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ltans of Swing" _ Dire Straits
오늘은 조금 억지스런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재즈는 아니나 제목에는 스윙이 들어가 있고, 재즈를 기대했으나 정통과는 거리가 먼, 그럼에도 기타 프레이징 중에 매우 미묘하게 전개되는 싱코페이션에서 은근슬쩍 즉흥 연주의 재즈적 감성이 묻어나는 노래.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술탄스 오브 스윙"(Sultans of Swing), 즉 스윙의 술탄들(군주들)에 관한 것입니다.
비 오는 날이어서 더 이 곡이 끌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선은 곡의 탄생 비화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팀의 기타리스트인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의 얘깁니다.
비 오는 런던 뎁트포드(Deptford)의 거의 텅 빈 한 펍에서 그가 목격한 우스꽝스럽고도 가슴 아픈 현실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던 이야기입니다.
노플러는 우연히 들어간 술집 한구석에서 딕시랜드 재즈 밴드의 공연을 보게 됩니다. 그들은 겨우 서너 명의 취객들 앞에서 연주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주류 음악인 펑크나 디스코와는 거리가 먼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던 것이죠.
재미있었던 건 그들의 공연이 끝난 뒤의 상황 때문이었습니다.
막 연주를 끝낸 그 밴드의 보컬은 텅 빈 공간에 대고 자신들의 이름을 거창하게
노플러가 당시 상황을 전달했었죠. 그들의 '초라한 외모'와 '몇 명 없었던 황량한 펍 안에서의 상황' 그리고 그에 걸맞지 않은 '실로 거창한 이름'의 대조가 그것이었습니다.
노플러는 이 장면이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암울한 미래를 잘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차게 노래하며 당당하게 "내가 군주다" 외치는 그들을 노래하고 싶어 졌던 것입니다.
그는 이 곡의 가사를 통해 무명의 음악가들을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 기타의 '조지(George)'는 “모든 코드를 잘 알지만” 청중을 울리거나 노래하게 만들려 하지 않고, 그저 리듬에 충실한 연주자를 할 뿐입니다. 그가 가진 낡은 기타 한 대로, 그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음악을 당당하게 들려줄 뿐이었습니다.
- 또 다른 인물 '해리(Harry)'.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금요일 밤을 위해 혼키 통크(Honky Tonk) 실력을 갈고닦아 무대에 오릅니다. 비록 그의 연주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는 못할지라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진심을 담아 연주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 반면, '브라운 배기(brown baggies)'이 친구는 스스로의 음악을 록앤롤이라 하지 않으며 그만의 음악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라고 전언했습니다.
아무튼 이 곡은 탄생부터가 흥미롭습니다.
그건 아시나요? 작사와 관련해서 서로 자기 덕이라고 투닥거리는 일화 말입니다.
세션으로 참여했던 빌 윌슨(Bill Wilson)이라는 사람이 노플러와 함께 냅킨에 가사를 공동 집필했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알려졌죠. 무엇보다 시간적 정황이 전혀 맞지 않다는 거였습니다. 윌슨은 미국에서 노플러와 함께 작업했다고 말했지만, 「Sultans of Swing」은 다이어 스트레이츠가 미국에 진출하기 훨씬 전인 1977년 런던에서 이미 작곡되고 녹음되었던 것입니다.
많은 경우 그렇지만, 꼭 이런 사람들 한 둘쯤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아무튼 흥미롭긴 합니다.
노플러는 이 곡에서 두 차례 서로 다른 색깔의 솔로를 들려줍니다.
첫 번째 솔로는 정교한 스케일을 기반으로 차분하게 짜여 있지만, 두 번째 솔로는 더 빠른 템포와 자유로운 아르페지오가 특징입니다. 이 모든 연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핑거스타일로 완성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의 연주가 단순한 기교 과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죠. 노플러는 곡 전체를 관통하는 서사 속에서 솔로를 배치합니다.
이런 구성 때문에 저는 묘하게도 이 곡이 재즈적 성격으로 들렸던 것입니다. 암튼,
이 솔로는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노플러는 무대에서 즉흥성을 더해 솔로를 자유롭게 확장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그의 연주는 언제나 기술을 넘어 음악 자체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듣는 이로 하여금 그 서사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을 발산합니다.
다이어 스트레이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Sultans of Swing"의 성공 스토리는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입니다.
출발점은 초라한 데모 테이프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1977년 7월, 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런던의 작은 8 트랙 스튜디오인 패스웨이 스튜디오(Pathway Studios)에서 다섯 곡을 녹음했습니다. 비용은 고작 180파운드. 그러나 이 소박한 투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됐던 것입니다.
밴드는 BBC 라디오 런던의 DJ 찰리 길렛(Charlie Gillett)에게 테이프를 건넸고, 길렛은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Sultans of Swing"을 틀기 시작했습니다. 이 방송이 밴드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물론 그 후의 이야기도 순탄치 많은 않았던 모양입니다.
영국에서 데뷔 앨범을 녹음했는데, 당시 마케팅팀의 평가가 “너무 세련되고 부드러워 싱글로는 힘들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들은 다시 패스웨이 스튜디오로 돌아가 왜곡과 압축을 더한 싱글 버전을 녹음해야 했던 것이죠.
그런데 시장은 참 아이러니하게 전개됩니다.
음악에 대한 열망과 대중의 바램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몇 번 없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던 것입니다. 이런 걸 누군가는 "하늘이 도왔다"라고 평론하기도 합니다. 그렇죠. 인위적으로만 될 수 없는 것이 인생살이인 것입니다.
아무튼, 이 곡과 관련한 더 긴 얘기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우선은 음악을 듣는 것이 더 먼저일 듯싶습니다.
비 오는 주말,
담백하게 읊조리듯 노래하는 벌스(Verse)와 기타 솔로 프레이징의 톡톡 튀는 연주의 대조가 흥미롭게 조화를 이루는 멋진 음악, 'Sultans Of Swing'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