후 시간대로."
"아울러,
이번주내로 그 사업의 본부장님과의 면담을 통해,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겠습니다.
본부장님 일정은 내가 직접 확인하죠."
그리고는 본부장 비서를 통해 30분간의 면담을 요청했고, 그 주 수요일 11시에 약속하였습니다.
"아울러, 멤버분들 전원에게 다시 한번 더 강조합니다."
"어느 사업장의 어느 누구라도, 미팅 중에 '우리는 달라'라는 의미의 발언이 나오면, 그 즉시 내게 알려주세요"
"이것은 가장 위험한 신호입니다. 반드시 그 생각의 뿌리부터 잘라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 변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그다음 날, 연구소장과 사업부장을 만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본부장을 만나
'연구소장과 사업부장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혁신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추진하기로 하였다'
그러니 사업본부장께서도 적극 후원하시고, 그들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십사 하고 요청을 드렸습니다.
결과는요?
사내에서 평균 이상의 실적을 달성한 사업부로 평가되었습니다. 연말 평가 결과에서 말이죠.
약간의 윤색이 되긴 했으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다음 날, 그 문제의 연구소장을 만나 설득했고, 이 일의 중요성을 사업부장을 만나 재 확인했음은 물론이고, 그 주간에 사업본부장을 만나 일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후원 및 본부 내 강조를 해 주겠노라는 약속을 받아낸 것 또한 사실입니다.
물론, 그렇게 실행된 진행 결과와 실적은 그다음 전사 경영회의에서 CEO에게 현황이 공유된 것은 물론입니다.
변화를 해 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장벽이, 자기 확신입니다.
그러한 확신이 본인이 과거에 했었던 성공체험을 근간으로 한 것이라면 더더욱 어려워집니다.
자신은 그 방식대로 해 봤더니 성공했었다는 것이죠. 물론 그 성공 또한 따져봐야 하는 것이겠습니다만.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전체 산업이 급성장기에 있었다면,
우연찮은 경쟁사의 위기로 인해, 공급이 부족했던 상황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것이었다면,
국제 정세의 영향으로 우연찮게(운이 좋아) 우리 상품만 잘 팔렸는 상황이었다면... 등등
내 실력이 아니라, 외부 요인으로 이뤄졌던 성공적 체험이었다면, 그럴지라도 본인이 잘해서 성공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때로는 자기 확신이 아집일 수도 있고, 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현상을 나타내는 가장 적절한 시그널이 바로 이 발언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우리는 달라"
조직 운영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발언인 것입니다.
개인의 경우는 또 어떨까요?
거의 유사합니다.
새로운 학설이나 새로운 주장을 접할 때 나타내는 반응으로, 사고의 유연성을 가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대부분은 새로운 주장을 접할 때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자신이 그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뭔가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었으니, 그게 뭘까 하는 흥미를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예외도 있더라고요.
2010년대에 몇 년간, S대 공대 산업공학과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박사과정 1명, 석사과정 3명이 진행하였고 물론 책임 교수가 전체를 주관하고는 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만, 가끔 프로젝트 외의 다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할 때 보여지는 묘한 기류 때문에 곤혹스러웠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에이, 그건 별거 아녜요. 그건 말이죠..."로 시작되는 발언이 그 요지입니다.
이때의 시그널은 "그건 별거 아녜요"였습니다.
이 문장이 발화되는 순간, 대부분의 경우 저는 그 미팅에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잠시, 커피 한잔 하시죠" 하고 말입니다.
계속 진행하기에는 위험하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그 아집이, 나만이 최고라는 생각이, 그 자기 확신이 말이죠.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조직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일 테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