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Jazz] 네가 없다면...

한 없이 감상적인... 글이 되고 만, If I Ain't Got You

by KEN

아마도,

이 음악 듣기를 마칠 때쯤이면, 그때쯤에는 말이죠. 어쩌면 더 울적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럴지라도 들어야겠어요. 이 음악을 말입니다.


조금 전에 남유하라는 작가가 쓴 ⟪오늘이 내일이면 좋겠다⟫는 글을 읽었어요.

오래전 미국의 에이미 블룸이라는 작가가 그이의 남편이 알츠하이머를 앓게 되었을 때, 남편의 의지로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사랑을 담아⟫라는 책이었습니다.

그때도 한참 동안 마음이 아려서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죠.

그때는 그래도 미국사람이었잖아요. 바다 건너 저 멀리 있는...


그런데 이분 남유하 작가의 어머니는

암으로 고통을 겪다가, 결국 본인의 의지에 따라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했답니다. 그 여정을 함께 했던 따님이 그 과정을 기록한 글이에요. '조력자살'이라더군요. 스위스 디그니타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말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가사가 맘에 담기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서 듣고 또 듣습니다.


If I Ain't Got You



네가 없다면

누군가는 부를 위해 살고,
누군가는 그저 명예를 위해 살죠.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 살고,
누군가는 그저 인생이라는 게임을 즐기며 살아가요.
또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것들이
그 사람의 내면을 정의한다고 생각해요.
나도 그런 적이 있었지만,
그런 삶은 지루할 뿐이에요.
겉모습만 번지르르한 피상적은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모든 걸 원하지만,
난 아무것도 원치 않아요.
당신이 아니라면,
당신을 느낄 수 없다면 말이죠.
누군가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원하고,
누군가는 그저 모든 걸 다 갖길 원하죠.
하지만 당신이 없다면,
그 모든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누군가는 영원한 젊음을 약속하는
샘을 찾아 헤매고,
누군가는 수십 송이 장미로
사랑을 확인하려 하죠.
세상 전부를 은쟁반에 담아 준다 해도,
내겐 중요하지 않아요.
그대가 없는 삶은 그저 무용할 뿐이에요.
당신이 내 곁에 없다면,
이 넓은 세상의 그 무엇이 의미가 있을까요.


알리샤 키스(Alicia Keys)의 ⟨If I Ain’t Got You⟩를 듣다 보면, 이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사랑 노래이긴 하지만, 그 바닥에는 분명히 삶과 죽음을 마주한 사람의 질문이 깔려 있다는 생각입니다.


전언에 따르면, 2001년 여름, R&B 가수 알리야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알리샤 키스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젊고 성공적이던 사람이 한순간에 스러지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면 내가 쥐고 있는 성공과 명예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뒤흔든 9월의 비극이 미국에 찾아옵니다. 9.11의 비극적인 장면들을 보며 그녀의 생각은 더욱 분명해진 것이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다이아몬드도, 부도, 명성도 아니라는 것. 결국 남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뿐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에 수첩을 꺼내 적어 내려간 문장이, 결국 이 노래의 중심이 됐다는 얘깁니다.

“어떤 사람들은 모든 걸 원하지만, 당신이 없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렇게 해서 If I Ain’t Got You는, 달콤한 러브송을 넘어 삶의 중심을 다시 묻는 노래가 되었다는...


그런데요. 제게는 재즈 리듬과 발성이 훨씬 감각에 맞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오늘 함께 듣게 될 로라 피지의 버전이 훨씬 제 심장을 두드립니다.


재즈의 역사를 조금만 살피다 보면, 많은 경우 재해석의 역사였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20세기 초중반, 조지 거슈윈이나 콜 포터, 어빙 벌린이 만든 브로드웨이 뮤지컬 넘버와 틴 팬 앨리의 노래들은 재즈 연주자들의 손을 거치며, 훗날 우리가 그레이트 아메리칸 송북이라 부르게 된 재즈 스탠더드의 거대한 산맥을 이루었지요.


하지만 재즈는 결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엘라 피츠제럴드가 비틀즈의 노래를 자기 언어로 노래했듯, 재즈는 늘 동시대의 대중음악을 끌어안으며 자신의 경계를 넓혀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로라 피지가 2016년에 발표한 《Jazz Love》, 그리고 그 안에 담긴 〈If I Ain’t Got You〉는 인상적입니다. 21세기의 팝 명곡이 어떻게 새로운 감각의 재즈 스탠더드로 번역될 수 있는지를, 이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도 드물다고 느껴집니다.



로라 피지(Laura Fygi)가 부른 〈If I Ain’t Got You〉


로라 피지의 음악을 듣다 보면, 그녀의 노래는 이미 그이의 생애 전체가 만든 발음과 억양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일전에도 한번 기록했던 적이 있습니다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태어나 남미 우루과이에서 유년을 보내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와 여러 언어와 문화 속에서 자라난 이력은 그녀에게 국적이나 장르보다 앞서는 감각을 남긴 듯합니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중국어까지 자유롭게 노래하는 능력은 단순한 언어 재능이 아니라, 각 문화의 리듬과 정서를 몸으로 이해하는 코즈모폴리턴적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녀가 보사노바와 샹송, 라틴과 재즈를 넘나드는 일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럽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는 늘 절제되어 있습니다. 사라 본의 압도적인 성량이나 엘라 피츠제럴드의 화려한 스캣과는 다른 길, 쿨 재즈의 계보에 가깝다고나 할까요. 허스키한 중저음으로 속삭이듯 노래하며, 감정을 폭발시키기보다 안으로 접어두는 방식 말입니다. 그래서 ‘If I Ain’t Got You’를 부를 때도, 원곡의 격정을 낭만적인 관조로 바꾸어 놓는 느낌입니다.


로라 피지의 〈If I Ain’t Got You〉를 들으며 느끼는 건, 이 커버가 원곡의 그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알리샤 키스가 소울과 그루브로 사랑의 절박함을 밀어붙였다면, 로라 피지는 유러피안 재즈의 세련됨과 절제로 사랑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같은 멜로디인데, 전혀 다른 결의 감정으로 말입니다.


오늘뿐만은 아닙니다만, 오늘은 확실히 로라 피지의 이 버전만을 무한 반복할 듯합니다.


평안을 기원합니다~~~


https://youtu.be/vQyrlwp8u_4?si=NDZ_JRfDBvBZhCnN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Today's Jazz] 꿈의 파도와 교향악의 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