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 미국보다 중국이 의지할 만하다는 그들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이 더 의지할 만...(2026.3월)

by KEN

대서양 동맹의 균열과 21세기 신질서의 태동을 목도하며...



0.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시민들은 현재의 국제 질서 상황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을까.


폴리티코의 두 가지 여론조사를 기반으로 시민들이 느끼는 현 상황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주요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요 5개국 시민들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2. 미국을 제외한 4개국 시민들은 향후 미국과 중국 중 어느 나라에 의존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2026년 초, 국제 질서는 포스트 냉전 시대의 합의가 사실상 붕괴되고, 이른바 ‘파괴볼 정치Wrecking-ball politics’가 지배하는 전례 없는 전환점에 들어섰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지각 변동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폴리티코와 퍼블릭 퍼스트는 2026년 2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5개국의 성인 10,289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3월 15일에 공식 발표된 이 조사 결과는, 서구 민주주의 국가 시민들이 체감하는 안보 불안의 확대, 동맹에 대한 신뢰의 약화,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가 낳은 국제적 불신을 구체적인 수치로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1.

제3차 세계대전


이번 여론조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가장 충격적인 발견은, 서구 시민들 사이에서 향후 5년 이내에 제3차 세계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2025년 3월에 실시된 유사한 조사와 비교해 보면, 세계적 규모의 갈등을 예상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불과 1년 사이에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촉발된 전쟁,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세가 대중이 가지고 있던 심리적 저지선을 무너뜨렸음을 시사합니다.


세계대전 발생 가능성에 대한 국가별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과 영국의 유권자들이 특히 높은 수준의 안보 위협을 체감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의 경우 응답자의 46%가 향후 5년 내 세계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또는 ‘매우 높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8% 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영국 역시 43%의 응답자가 같은 인식에 동의하며, 이러한 결과는 서구권 전반에 퍼져 있는 비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조사 대상국 가운데 유일하게 응답자의 과반수가 향후 5년 내 세계대전의 실질적인 위험을 크게 보지 않는다고 답한 국가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한편으로는 독일 정부가 유지해 온 신중한 외교 노선, 다른 한편으로는 국내 정치에서. 기독민주연합CDU(주류 보수정당)와. 독일을위한대안AfD(극우정당)가 각각 약 25%의 지지율로 팽팽히 맞서면서 안보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독일의 예외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서구권 전반에서는 갈등이 불가피하고 동맹 체제 또한 점차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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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사용에 대한 공포의 일상화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핵무기 사용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의 응답자 가운데 최소 3분의 1 이상이 향후 5년 내 전쟁에서 핵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그동안 국제 질서를 지탱해 왔던 핵 억지력에 대한 전통적 믿음이 약화되고, 이란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공격과 같은 고강도 군사 행동이 점차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실존적 위협이 커졌음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핵전쟁이 더 이상 상상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대중의 의식 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것이며, 이는 앞으로 국제 정치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이미 도달한 신뢰의 붕괴 —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


2026년 폴리티코–퍼블릭 퍼스트 조사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나타난 이른바 ‘신뢰 역전 현상’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추진해 온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은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로 인식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지원 지연, NATO 동맹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 그리고 세계보건기구와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와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미국이 오랫동안 구축해 온 소프트파워를 심각하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미국(트럼프 정부) vs 중국 — 국가별 신뢰도 비교

조사 대상국 가운데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캐나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시민들은 트럼프 대통령 하의 미국보다 중국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의존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57%라는 압도적인 비율이 중국을 선택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지칭하며 합병 가능성까지 언급한 발언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폴리티코는 이러한 인식 변화가 중국에 대한 신뢰 자체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정책이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하고 공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반작용이라고 분석합니다. 특히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젊은 층은 기성세대보다 중국과의 관계 강화에 더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그들이 주로 접하는 정보 채널의 특성, 그리고 기존 자유주의 국제 질서의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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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 내부의 유권자들은 자국의 글로벌 위상에 대해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응답자의 63%는 10년 후에도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믿었고, 중국을 선택한 응답자는 29%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국내와 국제 사이의 인식 격차는 앞으로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할 때 동맹국들과 마주하게 될 마찰의 깊이를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향후 10년 후 세계 지배적 국가 전망

미래의 패권 국가를 전망하는 문항에서도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보다 중국의 우세를 점쳤습니다. 이는 서구권 동맹국 내에서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 약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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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51%)을 비롯한 모든 조사 대상 동맹국에서 중국이 앞으로 세계의 지배적 국가가 될 것이라는 응답이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미국 내부의 인식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미국 응답자의 65%는 여전히 미국이 세계의 지배적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중국을 선택한 비율은 29%에 그쳤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동맹국들의 비교적 냉정한 평가와 미국 내부의 자신감 사이에 뚜렷한 인식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지정학적 위협 계층의 재편


여론조사는 각국 유권자들이 인지하는 안보 위협의 순위에도 지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전통적으로 평화의 수호자로 여겨졌던 미국이 이제는 세계 평화의 주요 위협 요소 중 하나로 부상했습니다.


국가별 평화에 대한 최대 위협 요소

유럽 국가들(영국, 프랑스, 독일)에서는 러시아가 여전히 최대 위협으로 꼽혔지만, 미국이 그 뒤를 이어 2위에 올랐으며, 이는 중국을 앞선 순위였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응답자들이 가장 자주 지목한 평화의 최대 위협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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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대한 공포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계속되어 온 영토 확장 의지와 반복되는 핵 위협에서 비롯됩니다. 특히 러시아는 2025년 한 해에만 5만 3천 대가 넘는 장거리 드론을 우크라이나의 민간 목표물에 투입하며 공격의 강도를 크게 높여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유럽 동맹국 시민들의 인식을 보면, 러시아의 위협만큼이나 미국의 ‘예측 불가능성’과 ‘거래적 외교’ 역시 실질적인 위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그린란드 인수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이나 NATO 회원국에 대해 GDP의 5%에 달하는 국방비 지출을 요구한 사례는, 동맹 관계의 근간이 되어야 할 ‘신뢰’를 ‘강요’로 대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4.

이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2026년 2월 6일부터 9일까지 실시된 이번 조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직후라는 매우 특수한 시점에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정권 교체’를 명분으로 이루어진 이 군사 행동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인도주의적 재난을 초래했고, 이러한 충격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전쟁의 직접적 여파와 대중의 피로감.


이란 전쟁 — 이란의 민간인들은 미국–이스라엘의 폭격과 이란 정권의 내부 억압 사이에서 사실상 퇴로를 찾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은 난민 수용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서구 시민들로 하여금 전쟁을 더 이상 먼 지역의 사건이 아니라 자국의 경제와 도덕적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 2026년 1월부터 2월 사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에서 127평방 마일의 영토를 추가로 확보하며 공세를 강화했습니다. NATO 사무총장 마르크 뤼터는 러시아군의 사상자가 월 3만 명을 넘어섰다고 경고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자국의 경제 자원을 전쟁에 동원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제적 낙인 —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트럼프 피자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던 카페가 트럼프의 젤렌스키 비난 이후 ‘놀란Nolan’으로 이름을 변경한 사례는, 전쟁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민간 차원의 브랜드 이미지와 경제 활동에까지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전쟁 상황은 폴리티코–퍼블릭 퍼스트 조사에서 나타난 ‘향후 5년 내 세계대전 발생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단순한 심리적 불안이 아니라, 현실적 데이터에 근거한 전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5.

마무리하며...


2026년 폴리티코–퍼블릭 퍼스트가 실시한 5개국 여론조사는 오늘날 서구 동맹 체제가 맞이하고 있는 가장 깊은 위기의 순간을 포착한 하나의 역사적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사에 나타난 수치들은 더 이상 단순한 ‘수사적 우려’의 표현이 아니라, 국제 질서의 근간이 실제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존적 경고’로 읽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에 이 요인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는지는 정확히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정세를 바라보면 하나의 중요한 맥락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트럼프의 노골적인 러시아 편향적 태도, 그리고 명확한 국제적 명분 없이 촉발된 이란 전쟁 이후 동맹국들에게 병력 파견을 요구하는 행태는 많은 국가들로 하여금 이것이 과연 동맹 관계의 모습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동맹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호 신뢰와 공동의 위험 분담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현재 나타나는 모습은 그러한 협력적 질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강대국이 주변 국가들에게 조공과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던 고대 제국적 질서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동맹이라기보다는 종속적 관계를 전제로 한 위계적 국제관계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 관찰자들은 트럼프의 세계 인식이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하고, 그 외 국가들은 사실상 그 영향권에 속한 주변부로 바라보는 시각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이 평가는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현재 국제사회에서 제기되는 비판적 시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해석 틀을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신뢰 상실과 중국의 부상 —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캐나다(57%)와 유럽 국가들의 시민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의 미국보다 중국을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예측 가능성을 상실한 미국 외교 정책이 낳은 필연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대전에 대한 상시적 공포 — 미국인 46%, 영국인 43%에 달하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세계대전 가능성을 사실상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핵무기 사용에 대한 공포 역시 대중의 의식 속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안보와 복지의 충돌 — 흥미로운 점은 전쟁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경제적 희생을 수반하는 국방비 증액에는 매우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앞으로 서구 정부들이 국방 전략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매우 강력한 국내 정치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영토 주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 — 그린란드 문제와 캐나다 합병론은 NATO와 EU 내부 결속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동시에 유럽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보다 독립적인 안보 경로를 모색하게 만드는 촉매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 보면, 2026년의 국제 사회는 더 이상 공통의 가치나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질서가 아닙니다. 각국은 이제 극도로 파편화된 국내 여론, 즉각적인 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언제 현실화될지 모르는 전쟁의 위협 사이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가 대외 정책을 결정하는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군사적 힘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파트너로부터 얻는 ‘신뢰’이며, 그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는 적대국보다 더 위험한 동맹 내부의 균열이 자리 잡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앞으로 서구권의 안보 지형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접근과 이에 대응하려는 유럽 및 캐나다의 ‘전략적 자율성’ 확보 노력 사이의 긴장 속에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바로 그 틈을 파고들어 중국은 서방 세계의 균열을 활용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서구 시민들의 인식 속에서 ‘덜 위험한 대안’으로 점차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2026년 3월 15일에 발표된 이 수치들은,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서방’이라는 단일한 정치·전략적 블록이 서서히 해체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1. 2026년 폴리티코–퍼블릭 퍼스트가 실시한 5개국 여론조사 결과

2. 위 여론조사와 관련한 다양한 언론의 분석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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