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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ay's Jazz] 비 오는 날의 재즈

재즈 스탠더드 비교: Beegie Adair vs. Jack Jezzro

by KEN
많은 피해를 남기고 물러난 폭우 뒤로 잠시 폭염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순간 강우량만 놓고 보면 폭우보다 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는 광복절 아침입니다.

아마도 비 때문이겠죠.

보컬 음악보다 연주곡이 더 끌리는 날입니다.
그래서 비교해 봤습니다. Beegie Adair와 Jack Jezzro 두 연주자를 말이죠.

재료는 "All The Things You Are"입니다.



재즈 스탠더드의 영원한 매력: 비기 어데어와 잭 제즈로의 'All The Things You Are' 비교 감상


재즈의 세계에서 한 곡이 시대를 초월해 수많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흔치 않지만, 제롬 컨(Jerome Kern)이 작곡하고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Oscar Hammerstein II)가 작사한 All The Things You Are는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1939년 브로드웨이 쇼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 공연 자체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 곡은 곧바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아메리칸 송북’의 소중한 러브송이자 현대 재즈 연주자들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습니다.

'All The Things You Are'는 1939년 브로드웨이 쇼 <Very Warm For May>에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이 곡은 히람 셔먼(Hiram Sherman), 프랜시스 머서(Frances Mercer), 홀라스 쇼(Hollace Shaw), 랄프 스튜어트(Ralph Stuart)로 구성된 콰르텟에 의해 초연되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가, 실황연주 장면)


이 곡은 소위 ‘롤러코스터’ 같은 화성을 자랑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즉흥 연주자에게 도전하고픈 마음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더군요. 그래설까요? 훌륭한 연습곡으로도 사랑받는 모양입니다. 실제로 All The Things You Are는 재즈 잼 세션에서 자주 첫 곡으로 연주된다고 합니다. 연주자들에게 정교한 멜로디와 화성 탐구 능력을 겨뤄볼 수 있는 장을 이 음악이 제공한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재즈 피아니스트 비기 어데어와 기타리스트 잭 제즈로—두 명의 개성적인 연주자가—이 위대한 스탠더드를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세부적으로 감상해 보고자 합니다.



비기 어데어의 서정적 우아함: 피아니스트의 시적 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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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 어데어는 흠잡을 데 없는 테크닉, 재즈 레퍼토리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타고난 스윙감으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입니다. 비평가들은 그녀의 음악을 독창적인 재즈 감각, 섬세한 터치, 우아함 등 멋진 수식어로 묘사합니다. 그녀의 연주가 정통 주류 재즈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평이기도 하죠. 곡의 ‘심장과 영혼’을 청중에게 전하는 능력 때문에 많은 재즈 팬들의 사랑을 받는 듯합니다.


그녀는 각 테마를 원곡 악보에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을 우선하죠. 더불어 풍성한 스트링과 반복되는 멜로디의 강조를 통해 이를 구현해 내는 스타일입니다. 그런 특유의 특징은 All The Things You Are 해석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 같습니다.


그녀의 연주는 아마도 느긋한 멜로디 전개가 가능한, 다소 발라드에 가까운 템포를 택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이의 특징인 스윙감은 미묘하면서도 확실한 리듬감을 불어넣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 멜로디 라인에 대한 그녀의 강조는 제롬 컨의 원곡 선율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우아하고 세련된 장식음을 더해 음악적 아름다움을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그녀에 대한 곡의 심장과 영혼을 전달한다는 평가, 반복되는 멜로디를 강조한다는 분석, 그리고 각 테마를 원곡 악보에 충실하게 묘사한다는 설명은 그녀의 의도적이고 분명한 예술 철학을 드러낸 것에 대한 해석으로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연주 기술의 묘사를 넘어, 해석자로서 그녀가 지향하는 목표를 보여준다고 할 것입니다.


어데어는 원곡의 멜로디와 감정적 본질을 최우선으로 삼아, 연주를 듣기 좋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쉽게 소화되고 이해하기 쉬운 음악으로 만드는데 탁월해 보입니다. 이러한 그이의 선택은 재즈를 대중에게 보다 친숙하고 감정적으로 깊이 공명하는 장르로 전달하려는 의식적인 방향성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진단해 봅니다. 그런 접근법에 더해 그녀만의 ‘풍성한 스트링’의 사용은 곡에 곡을 한층 낭만적으로 만들고 따뜻함과 웅장함을 더한다고 할 것입니다. 이는 어데어의 스타일이 보다 고전적인 ‘아메리칸 송북’의 감성과 맞닿아 있음을 잘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잭 제즈로, 기타리스트의 친밀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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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제즈로는 깨끗하고, 명료하며, 부드러운 스타일, 특히 유연한 나일론 현 기타 연주로 잘 알려진 기타리스트입니다. 그의 독창적인 ‘핑거 피킹’ 기법과, 스스로 반주자가 되어 곡의 모든 요소(보컬 라인, 백그라운드, 피아노 역할, 멜로디 훅)를 동시에 구현하는 능력은 그가 매우 자급자족적이면서도 화성적으로 풍부한 접근 방식을 지녔음을 보여준다는 평입니다.


그는 조 패스(Joe Pass)와 짐 홀(Jim Hall) 등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들과 종종 비교된다고 하더군요. ‘대위법적 기타리스트’라는 정체성이 강조되기도 합니다. 이는 독립적인 멜로디 라인들을 조화롭게 엮어내는 데 중점을 둔 연주 방식을 지녔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그런 그는 재즈 스탠더드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면서도, 간결한 라인 속에서 울리는 풍성한 사운드를 유지하는 스타일로 연주합니다.


그의 그러한 독특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이곡 All The Things You Are를 해석합니다. 나일론 현 기타는 특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색을 지녔죠. 피아노보다 조금은 더 친밀한 분위기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 기타 특성 위에 그의 ‘깨끗하고 명료한’ 연주는 복잡한 보이싱 속에서도 선율과 화성을 또렷하게 드러내는 모양새입니다. 몽환적이고 부드럽다는 평가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템포를 말하는 듯도 합니다.


제즈로가 스스로를 ‘자신만의 반주자’라 묘사한다고 하더군요. 그의 대위법적 스타일은 여러 독립적인 멜로디 라인이 동시에 움직이는 구성을 의미합니다. 제즈로의 연주에서의 표현 방식은 하나의 악기 안에서 멜로디, 하모니, 베이스 역할을 모두 수행하고 있음을 들으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주의를 집중해서 듣다 보면 그는 기타를 소규모 오케스트라처럼 활용한다고까지 평할 수 있어 보입니다. 확실히 피아노 중심의 연주와는 결이 다른 감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기 어데어와 잭 제즈로의 All The Things You Are 해석은, 각자의 고유한 음악적 정체성과 해석 철학을 그대로 비추는 듯합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뚜렷한 스타일을 지니고 있음에도, All The Things You Are의 본질은 깊이 존중하는 듯 들립니다. 그들 각자의 해석은 이 스탠더드의 유산에 해석의 깊이를 한층 풍요롭게 하죠. 재즈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익숙한 곡에 각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입혀가는 해석의 자유로움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멋진 연주자의 재즈를 들으시면서, 무더운 여름 한 날을 견뎌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상을 하는 동안에 비는 그치고 다시 폭염주의보를 알리는군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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