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못할 한국교회(75%), 그들은 극우집단(47%)이라는 응답에 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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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2026.2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2026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자료집"을 발표했습니다. (자료 링크)
내용은 매우 충격적이기까지 합니다.
한국교회 신뢰도 또 최저치… 국민 75.4% "교회 못 믿어"
- 기윤실 한국교회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발표 (2026. 2월)
- 코로나19 이후 하락세 지속…3대 종단 중에서도 꼴찌 (13.6%)
- 사회봉사 부문에서도 국민 여론 저조 (17.6%)
- "공익보다 이익 앞세우는 집단 인식 강화"
과연 그 기인이 무엇인지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더불어 이런 일반의 인식을 개선을 위해서는 교회 및 공동체 자체의 '종교개혁에 버금가는 개혁적 조치'가 뒤따라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결과를 야기한 여러 요인이 있겠습니다만,
한국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독교 국수주의의 준동에 따른 결과가 아닌가 진단됩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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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텍사스주 제임스 탈라리코 하원의원의 발언 즉, "기독교 국수주의는 기독교가 아니다" 발언과 관련하여 자세히 살펴본 바 있습니다.
연계된 이슈 중의 하나로, 그렇다면 미국 기독교 국수주의 세력 중의 대표 격인 MAGA 진영과 일정 부분 그들과 연계선상에 있는 한국의 극우 기독교 세력 간의 관계를 포함하여 그들의 정체성 및 세계관이 어떤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상식적 접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0.
오늘날의 국제 정치 지형을 살펴보면, 종교와 정치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변동성이 더 이상 한 국가 내부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점차 초국가적 체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를 중심으로 형성된 미국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운동과, 한국의 극우 기독교 국수주의 세력 사이에서 나타나는 일정한 사상적·정치적 동조화 현상은 민주주의 규범의 약화와 국제 질서의 혼란을 촉발하는 중요한 변수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기저에는 흔히 ‘기독교 국수주의Christian Nationalism’라고 불리는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는 특정 형태의 기독교 신앙을 국가 정체성과 공공 정책에 결합시키고, 때로는 그것을 정치적으로 강제하려는 시도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논의는 이러한 정치적 연합의 배경에 자리한 극단적 예외주의적 세계관의 본질을 살펴보고, 그 사상적·정치적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국제 질서의 혼란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를 규명해보고자 합니다. 동시에 이러한 흐름이 규범 기반 국제 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RBIO)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보다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미국 기독교 국수주의의 사상적 기초와 MAGA 운동의 세계관
미국에서 나타나는 기독교 국수주의는 단순히 개인의 종교적 경건함을 정치 영역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그것은 오히려 미국이라는 국가가 신에 의해 특별히 선택된 공동체이며, 국가 권력 역시 특정한 기독교적 가치를 보호하고 우대해야 한다는 배타적 이데올로기로 이해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종종 미국을 ‘새로운 이스라엘New Israel’로 규정하는 신학적 서사와 결합되어 나타나며, 그 결과 종교적 정체성과 국가 정체성이 긴밀하게 결합되는 정치적 세계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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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독교 국수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상적 뿌리를 19세기의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 개념까지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개념은 미국이 단순한 국가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기독교 문명을 북미 대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라는 신의 사명을 받은 공동체라는 믿음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시간이 흐르면서 현대에 이르러 ‘기독교 미국 테제Christian America Thesis’라는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특히 1977년. 피터 마셜과 데이비드 마누엘이 출간한 The Light and the Glory'는 미국 건국 과정 자체가 신의 특별한 섭리 속에서 이루어졌다는 서사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현대의 기독교 국수주의 진영에서는 미국이 본래 지니고 있었던 ‘기독교적 뿌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복고적 열망이 강하게 형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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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신학적·사상적 배경 속에서 MAGA 운동은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을 드러냅니다.
첫째, 전통적 사회 위계질서에 대한 강한 선호입니다. 이들은 남성 중심의 리더십, 생물학적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 가족 모델, 그리고 성별의 이분법적 구분을 국가의 안정과 강성함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간주합니다.
둘째, 백인 정체성과 기독교 정체성의 결합입니다. 현대 기독교 국수주의 담론에서는 미국을 사실상 백인 복음주의자들의 국가로 이해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민 확대나 다문화주의는 이러한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셋째,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일종의 신성화입니다. 냉전 시기 공산주의에 대한 강한 공포는 규제 완화와 사유화를 일종의 ‘신이 허락한 경제 질서’로 해석하는 흐름을 낳았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 MAGA 진영에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단순한 경제 전략이 아니라 종교적·도덕적 의무처럼 받아들이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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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 운동의 정치적 행동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후에 자리한 신학적 담론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신사도 개혁New Apostolic Reformation(NAR)’과 연결된 지배주의Dominionism 사상입니다.
이 흐름은 에베소서 4장과 고린도전서 12장에 등장하는 은사 개념을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하면서, 오늘날에도 사도와 예언자와 같은 영적 지도자가 존재하며 그들이 신자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그리스도인들이 사회의 핵심 영역, 흔히 말하는 ‘일곱 산Seven Mountains’—정부, 경제, 미디어, 교육, 예술, 종교, 가족—을 장악해야 한다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러한 신학적 틀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개인의 도덕적 결함 여부와는 별개로 성경에 등장하는 ‘고레스 왕Cyrus II’과 같은 도구적 인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성경에서 이방 왕 고레스가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는 역할을 했듯이, 트럼프 역시 세속적 권력을 통해 기독교 국가를 재건하도록 선택된 인물로 이해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독교 국수주의는 단순한 정책 지지 수준을 넘어 트럼프 개인에 대한 종교적 충성에 가까운 형태로 변질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약화되고, 일부에서는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 구조를 약화시키는 권위주의적 경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지경입니다.
2.
한국 극우 기독교 국수주의
한국에서 나타나는 극우 기독교 국수주의는 분명 미국의 종교적·정치적 흐름으로부터 일정한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분단과 전쟁이라는 한반도 특유의 역사적 경험 속에서, 반공주의와 친미주의를 핵심 축으로 하는 독자적인 정치·사회적 생존 양식을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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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개신교의 정치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방 직후의 역사적 상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종교 탄압과 그로 인한 기독교인들의 대규모 남하는 남한 사회의 종교·정치 지형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초기 이승만 정권은 기독교 엘리트들을 정치 권력의 중심부에 적극적으로 배치하였고, 기독교를 국가 이데올로리를 지탱하는 도덕적 기반으로 활용했습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의 각료와 차관 가운데 약 38%가 개신교 신자였다는 통계가 있는데, 이는 전체 인구에서 기독교인이 차지하던 비율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고 평가됩니다.
이어진 한국전쟁은 이러한 종교적 정체성을 국가적 충성과 더욱 강하게 결합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포로수용소에서 이루어진 전도 활동은 단순한 종교적 선교를 넘어, 공산주의 포로들을 남한의 ‘자유 시민’으로 전환시키는 일종의 시민권 시험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군과 선교사들은 기독교를 공산주의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사상적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교회 내부에는 미국을 단순한 동맹국을 넘어 ‘신의 섭리 속에서 등장한 구원자적 존재’로 인식하는 종교적 친미주의가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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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가 진전되고 냉전 구조가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기존의 반공 중심 기독교 세력은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국가 인권 담론의 확산과 남북 화해 정책이 자신들이 지켜 온 정치적 영향력과 종교적 자유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고, 이러한 인식 속에서 보다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의 보수 기독교 진영은 미국에서 형성된 ‘뉴라이트New Right’ 담론을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기존의 반공주의 중심 의제에서 나아가 문화 전쟁culture war의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그 결과 이슬람에 대한 강한 경계, 성소수자 인권 문제—특히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와 같은 이슈들이 주요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서 확산된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 그리고 성소수자 권리를 둘러싼 갈등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은 자신들의 역할을 ‘전통적 가치와 사회 질서를 지키는 보루’로 규정하며 정치적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게 되었습니다.
3.
'MAGA 플레이북' — 한국 이식과 동조화 현상
오늘날 한국의 극우 기독교 정치 흐름은 더 이상 국내 정치 환경에만 의존하여 형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미국의 MAGA 진영과의 직접적인 교류와 네트워크를 통해, 그들이 사용하는 정치 전략과 수사 방식(레토릭)이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한국 사회로 유입되고 있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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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동조화
미국의 ‘터닝포인트 USATurning Point USA(TPUSA)’를 모델로 삼아 등장한 ‘빌드업코리아Build Up Korea’는 이러한 초국가적 연대 구조에서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평가됩니다.
특히 미나 킴이 주도하는 이 단체는 스티브 배넌, 찰리 커크, 잭 포소비액 등 트럼프 진영의 핵심 인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대규모 행사와 집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한국 역시 미국처럼 선거를 도둑맞았다”거나, “중국 공산당CCP의 딥 스테이트가 한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식의 서사를 공유하며, 지지자들 사이에 강한 정치적·정서적 결속을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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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의 동조화
이와 같은 사상적 전염 현상은 단순한 담론의 수준을 넘어, 실제 폭력적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흔히 언급되는 것이 2021년 미국의 1월 6일 의사당 습격 사건입니다. 그런데 유사한 장면이 한국에서도 재현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1월 19일, 윤석열에 대한 법원의 구속 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 수백 명이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습격한 사건은, 이른바 MAGA식 행동주의가 한국 사회에도 깊이 확산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됩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전ㄱㅎ의 ㅅㄹ제일교회 관계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정황이 제기되면서, 종교적 열광주의가 특정 정치적 서사와 결합할 경우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물리적 행동으로까지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4.
전ㄱㅎ 현상과 신학적 예외주의
한국의 극우 기독교 흐름을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전ㄱㅎ의 행보는, 단순한 정치 참여의 범주를 넘어서는 특징을 보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그의 활동이 신학적 개념과 종교적 언어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정치적 예외주의를 정당화하는 사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의 행보는 종교와 정치가 결합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종교적·정치적 극단화 현상을 보여주는 '종교적 병리 현상'의 전형으로 논의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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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정치적 수사는 종종 디트리히 본회퍼가 사용했던 이른바 ‘미친 운전사’ 비유, 즉 폭주하는 운전자를 끌어내려야 한다는 저항권 논리를 반복적으로 인용하는 방식으로 정당화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적 반대 세력을 히틀러와 같은 절대적 악으로 규정하는 담론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해석은 본회퍼가 강조했던 ‘고난에 동참하는 책임적 존재로서의 교회’라는 신학적 맥락과는 상당한 거리를 보인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오히려 일부 평자들은 전ㄱㅎ의 담론이 자신을 신의 계시를 직접 전달받는 ‘선지자적 인물’로 위치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되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발언을 신의 뜻과 동일시하는 강한 카리스마적 종교 권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지지자들을 정치적 행동으로 동원하는 강력한 상징 자원으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몇 가지 신학적 긴장 또는 왜곡이 지적되기도 합니다.
첫째는 번영 신학과 물질주의의 결합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기독교적 가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 활동에서는 부동산 문제나 헌금 논란 등 세속적 이익과 관련된 논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복음이 강조해 온 섬김과 절제의 윤리와의 간극이 문제로 거론됩니다.
둘째는 이분법적 세계관의 강화입니다. 이러한 담론 구조에서는 다른 종교나 정치적 반대 세력이 대화와 설득의 대상이라기보다 절대적으로 배제되어야 할 존재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결과 사회적 갈등과 혐오가 조직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셋째는 국가주의적 신성화 경향입니다. 대한민국을 신의 특별한 나라와 동일시하거나 특정 정치 체제와 지도자를 종교적으로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전통적인 기독교 신학이 강조해 온 하나님의 초월성과 주권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5.
극단적 예외주의와 국제 질서의 해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기독교 국수주의의 부상은 단순히 각국 내부 정치의 우경화 현상으로만 이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흐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되어 온 보편적 국제 질서와 민주주의 규범 자체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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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국제 질서의 위기는 단순한 힘의 이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이는 서로 다른 가치와 정당성을 주장하는 ‘주도적 서사의 충돌’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일부 기독교 국수주의 세력이 강조하는 극단적 예외주의적 세계관은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세계를 선한 ‘우리’와 악한 ‘그들’의 대결 구도로 단순화하는, 이른바 ‘어벤저스 대 빌런식 이분법적 서사'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논리 구조 속에서는 다음과 같은 위험한 사고가 등장합니다.
즉 “우리는 선하기 때문에 규칙을 어겨도 정당하며, 상대는 악하기 때문에 규칙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식의 '극단적 예외주의'가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결국 국제법이나 다자주의 기구—예컨대 UN과 같은 제도—를 ‘선택받은 국가의 발목을 잡는 글로벌리스트의 음모’로 간주하는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미국 MAGA 진영에서 나타나는 고립주의적 경향, 그리고 한국 극우 정치 담론에서 종종 등장하는 무조건적 군사력 의존 논리 역시 이러한 예외주의적 사고와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그 결과 보편적 규범과 협력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점차 약화되고, 대신 강대국 간의 노골적인 힘의 경쟁이 지배하는 불안정한 국제 환경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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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치적 혼란을 더욱 가속화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자주 지적되는 것이 바로 ‘진실의 부패Truth Decay’, 그리고 이른바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현상입니다.
일부 기독교 국수주의 진영에서는 객관적 사실이나 검증된 정보보다 종교적 신념이나 감정적 확신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나타나며, 이 과정에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가짜 뉴스와 각종 음모론이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첫째, 과학에 대한 불신이 나타납니다. 기후 변화 문제나 팬데믹 대응과 같은 공공 정책이 때로는 신의 섭리에 대항하는 세속적 통제로 해석되면서, 과학적 사실 자체를 거부하는 담론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둘째, 선거 부정 서사입니다.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는 단순한 정치 전략을 넘어, “신이 선택한 지도자가 패배할 수 없다”는 종교적 확신과 결합될 때 민주주의의 기본 절차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음모론의 일상화입니다. ‘딥 스테이트’, ‘큐어넌QAnon’, 혹은 특정 외부 세력의 정치 개입과 같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종교 공동체 내부에서 일종의 계시적 메시지처럼 공유되면서, 지지자들이 점차 합리적 토론이 어려운 폐쇄적 정보 환경—이른바 에코 챔버—에 갇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 QAnon(큐어넌)은 2017년 미국에서 시작된 극우·반체제 성향의 음모론이자 정치적 운동, Q 보안 허가(Q clearance, 정부 고위 기밀 접근 권한) + anonymous(익명)의 합성어로, “익명의 고위 기밀 정보를 흘려주는 Q”라는 뜻. 간단히 말해 QAnon은 "익명의 고위 내부자 Q가 흘려준다는 ‘비밀’을 바탕으로, 세계가 악의 심층국가에 의해 지배되고 트럼프가 그것을 비밀리에 끝장낼 것"이라는 극단적 음모론·운동을 가리키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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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또 다른 해석으로, 앞서 포스팅한 미국 정치학자 정하늘의 ⟪세계관의 충돌⟫이라는 관점의 진단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6.
기독교 세계관을 통한 비판적 성찰과 대안
오늘날 나타나고 있는 기독교 국수주의 현상은 단순한 정치적 흐름을 넘어, 기독교가 본래 강조해 온 핵심 가르침으로부터 상당히 이탈한 모습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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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저서 ⟪신의 도성City of God⟫에서 ‘신의 도성’과 ‘지상의 도성’을 명확하게 구분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신의 도성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며, 지상의 도성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또한 정치권력이라는 것이 죄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존재하는 일종의 ‘필요악’에 가깝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어떠한 정치권력도 신성화될 수 없으며, 그 자체로 절대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일부 기독교 국수주의자들이 특정 국가나 정당을 ‘신의 나라’와 동일시하는 태도는, 결국 지상의 도성을 우상화하는 신학적 오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전통이 강조해 온 것은 많이 다른 태도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분명 이 땅 위에서 살아가지만, 동시에 더 높은 하늘의 질서를 바라보는 ‘나그네’와 같은 존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독교 신앙은 언제나 세속 권력과 일정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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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신앙의 핵심 가치는 타자를 배제하거나 정복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원수까지도 사랑하고,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긍휼과 공감의 정신에 그 중심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오늘날 일부 MAGA 기독교인들이 보여 주는 잔인한 언어와 혐오의 수사법은 복음이 지향해 온 정신과 상당한 긴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래 기독교 세계관이 지향하는 바는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이익을 절대화하는 국수주의적 태도가 아니라, 모든 인간을 하나님 앞에서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보편적 인류애에 가깝습니다.
7.
결론 및 제언
미국과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극우 기독교 국수주의의 흐름은 공통된 사상적 토대 위에서 서로를 강화하며, 민주주의와 국제 질서에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강조하는 극단적 예외주의는 법치주의의 원칙을 약화시키고, 진실의 기준을 흐리며, 종교를 정치권력 획득의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의 근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종교 공동체 내부의 자정 작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통 기독교 신학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은 기독교 국수주의가 지닌 우상숭배적 성격을 분명히 지적하고, 복음이 강조해 온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다시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시민 사회와 정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종교를 명분으로 한 폭력적 행동주의나 조직적인 음모론 확산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과 제도적 견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셋째, 국제 사회 차원의 대응도 요구됩니다. ‘극단적 예외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다자적 규범을 복원하고,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여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정보 왜곡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실 기독교는 인류 역사 속에서 문명을 형성하고 정의를 확장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신앙이 국수주의적 정치의 도구로 종속될 때, 그것은 오히려 사회를 분열시키는 위험한 힘으로 변질될 수 있음을 우리는 최근에 목도해 왔습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앙과 정치가 각각의 올바른 자리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타자를 향해 닫혀 있던 문을 다시 열어, 보편적 정의와 평화를 향한 긴 여정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자료]
1. 전광훈 현상의 기원 - 한국 개신교 극우주의에 관하여, 배덕만, 뜰힘, 2025.
2.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 배덕만, 대장간, 2010.
3.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 한 인문주의자의 성경 읽기, 최종원, 비아토르, 2024.
4. 근본주의를 파헤친다 - 정통교회를 흔드는 실체, 가스펠투데이 편집부, 가스펠투데이, 2023.
5. 권력과 교회, 김진호,강남순,박노자,한홍구,김응교, 창비, 2018.
6. 2026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 기독교윤리실천운동,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