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A Ditterence A Day Makes' _ 로라 피지
작업실의 스피커에서 웅산의 Yesterday(Fall in Love)가 흐른다.
호흡이 좋다. 마치 어느 음 하나 소리 한마디도 허투루 하지 않겠다는 듯,
조심스런 발성이 좋다.
과하지 않은 편곡의 연주 또한 일품이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연주되던 음악이 더 마음이 쓰인다.
음을 돌려본다. 서너 곡 앞서 연주되던 것인데...
그래... 이 곡!
Laura Fygi의 'What A Ditterence A Day Makes'...
허스키한 발성에
공기 반, 소리 반... 전형적인 감성적 노래 소화다.
오늘은 이 곡이 좋다. 끌린다는 말이 적절하다.
하루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스물네 시간 동안
햇살과 꽃들이 피어났네
비만 내리던 자리에
어제의 나는 우울했지만,
이제는 그대의 일부가 되었어요.
그대가 내 사람이라 말한 그날부터
외로운 밤들은 끝났어요.
하루가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
이제 무지개가 내 앞에 있어요.
하늘 위엔 더 이상 먹구름이 없어요.
그 황홀한 입맞춤, 그 행복의 순간 이후로
사랑이 내 인생의 메뉴에 오른 그때,
세상은 천국이 되었죠.
하루가 만들어낸 놀라운 변화,
그 모든 차이는 바로 그대예요.
어젯밤에는,
평택국악관현악단의 연주회에서 연주하던, 몽골의 전통악기 뿔피리의 협연.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중 3악장으로 보이는 독주가 시작되었을 때
나도 모르게 뭉클, 눈물이 났었다.
그것이 감동인지, 아니면 그 광활한 초원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독특한 뿔피리 소리로 전해온 것이었는지,
알 수 없는 감상에 젖었던 기억.
(어제의 공연은 유튜브에 올라오지 않았다. 영상은 몽골의 뿔피리 연주의 느낌만을 전해본다)
오늘은 로라 피지가 부른 이 곡의 음과 발성과 가사로 인해 또 한 번 뭉클해진다.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Cuando Vuelva A Tu Lado) · Laura Fygi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라는 제목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디나 워싱턴의 목소리로 각인된 우아한 재즈 스탠더드(1959년 버전)가 떠오른다.
낭만적인 순간의 상징과도 같은 이 노래.
하지만 그 익숙한 멜로디 뒤에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깊고 격렬한 역사가 숨어있음을 살피게 된다.
‘상징적인 미국 스탠더드와 비극적인 멕시코 볼레로’ 사이의 극적인 갈등이 그것.
오늘은 이 노래의 놀라운 이중 정체성과 그 안에 담긴 반전의 이야기를 나눠 보자.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의 낭만은 사실 이 노래의 본래 모습이 아니다.
1934년 멕시코의 여성 작곡가 마리아 그레베르(María Grever)가 쓴 스페인어 노래, 'Cuando vuelva a tu lado' (그대 곁으로 돌아갈 때)가 뿌리. (유튜브 영상 음악)
사실, 이 곡이 영어로 번안되기도 전에 이미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성공을 거둔 히트곡이었다고 한다.
볼레로는 느린 템포를 바탕으로 주로 비극적인 사랑, 보답받지 못하는 헌신, 그리고 지속적인 슬픔이나 절망적인 갈망의 서사를 담아내는 그릇이었다고 전해진다.
즉, 우리가 아는 재즈 스탠더드의 축제 같은 분위기의 노래와는 정반대의 영혼을 가진 노래였달까.
가사의 변화는 말 그대로 극적이다.
1934년 후반, 스탠리 아담스는 그레베르의 원곡을 번역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서사를 창조한다.
원곡의 조건부 탄원('돌아갈 테니 받아줘')의 느낌에서, 즉각적이고 실현된 기쁨('하루 만에 모든 게 변했어')이라는 절대적 긍정의 감정으로 변신을 그렸다. 당연히 미래 시점의 불확실함에 대한 노래를 이미 변화가 일어난 과거의 것으로 변화시킨 시점의 변화 또한 극적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황홀한 회고로 바꾸었다고나 할까.
이러한 주제적 변형을 미국 재즈 및 R&B 스탠더드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결정적 인물은 바로 디나 워싱턴으로 알려진다. 1959년의 녹음은 최우수 리듬 앤 블루스 퍼포먼스 부문에서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8위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이는 노래 가사와도 같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녀의 노래 )
개인적 느낌이겠지만,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노래 중에서도 로라 피지의 2000년 버전은 말 그대로 독보적인 듯하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들린다.
한 가지 더, 그녀의 노래가 특별하다고 느껴지는 느낌 같은 느낌 더하기.
2000년 앨범 The Latin Touch에 총 17곡의 노래를 실으면서 이 곡의 제목을 'What A Difference A Day Makes (Cuando Vuelva A Tu Lado)'로 명기하여 이중 제목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였다.
작곡가 마리아 그레베르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과 동시에 가사 변형으로 가려졌던 (볼레로적 원곡의) 역사를 바로 기억하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로라 피지의 보컬 스타일은 이 노래의 복잡한 역사적 갈등을 담아내는 데 완벽하게 들어맞는 느낌이다.
희망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슬픔 또한 아니다.
그저 공기 반 소리 반이 그려내는 감정은 실로 복잡하다.
듣는 순간의 청자인 나의 상태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좋은 음악을 듣는다는 것
디나 워싱턴은 이 노래를 불멸의 재즈 스탠더드로 만들었고,
에스더 필립스는 1975년 디스코 히트곡으로 편곡하며 변형적 느낌을 노래했다.
로드 스튜어트는 그이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했다.
그러나 개인적 느낌이겠지만 로라 피지만이 이 노래의 역사를 완성시켰다는 감상이다.
그녀의 해석을 통해 이 노래는 미국과 멕시코의 정서를 모두 담아,
오늘날 이 땅의 나에게까지 감성을 온전히 전해주는 노래 같다는 생각에서다.
좋은 작품은, 그것이 문학이든 역사든 혹은 그림이든 음악이든지 관계없이
수많은 상상과 듣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야기시킨다.
오늘, 내게 이곡은, 바로 그런 명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