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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현실주의'의 존 미어샤이머 탐색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학설 및 주장에 대한 소고

by KEN
흔히 우리는 기대나 희망에 기대어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곤 한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논리의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일상적 대화에서부터 신학적 담론, 그리고 석학들의 논리 구조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인간 사고의 본성에 가까운 집요한 끌림처럼 작동하는 것일게다.

그러나 학문적 탐구에서 중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현실을 상수로 두는 태도일 것이다.
날것 그대로의 현실을 이론적으로 정립하는 일, 그것이 진지한 인식의 출발점이다.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는 나의 기대와는 다른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면, 기대가 아니라 사실을 우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반박보다 먼저,
그를, 그리고 그의 주장을 면밀히 이해하고 검토하는 일일 것이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학설 및 지정학적 주장 이해

요약
존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은 무정부적 국제체제에서 강대국들이 생존을 위해 권력 극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 강대국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본다.

그는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 정책이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하고 민족주의와 충돌함으로써 전쟁과 국력 낭비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아울러 중국의 부상을 아시아 패권을 향한 불가피한 구조적 과정으로 규정하며, 미국은 역외 균형자로서 중국 봉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원인을 서방의 NATO 동진에서 찾으며, 우크라이나의 중립화를 현실적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요컨대, 미어샤이머는 이데올로기보다 현실주의적 힘의 논리가 국제정치를 지배한다며, 미국은 불필요한 개입을 멈추고 중국 견제에 전략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 미어샤이머는 현대 국제관계학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논쟁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그의 사상은 대표 저서 『강대국 국제질서의 비극』에 집약된 공격적 현실주의’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 이론은 국가의 행동 원인을 국내 요인이 아닌 국제 시스템의 무정부적 구조에서 찾는 구조 중심적 접근을 취한다. 즉, 국제체제의 무정부성은 국가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권력 극대화를 추구하게 만들며, 그 결과 강대국 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고 본 것이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국가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 다섯 가지 구조적 가정에 기반한다.


첫째, 국제 시스템의 무정부성이다. 국제사회에는 국가의 행동을 규제하거나 생존을 보장할 수 있는 상위 권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각 국가는 자조의 원리에 따라 행동할 수밖에 없다.


둘째, 공격 능력이다. 모든 강대국은 잠재적으로 상대국을 위협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군사적 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의도의 불확실성이다. 어떤 국가도 타국의 미래 의도를 완전히 알 수 없으며, 현재 평화적으로 보이는 국가조차 언제든 공격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한다.


넷째, 생존의 우선성이다. 모든 국가는 궁극적으로 자국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다섯째, 합리적 행위자이다. 국가는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고하고, 이익을 계산하며,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행위자로 간주된다.


이 다섯 가지 가정은 국제 체제 속에서

강대국들이 왜 끊임없이 권력 경쟁을 벌이는지를 설명하는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의 토대가 된다.


공격적 현실주의의 다섯 가지 구조적 가정, 특히 무정부성, 공격 능력, 그리고 의도의 불확실성이 결합될 때, 강대국들은 서로에 대한 영구적인 불안과 공포 속에서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공포는 국가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한 최선의 전략으로 권력(전투력 및 경제력과 협상력 등 모든 분야) 극대화를 추구하도록 만든다.


미어샤이머에 따르면, 강대국이 자국의 생존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방법은 잠재적 경쟁국보다 더 많은 권력을 확보하는 것이며, 그 궁극적인 목표는 국제 체제 내 유일한 패권자가 되는 것이다.


권력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강대국들은 전통적인 세력 균형보다 대리전 활용이나 자기 증진과 같은 전략을 선호한다. 이러한 구조적 경쟁은 필연적으로 안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갈등과 전쟁의 가능성을 높이는 비관적 국제 질서를 형성한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케네스 왈츠를 중심으로 한 '방어적 현실주의'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방어적 현실주의는 공격적 팽창은 지나친 비용을 초래하고, 다른 국가들의 균형 연합을 유발해 오히려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본다. 따라서 국가는 안보를 확보할 만큼의 권력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반면 미어샤이머는 국제 체제의 구조적 압력 속에서 생존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권력 극대화라고 주장한다. 즉, 공격적 팽창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두 이론은 갈등의 원인을 해석하는 방식에서도 다르다. 방어적 현실주의는 안보 딜레마, 지정학적 환경, 혹은 엘리트의 오판과 같은 구조적 수정 요인에서 갈등의 원인을 찾지만, 공격적 현실주의는 갈등이 국제 시스템 그 자체의 불가피한 산물이라고 본다.


비교 정리하면,


- 핵심 동기: 공격적 현실주의는 권력 극대화, 방어적 현실주의는 안보 최대화를 추구한다.

- 전망: 공격적 현실주의는 지속적 경쟁과 전쟁 가능성이 높은 비관적 체제, 방어적 현실주의는 일부 협력 가능성을 인정하는 덜 비관적 체제로 본다.

- 팽창에 대한 태도: 공격적 현실주의는 공격적 팽창이 생존에 유리하다고 보지만, 방어적 현실주의는 과도한 팽창이 오히려 안보를 해친다고 경고한다.

- 국가 행동의 원인: 전자는 구조적 필연성, 후자는 구조적 수정 요인이나 엘리트의 오판으로 설명한다.


결국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는 국제 체제를 본질적으로 경쟁과 갈등이 내재된 비극적 구조로 인식하며, 이는 방어적 현실주의의 신중하고 안정 지향적인 세계관과 근본적으로 대립한다.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는 강대국의 권력 추구가 단순히 국제 시스템의 구조적 요인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지리적 제약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모든 강대국이 궁극적으로 시스템 내 유일한 패권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미어샤이머는 전 지구적 패권은 현실적으로 달성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 바로

물의 저지력(The Stopping Power of Water)’이다.


광대한 해양은 군사력의 장거리 투사와 지속적 보급을 제한함으로써, 한 국가가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자연적 방벽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강대국들은 전 지구적 지배 대신 자국 주변 지역에서 압도적인 영향력, 즉 지역 패권을 확보하는 것을 전략적 목표로 삼는다. 미어샤이머는 미국조차 글로벌 패권국이 아닌, 서반구의 지역 패권자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한 국가가 지역 패권을 달성하면,

그다음 과제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패권국의 출현을 막는 것이다.

미어샤이머는 이를 ‘역외 균형자’의 역할로 정의한다.


미국은 해양으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물의 저지력’의 혜택을 누리며, 유럽이나 아시아의 대륙 강대국에 비해 침략의 위협이 적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안보 환경을 유지한다. 이 덕분에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유지한 상태에서, 다른 지역의 세력 균형에 전략적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의 최적 전략은 이미 확보된 안보 기반 위에서 다른 대륙에서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하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 구조는

미어샤이머가 중국의 부상 견제를 미국 외교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기타 지역 개입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결국, 지리적 제약은 국제 권력의 분포를 결정짓는 필수 변수이며, 대륙 강대국일수록 지역 패권을 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주변국들의 균형 연합에 더 자주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 미어샤이머의 핵심 주장이다.



미어샤이머는 저서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에서

포스트 냉전기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인 자유주의적 패권을 구조적 현실주의의 관점에서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이 정책이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무시한 비합리적이고 파괴적인 실험이었다고 주장한다.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 LIO)는 민주주의 확산, 자유무역, 국제기구를 통한 평화 증진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서방 엘리트들에게 이 질서는 인류의 진보를 상징하는 이상적인 질서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미어샤이머는 LIO가

국제체제의 구조적 현실을 무시했기 때문에 “붕괴할 운명”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냉전기의 미국 주도 질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자유주의가 아니라

현실주의적 기반 즉, 서방 중심의 제한된 세력 질서에 있었다고 분석한다.


그가 지적한 LIO의 근본적 결함은 ‘민족주의’와의 충돌이다.

자유주의적 질서는 개방된 국경과 초국가적 기구의 우위를 강조하지만, 민족주의는 주권과 국가 정체성의 보존을 중시한다. 미어샤이머는 민족주의가 자유주의보다 훨씬 강력한 정치적 힘이며, 양자가 충돌할 경우 언제나 민족주의가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이 충돌은 결국 자유주의적 질서의 내적 기반을 약화시켜 붕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는 미국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해외에 전파하려 한 개입주의적 외교정책을 “비용이 큰 오판”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정책은 중동 등지에서 ‘엄청난 죽음과 파괴’를 초래했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분열과 사회적 불만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주의 엘리트들이 추진한 정책을 ‘뼈대 없는 정책’이라 부르며, 그 실패가 미국 내부의 정치적 반발, 예컨대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을 촉발했다고 분석한다.

미어샤이머에게 이는 단순한 외교 실패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정책 결정이 구조적 현실을 무시했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 결과라는 주장이다.


결국 그의 비판은 국제정치가 요구하는 합리적 현실주의적 생존 전략과, 미국이 추구한 자유주의적 이상주의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 것이다.


미어샤이머는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제한된 것으로 본다.

국가들은 협력의 절대적 이득보다, 상대국과 비교한 상대적 이득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따라서 한 국가가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면, 다른 국가는 협력을 주저하게 된다. 이런 구조적 현실 속에서 안보 경쟁은 강화되고, 진정한 협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미어샤이머는 이런 이유로 국제기구가 국가 간 경쟁을 완화하고 협력을 촉진할 것이라는 주장을 “잘못된 약속”이라고 비판한다.


요약하자면, 미어샤이머의 비판은 이와같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는 민족주의라는 현실적 힘을 간과했고,
이데올로기적 열망에 기반한 개입주의는 파괴적 결과를 낳았으며,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의 약속은 구조적 현실 속에서 실현 불가능하다.


그의 현실주의적 분석은 국제정치는 결국 힘과 생존의 논리에 의해 작동한다는 냉철한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하에서 미어샤이머는 중국의 부상을 강대국 경쟁의 필연적 귀결로 본다.

그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현상 유지 세력이 아니라, 자국 주변(아시아)에서 패권을 추구하는 공격적 수정주의 국가로 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 결과, 미국과 중국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안보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으며, 전쟁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앞에서 논의했던 것과 같이 미국은 서반구의 지역 패권자로서, 다른 지역에 새로운 패권국이 등장하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전략적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미어샤이머는 미국이 중국의 세력 확장을 봉쇄하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인도, 러시아, 싱가포르, 한국, 베트남 등 중국 주변국들이 안보 불안을 이유로 미국 중심의 봉쇄 연합에 자연스럽게 동참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한국은 중립적 중재자 역할을 수행할 수 없으며, 국익을 위해 미국 편에 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만은 미국의 중국 봉쇄 전략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며, 미국은 대만 방어를 위한 재래식 억지력과 핵우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만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다고 평가한다(2024년 발언 기준, 2025년 WKF2025의 발언 내용 요약 참조).



미어샤이머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책임을 러시아가 아닌 서방에 돌리는 구조적 현실주의자로, 이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전쟁의 근본 원인을 러시아의 핵심적 안보 우려를 무시한 NATO의 동진 정책과, 우크라이나를 서방 진영에 편입시키려 한 미국의 전략적 야심에서 찾는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강대국은 자국 인접 지역에 적대적인 군사 동맹이 형성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이는 러시아의 생존 자체에 대한 구조적 위협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관점은 그가 ‘지정학 101’이라 부르는 강대국 행태의 기본 원칙이다.


정책 대안으로 미어샤이머는 우크라이나를 NATO와 러시아 모두에 속하지 않는 ‘중립적 완충국’으로 만들 것을 제안한다. 이는 냉전기 오스트리아 모델과 유사한 접근이다. 그는 서방의 군사·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전세를 뒤집을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군이 2024~2025년에 공세를 주도할 가능성은 ‘터무니없다’고 평가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잘못된) 개입이 러시아를 중국과 더 밀착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미어샤이머는 스티븐 월트와 함께 쓴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에서, 국내 정치적 요인, 특히 강력한 로비 집단이 국가의 합리적 외교정책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스라엘 로비’가 미국의 중동 정책을 국익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비판한다. 로비의 영향 아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행동권을 확보하는 반면, 미국은 이라크 전쟁 등으로 막대한 인명 피해와 재정적 부담을 감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어샤이머와 월트는 외교정책은 국내 로비가 아닌, 전략적 이익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정책이 석유와 같은 현실적 이익에 근거했다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에 더 우호적인 정책을 취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미어샤이머의 세 가지 지정학적 분석은 모두 동일한 구조적 논리에 귀결된다.

국제정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힘의 구조에 의해 작동하며,
강대국의 생존은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현실적 전략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그의 분석은 미국이 자유주의적 이상주의를 버리고 현실주의적 질서관리자로 복귀해야 함을 촉구하는 구조적 경고로 읽힌다.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는 명확한 논리와 구조적 일관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학계와 정책 영역에서 심도 깊은 비판과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비판은 크게 이론적 한계와 정책적 위험성 두 측면에서 제기된다.


가장 근본적인 비판은 미어샤이머의 이론이 지닌 ‘구조적 결정론’ 성향에 관한 것이다.

방어적 현실주의자들은 국가가 안보를 확보할 만큼의 권력만을 추구해야 한다고 보며, 권력 극대화를 지향하는 미어샤이머의 주장을 비효율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전략으로 비판한다. 그들은 공격적 팽창이 오히려 세력 균형을 유발해, 결과적으로 자국의 안보를 약화시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구성주의 학파는 미어샤이머의 구조 중심적 접근이 국제정치의 사회적·규범적 측면을 무시한다고 비판한다. 구성주의자들은 국제체제의 무정부성이나 국가 간 공포가 객관적 사실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인식이 형성한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본다. 따라서 권력 경쟁은 구조적 필연이 아니라 인식과 규범에 따라 변화 가능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미어샤이머의 이론이 유연성과 변동성을 결여한 과도한 비관주의에 갇혀 있다고 평가한다.

참고) 구성주의(Constructivism): 국제관계 이론에서 물질적 요인뿐 아니라 역사적·사회적으로 구성된 관념적 요인이 국제정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이론.


미어샤이머의 정책적 분석,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서방 책임론은 강한 도덕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비판가들은 그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과도하게 수용함으로써, 우크라이나의 주권, 자결권, NATO 가입 희망을 사실상 부정했다고 지적한다. 그의 주장은 러시아 정권의 공격적 행동을 구조적으로 정당화하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침략 행위를 설명하면서도 이를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서사를 강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 중국의 부상에 대한 미어샤이머의 예측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가 주장하는 “중국의 공격성은 불가피하다”는 관점이 미국의 대중 정책을 불필요하게 경직시키고 봉쇄 중심의 대결 구도를 조장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인식은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작용하여, 실제로 양국 간 경쟁과 군비 경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비판자들은 미어샤이머의 공격적 현실주의가 국제정치를 지나치게 구조적·비관적으로 해석하여 인간 행위의 자율성과 규범적 가능성을 축소시킨다고 본다. 동시에, 그의 정책 제안은 현실적 통찰을 제공하면서도, 도덕적·정치적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잠재적 갈등을 확대할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학설은 강대국 정치의 본질을 냉정하고 구조적으로 분석한 이론적 틀로, 현대 국제 관계학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의 사상의 핵심은 강대국 간 경쟁의 비극적 필연성을 강조하며, 이데올로기적 이상주의가 국제체제의 구조적 현실(무정부성·불확실성)을 무시할 때 필연적으로 전쟁과 국력 낭비를 초래한다는 점에 있다.


공격적 현실주의는 강대국들이 생존을 위해 권력을 극대화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패권을 확보하려 한다는 명확한 이론적 틀을 제시했다. 이러한 관점은 포스트 냉전기의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미·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는 오늘날, 다시금 국제정치를 해석하는 핵심 분석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미어샤이머가 일관되게 제시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국제 정치의 구조적 압력과 안보 딜레마를 무시한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미국은 이데올로기적 열망을 버리고 현실주의적 국익 추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불필요한 해외 개입(예: 우크라이나, 중동)을 줄이고, 제한된 자원을 아시아로 재배치하여 중국이라는 구조적 위협을 봉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미어샤이머의 사상은 힘의 균형, 안보 경쟁, 그리고 구조적 제약 속에서의 국가 행위의 합리성을 일깨우는 현실주의의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이론은 국제정치가 여전히 이상보다 힘에 의해 작동하는 세계임을 일깨우는 냉철한 경고로 남는다.



자, 지금 우리나라는 2025년 APEC 슈퍼위크를 지나고 있다. (2025.11.01 현재)


겉으로는 국제 경제 협력을 위한 회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치·경제·패권·안보가 교차하는 외교전의 무대다.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치열한 전략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우리는 경제안보와 국가안보를 아우르는 실질적 생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실행할 것인지라는 중대한 과제 앞에 서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국가의 존속과 미래를 좌우할 문제다.


따라서 우리는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유연하면서도 주도적인 전략으로 꾀 있게 대응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현 정부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이 균형과 기민함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존 J. 미어샤이머, 서배스천 로사토 저, 권지현 역, 2024

2. <왜 미국은 이스라엘 편에 서는가> 미어샤이머, 스트븐 월트 저, 김용환 역, 2024

3.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미어샤이머, 이춘근 역, 2020

4. John Mearsheimer’s Theory of Offensive Realism and the Rise of China_Sverrir Steinsson, 2014 - 특히 이 자료에서 많은 도움을 받음

5. Why the Ukraine Crisis Is the West's Fault, 2014

6. The Israel Lobby and U.S. Foreign Policy, 2007

7. 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 2018

8. WiKi Pedia: Offensive realism, Defensive realism, The Tragedy of Great Power Politics

9. Structural Realism/Offensive and Defensive Realism, Steven E. Lobell

10. Bound to Fail: The Rise and Fall of the Liberal International Order, John J. Mearsheimer,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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