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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 정리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 북 리뷰

'Apple in China' _ Patrick McGee

by KEN

공교롭게도, 몇 년간 끝을 알 수 없는 경쟁 관계로 치닫던 미국과 중국이 오늘 APEC을 계기로 경주에서 손을 맞잡고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2025.10.30)

이는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지금까지 패권국인 미국은 신흥 패권국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제어해 왔다.

물론 이러한 압력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패권국과 신흥 패권국 간의 경쟁 구도를 중심으로 서술된 저작이라 할 수 있다.

군비 경쟁이 아니라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양국의 전략적 대립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한층 흥미롭게 읽힌다.



[북 리뷰]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

(Apple in China: The Capture of the World's Greatest Company)

요약
본 리뷰는 '파이낸셜 타임즈' 기자 패트릭 맥기(Patrick McGee)의 저서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Apple in China: The Capture of the World’s Greatest Company)』을 살펴본 것이다.

맥기의 핵심 논지는 다음과 같다.
애플은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역량을 중국에 집중함으로써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두었으나, 그 대가로 베이징의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전략적으로 ‘포획’되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포획은 단순한 비즈니스 리스크를 넘어, 애플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핵심 가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훼손하는 영혼의 상실로 이어졌다. 동시에 중국 정부가 '언제든 애플을 즉각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통제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는 기업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적 위험으로 발전했다.

애플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본과 첨단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이전했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화웨이 등 중국 토종 경쟁사를 성장시킨 ‘트로이 목마 효과’를 낳아, 장기적으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저자는 애플의 중국 의존 구조가 이미 비가역적 단계에 도달해, 단기간 내 실질적인 탈출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한다. 그는 이에 대한 유일한 전략적 대응으로, 단순한 리쇼어링을 넘어 인도, 멕시코 등 지정학적 동맹국에 공급망 생태계 전체를 재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들어가며...: ‘세계 최고의 기업’의 딜레마


패트릭 맥기의 저서 『애플 인 차이나: 세계 최고 기업의 포획(Apple in China: The Capture of the World’s Greatest Company)』는 단순한 기업사가 아니다.

이 책은 글로벌 자본주의와 권위주의 체제 간의 복잡하고 위험한 상호작용을 해부한 시의적 통찰로,

오늘날 세계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파이낸셜 타임즈에서 10년 이상 애플 담당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축적한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애플의 전례 없는 성공 스토리가 어떻게 지정학적·경제적 종속의 서사로 변모했는지를 추적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애플의 성공은 곧 경고'라고 단언하며, 세계 최고 기업조차 글로벌 공급망과 권위주의 정치의 그물망 속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리뷰는 맥기의 연구를 바탕으로, 애플이 제조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산 역량을 중국에 집중시킨 결과, 세계 최고 기업으로 등극하는 동시에 베이징 정권에 ‘포획’되어 심각한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된 과정을 정리한다. 이 작업의 목적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라는 구조적 맥락 속에서, 다국적 기업이 권위주의 체제와 협력할 때 감수해야 하는 필연적 전략적 비용을 규명하는 데 있다.



맥기의 주장은 단호하고 명확하다.

애플은 중국을 제조의 심장부로 삼아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축적했지만, 그 대가로 ‘자신의 미래를 무자비한 권위주의 국가에 불가분 하게 묶어버렸다’는 것이다.


한때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외치며 혁신과 반항의 상징이었던 애플은, 이제 자사 운명을 통제하는 정권의 이해관계에 순응하고 협력하는 기업으로 변모했다. 즉, ‘포획’이란 단순히 중국의 법과 규제를 준수하는 차원이 아니라, 중국이 장기 전략을 통해 애플을 제도적·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막대한 투자와 기술 이전을 유도하여 결국 애플이 자기도 모르게 중국의 권위주의 프로젝트에 기여하게 된 구조적 현상을 뜻한다.


애플의 대중국 전략은 경제적 효율성과 소비자 수요를 극대화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공 모델이었다. 그러나 2013년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의 권위주의가 강화되고 지정학적 패러다임이 급변함에 따라, 이 모델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애플의 효율성 중심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경쟁 우위를 창출했으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정체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영혼의 상실’을 초래했다. 더 나아가, 중국 정부가 언제든 애플의 활동을 제약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수준의 통제력을 확보함으로써, 이는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존재적 위험’으로 발전했다.


요컨대, 맥기의 분석은 다음의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 할지라도, 효율성과 이윤을 위해 자유와 자율을 얼마나 내어줄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곧 현대 글로벌 자본주의가 직면한 가장 본질적인 딜레마를 함축한다.



책의 내용 살펴보기...


저자는 애플이 제조 효율성 극대화를 목표로 생산 거점을 국경 밖으로 옮겨 중국에 정착하게 된 과정을 여섯 개 부로 나누어 역사적으로 추적한다. 특히 그는 팀 쿡이 탁월한 공급망 관리와 운영 전문성을 통해 이 ‘중국 이주’ 과정을 결정적으로 가속화한 핵심 인물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1부: 애플 구하기 (Saving Apple)


1부는 스티브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이후, 파산 직전의 회사를 재건한 초기 과정을 다룬다.

초기 대표작인 iMac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기술적으로는 제조 불가능한 제품으로 악명이 높았다. 이는 잡스의 비전과 현실적 생산 역량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은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의 정교하고 유연한 공급망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훗날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의 기반을 마련한 전략적 전환점이 되었다.


2부: 중국으로의 긴 행진 (Apple’s Long March to China)


애플은 초기에는 한국(LG), 영국(웨일즈), 멕시코 등 여러 국가를 생산 거점으로 시험했다.

그러나 팀 쿡이 오퍼레이션 책임자로 부상하면서, 애플의 생산 전략은 대만계 기업(타이상)을 따라 중국 본토로 급속히 이동하게 된다.

이 대만계 계약 제조업체들은 이미 중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고, 대규모 인프라와 숙련된 노동력을 바탕으로 본토에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폭스콘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Foxconn isn’t called ‘Fox-con’ for nothing”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듯, 초기부터 심각한 노동 착취 구조가 내재되어 있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이 단계에서는 대만계 기업의 중개자적 역할이 드러나고 있다.

애플은 직접 중국 내 공장을 설립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중국 문화·언어·관료 체제에 익숙한 대만계 제조업체를 매개로 활용하는 간접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위험을 회피하면서 중국의 저비용·대규모 제조 역량을 활용하는 효율적 선택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생산 표준과 기술이 중국 산업 생태계에 흡수·전파되는 비대칭적 위험을 초래했다. 결국, 이 간접 전략이 애플의 ‘중국 포획’ 구조를 서서히 고착화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3부: 사이렌 송 (Sirensong)


3부에서는 iPod과 iPhone의 폭발적인 성공을 계기로 애플의 제조 통합이 심화된 시기를 다룬다.

중국의 제조 역량은 애플이 요구하는 압도적인 속도·정밀도·품질 기준을 충족시키며 제품 개발의 핵심 동력이 되었다. 특히 TSMC와 폭스콘 같은 핵심 공급업체들은 네이비 씰에 비견될 만큼, 애플의 혁신을 실현시키는 정예 부대로 묘사된다.

저자는 이 시기를 통해 중국만이 iPhone의 폭발적 글로벌 수요를 감당할 수 있었던 유일한 산업 생태계였음을 입증한다. 즉, 노동력의 규모·유연성·정부 주도의 인프라 확장 능력이 결합된 중국의 제조 시스템은, 애플이 추구한 속도 중심의 혁신 모델을 완성시킨 핵심 조건이었다.


4부: 기술 전파자 (The Tech Evangelist)


이 파트는 ‘포획(Capture)’ 논지를 실질적으로 입증하는 핵심 근거를 제시한다.

애플은 수천 명의 엔지니어를 중국에 파견하고 수백억 달러 규모의 자본을 투자하여, 수백만 명의 중국 노동자를 첨단 전자 산업 인력으로 훈련시켰다. 그 결과, 맥기는 애플이 단순한 고객이나 투자자가 아니라 “중국 첨단 제조 생태계를 사실상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체”로 기능했다고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핵심 전략적 효과는 바로 ‘트로이 목마 효과’이다.

애플은 단기적으로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조 기술과 관리 노하우를 이전했으나, 그 결과 중국 정부는 자체 산업 역량(고급 전자제품, 로봇 공학, 반도체 등)을 비약적으로 강화할 수 있었다.


이 역량 이전은 곧 화웨이 등 중국 토종 기업들의 성장 기반이 되었으며, 이들은 애플이 구축한 생태계와 표준 위에서 급속히 발전했다. 결국, 애플의 기술 전파는 중국의 자립적 산업 역량을 강화시키고, 미국 기술 우위에 대한 구조적 장기 위협을 낳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5부: 정치적 각성 (Political Awakening)


2013년 시진핑 주석의 집권 이후, 애플과 중국의 관계는 경제적 협력에서 정치적 종속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변곡점을 맞는다. 중국 정부는 경제 관계를 정치적 영향력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애플에 대한 규제와 요구 수준도 급격히 높아졌다.


애플은 이러한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Gang of Eight’이라 불리는 고위 임원 전략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애플을 ‘중국의 가장 위대한 수혜자’로 포장하는 전략을 구사하며,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를 강조하는 이미지 관리 캠페인을 전개했다.


저자는 이 시기를 '애플이 처음으로 중국 정부와 진정한 정치적 거래를 시작한 시점'으로 본다.

그 계기는 아이폰의 폭발적 수요로 인해 발생한 '황소 암시장'(아이폰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정식 유통망 외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비공식, 암시장을 의미) 문제였다. 내수 유통의 혼란과 품질·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플이 중국 중앙정부와 직접 접촉하면서, 결국 정치적 타협과 협력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이로써 경제적 의존이 정치적 종속으로 전환되는 ‘포획의 심화 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6부: 붉은 애플 (Red Apple)


6부는 애플이 ‘인지 부조화’의 상태에 빠진 현실을 조명한다.

애플은 겉으로는 윤리적 기업 이미지와 공급망 책임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사업을 유지할 수 없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저자는 6부를 통해 화웨이의 부상과 미·중 지정학적 경쟁의 격화가 애플에 가하는 구조적 압박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의 단기 시장 점유율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는 역설적 결과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사이익은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며, 애플의 대중국 의존이라는 근본적 문제를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한다.


저자는 인도 조립(Plan B), 베트남 생산 다각화 등 애플의 탈중국 시도가 진행 중임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중국의 압도적 규모와 통합된 공급망 체계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TSMC에 대한 극단적 의존은 여전히 엄청난 취약성으로 남아 있으며, 이는 애플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스스로의 공급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약점을 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6부는 애플이 윤리적 이상과 현실적 생존 사이에서 균형을 잃은 기업, 즉 ‘붉은 사과(Red Apple)’ 중국의 권위주의적 그늘 아래 물든 글로벌 브랜드로 전락한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결론에 이른다.


요컨대, ‘붉은 애플’은 효율성과 성장의 대가로 자율성과 윤리를 상실한 기업의 초상을 보여준다.

저자인 패트릭 맥기의 결론에 따르면, 애플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니라, 권위주의적 세계질서의 구조 속에 포획된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자! 그렇다면 이러한 애플과 대 중국과의 관계가 미친 영향이 어떤 것이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저자는 애플의 ‘포획’을 단순한 비즈니스 리스크가 아닌, 기업의 핵심 가치와 통제권을 상실한 전략적 실패로 규정한다. 그는 애플이 효율성과 시장 접근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정치적 의존과 윤리적 타협의 덫에 스스로를 가두었다고 분석한다.


포획의 증거 1: 기술 및 데이터 통제권의 상실


중국 정부는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외국 기업에 데이터 현지화를 강제했다.

이에 애플은 중국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iCloud 데이터를 중국 내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중국 정부 소유 기업인 GCBD(Guizhou-Cloud Big Data)에 의해 물리적으로 통제되고 운영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중국 당국은 GCBD를 경유해 애플 사용자 데이터에 사실상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구조적 권한을 갖게 되었다.


맥기는 이를 애플이 자발적으로 데이터 통제권을 포기하고 중국의 검열 및 감시 체제에 협력한 결정적 사례로 평가한다.


또한 애플은 중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App Store에서 VPN, 뉴스, 인권 관련 앱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를 제거함으로써 ‘Think Different’라는 본래의 애플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저자는 이 같은 침묵과 순응을 “침묵은 가장 강력한 동의의 형태”라 표현하며, 팀 쿡이 중국에 애플을 즉각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제공했다고 결론짓는다. 즉, 애플의 경제적 생존은 이제 시장 논리가 아닌 베이징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포획의 증거 2: 제조의 비가역성과 공급망 집중


애플의 대중국 의존은 초기에는 비용 효율과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합리적 선택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내재한 비가역적 구조로 고착되었다.


중국의 제조 생태계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규모·속도·조직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 사례인 정저우의 ‘아이폰 시티’는 단일 공장에서 15만~2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며, 애플의 글로벌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한다.

애플은 중국 내 맞춤형 산업 클러스터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고도의 자동화와 부품 전문화를 이루었고, 결과적으로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이 수준의 생산 능력을 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애플은 자신이 만든 능력에 종속되었다.


한 전직 애플 고위 임원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향후 5년 내에 의미 있는 방식으로 중국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플은 인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 기지를 다각화하려 하지만, 이 지역들은 숙련 노동력, 인프라, 부품 공급망의 통합성 등에서 여전히 중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과거에는 최종 조립만 중국에서 수행했지만, 현재는 핵심 부품과 중간재까지 중국 내 공급망에 의존하게 되어 의존의 수직화가 심화되었다.


저자의 이러한 논지에 반성을 할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맥기의 ‘포획’ 논지는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지만, 일부 비평가들은 이를 지나치게 일방적인 시각으로 본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애플과 중국의 관계를 상호 이익 구조로 해석한다. 즉, 중국은 애플로부터 기술과 일자리를 얻어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고, 애플은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확보함으로써 전 세계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공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애플에 부과한 규제는 다른 외국 기업이나 국내 기업에 적용되는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지나친 정치적 통제라는 주장은 과장되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책 저자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의 교환 여부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기업의 윤리적 정체성과 민주적 가치가 어떻게 훼손되는가에 있다. 그는 경제적 효율성이 가져온 단기적 번영 뒤에, 폭스콘의 노동 착취, 임시직 남용(법정 한도의 5배), 장시간 초과근무 등 인권과 노동 윤리의 붕괴가 구조적으로 고착되었음을 지적한다. 결국, 자본이 효율성만을 추구할 때, 기업은 인권·윤리·국가 안보라는 더 높은 차원의 거래 비용을 간과하거나 결국 지불하게 된다는 것이 맥기의 결론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른 '포획'이 실제적이라면, 이런 시대에 기업의 전략을 어떤 것이어야 할지 살펴보자.


패트릭 맥기의 분석은 단순히 애플의 사례를 넘어, 권위주의 국가에 대규모로 투자한 다국적 기업과 국가 정책 입안자들 모두에게 경고를 던진다. 그는 애플의 사례를 통해 효율성과 도덕성 사이의 교환이 어떻게 기업의 정체성과 국가의 기술 주권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사이트 1: 기업 윤리


저자는 애플이 중국의 검열과 데이터 현지화 요구를 수용한 순간, 브랜드의 핵심 가치 즉, 자유·창의·인권이 훼손되었다고 지적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이는 “애플이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린 과정”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공급망 윤리와 투명성을 강조하는 기업으로 자처했지만, 실제 현실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 통제와 노동 착취 구조에 침묵으로 동의한 모순적 상황이다. 특히 정저우 폭스콘(‘아이폰 시티’)의 사례에서 보이듯, 불안정한 주문 구조와 과도한 초과근무, 법정 기준의 5배를 초과하는 임시직 고용 등 비인간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이 가장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러한 행태가 장기적으로 브랜드 신뢰와 도덕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분석한다.


인사이트 2: 기술 패권의 역전


저자의 또 다른 통찰은, 중국이 애플을 활용해 자국 기술 패권을 강화했다는 ‘역설의 구조’다.

애플은 제조 효율성을 위해 중국에 막대한 자본, 엔지니어링 노하우, 품질 관리 기술을 이전했고, 그 결과 수백만 명의 숙련 인력과 첨단 공급망 표준이 중국 내부에 축적되었다. 이로써 중국은 애플의 생산 모델을 흡수해 화웨이, 오너 등 토종 기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산업적 발판을 확보했다. 저자는 이를 '부흥의 역설'이라 명명하며, 애플이 자국 경쟁자의 손에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넘겨준 셈이라고 분석한다.


즉, 단기적으로는 애플의 효율성과 이익을 극대화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기술 패권을 약화시키고, 중국의 자립적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새로운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이름하여,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저자는 애플의 사례를 통해 미국 산업의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정책적 대응으로 ‘프렌드쇼어링’ 전략을 제안한다.


애플은 이미 중국과 생산·기술·공급망 면에서 깊이 결합되어 있어 단기적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순히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은 비용 상승과 인프라 비효율로 인해 경제적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맥기는 평가한다.


그가 제시하는 핵심 대안은 인도, 멕시코 등 지정학적 동맹국을 중심으로 새로운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프렌드쇼어링). 이는 단순히 최종 조립공장을 이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부품 생산·물류·기술 지원 등 중국형 보조 산업계 전체를 함께 육성해야 함을 의미한다.


저자는 미국과 주요 동맹국이 장기적 투자와 기술 이전을 병행하는 산업 전략을 채택해야 중국의 압도적 제조 인프라를 실질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전략은 기업의 경제적 안정성뿐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기술 주권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된다는 것이다.


저자인 맥기의 결론은 분명하다.

“애플의 실패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유시장 체제가 권위주의 자본과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따라서 그는 포획의 시대에서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적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 윤리와 효율성의 균형 — 단기 이익보다 기업 가치의 일관성을 우선시할 것.

- 지정학적 리스크 내재화 — 정치 리스크를 ‘비용’이 아닌 ‘핵심 변수’로 관리할 것.

- 동맹 중심 공급망 재편 — 효율성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중시하는 장기 전략 구축.



기업의 전략적 선택은 더 이상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오늘날 기업의 의사결정은 국가 안보, 기술 주권, 정치적 안정성이라는 새로운 변수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권위주의 국가와의 협력은 단기적으로 이익을 가져올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 기술 통제권, 기업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맥기는 리쇼어링의 비현실성을 인정하면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가장 현실적이자 긴급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최종 조립공장을 옮기는 수준이 아니라, 중국이 보유한 수준의 보조 산업(공급 생태계)과 기술 생태계를 인도, 멕시코 등 지정학적 우호국에 분산 구축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기술·인력 생태계 전반을 동맹국에 이전하고 육성해야만, 중국 중심의 공급망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 맥기의 핵심 제언이다. (트럼프의 미국 내에서의 '제조업 육성 정책'과의 공존 방안은 추가 고민이 필요할 터이다.)


애플의 사례는 기술 이전이 곧 경쟁자 육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중국은 애플로부터 축적한 제조 노하우와 품질 관리 기술을 기반으로 화웨이 등 자국 기업의 부흥을 가속화했다. 따라서 기업들은 핵심 기술 자산의 해외 유출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내부화 및 기술 통제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지 기업의 생존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기술 패권의 유지에 직결된다고 저자는 제안한다.


책은 중국이 첨단 전자, 로봇 공학, 반도체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이 경우 애플은 더욱 깊게 중국의 요구에 종속될 것이며, 이는 서방 기술 패권 구조 전체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5년은 애플뿐 아니라 글로벌 기술 질서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애플의 선택은 곧 21세기 자본주의의 윤리적 방향과 기술 문명의 향방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관련서적

1. Apple in China: The Capture of the World's Greatest Company _ by Patrick McGee, 2025

2. 번역서 ⟪애플 인 차이나⟫ 패트릭 맥기, 이준걸 역, 인플루엔셜,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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