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 이승원의 저 『동맹이라는 거짓말』에 기반하여...
_ 이승원의 ‘동맹이라는 거짓말’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이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약 80년간 지속되어 온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는 현재 근본적인 전환 국면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 질서는 미국이라는 단일 패권국이 구축한 자유주의적 가치와 제도, 그리고 이를 지탱해 온 동맹 체제를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은 이러한 구조에 점진적인 균열을 가져왔으며, 이제는 단순한 균열을 넘어 ‘파열’의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대전환의 시점에서 이승원은 그의 책 『동맹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동맹의 의미를 재검토하도록 요구하며, 국제 정치가 다시금 힘과 이익 중심의 질서로 회귀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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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주제는 시사평론가 이승원의 시각을 중심으로 정리해 봅니다. 그이는 2002년 북한의 제2차 핵위기와 이라크 전쟁 등 현대 국제정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 사건들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 있는 관련분야 전문가입니다.
특히 워싱턴대학교 잭슨스쿨에서 수행한 북미 핵협상 관련 연구는 "Stanford Journal of East Asian Affairs"에 게재될 만큼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대학과 방송 등을 통해 꾸준히 국제정치 현장을 읽어왔던 듯합니다. 그런 그이가 읽고 해석해서 토해내는 분석결과가 어떤 것인지 살펴보며, 그 사고를 기반으로 상황을 정리해 봅니다.
1.
30년 단극 시대의 종말
1991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세계는 미국이 유일한 정점에 선 이른바 단극 체제의 시기를 경험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승원은 이러한 약 30년간의 평화가 사실상 ‘망각의 대가’ 위에 성립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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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극 체제 붕괴의 과정
단극 체제의 붕괴는 하나의 사건으로 설명될 수 있는 현상이 아니라, 장기간 축적된 구조적 모순의 결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이승원은 2000년대 이후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단계적으로 분석합니다.
첫째, 이라크 침공과 도덕적 리더십의 훼손입니다.
국제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이라크 전쟁은 미국이 주도해 온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약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입니다.
2008년의 경제적 붕괴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시장경제 모델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고, 동시에 서구권의 상대적 쇠퇴를 가속화하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셋째,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수정주의적 행보입니다.
중국은 경제력을 기반으로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행위자로 부상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통해 기존의 영토 및 주권 규범을 적극적으로 흔들었습니다.
넷째, 트럼프 현상의 등장입니다.
이승원은 이를 국제질서 붕괴의 원인으로 보기보다, 오히려 미국 내부에 누적된 피로감과 불만이 외부로 표출된 결과로 해석합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이는 중요한 결론을 제시합니다.
오늘날 세계는 더 이상 기존의 규범과 가치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패권국의 최고 권력자가 스스로 구축했던 질서를 해체하고, 협력보다 갈등을, 동맹보다 불안정한 공존을 선택하는 새로운 국제 정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2.
스트롱맨의 전성시대
국제정치학에서 현실주의Realism는 국가의 힘과 이익을 분석의 핵심 축으로 삼는 이론입니다. 이승원은 오늘날의 세계 정세를 스트롱맨들이 주도하는 ‘현실주의의 전성시대’로 규정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주요 리더들의 전략적 지향을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와 상업적 리얼리즘을 내세우며, 동맹을 비용의 문제로 환원하고 가치 공유를 거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시진핑은 전랑戰狼, 늑대 전사 외교 = 비판에 강하게 반박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 외교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하며,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해 전면적인 도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지정학적 복수주의와 혼돈 전략을 통해 유럽의 안보 질서를 무력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입니다.
이승원은 이러한 스트롱맨들의 등장을 단순한 정치적 우연이 아니라, 국제 체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트럼프의 재등장은 미국이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되며, 이는 동맹국들에게 ‘자력갱생의 시대’를 요구하는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민주주의와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가 국가 간 결속을 유지하는 접착제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그 자리를 노골적인 ‘명세서’와 ‘이익 계산서’가 대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3.
동맹이라는 거짓말
이승원의 핵심적인 통찰은, 우리가 오랫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동맹이 국가를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믿음이 실제로는 얼마나 취약한 전제인가를 해부하는 데 있습니다. 그이는 동맹이라는 개념에 덧씌워진 환상을 제거하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세 가지 냉혹한 현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첫째, 외교 정책의 사유화 문제입니다.
저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정책을 사례로 들며, 국가의 안보 결정이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지도자 개인이나 측근 집단의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예컨대, 특정 지도자의 정치적 목적과 시장에서의 이익 추구가 결합될 경우, 동맹국이 의존하는 전략적 결정조차 사적 탐욕의 산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둘째, 안보 제공의 역설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맹과 군사 기지는 외부 위협을 억제하는 방패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 사례를 통해,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적대 세력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는 ‘표적화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다시 말해, 동맹은 안전을 보장하는 장치가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는 전쟁의 위험을 끌어들이는 자석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이의 이란침공에 따라, 미군 기지가 위치한 걸프국가들이 공격받는 현실이 그 근거가 될 것입니다.)
셋째, 약탈적 동맹으로의 변질입니다.
최근 국제정치의 흐름 속에서 동맹은 더 이상 상호 호혜적 관계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방위비 분담 압박, 관세 정책, 산업 경쟁력 약화 등은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협력이 아니라, 패권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출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이 과정에서 동맹국은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고객 혹은 경쟁자로 취급됩니다.
결국 이승원은 동맹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이상적인 협력 구조가 아니라, 권력과 이익이 지배하는 현실 정치의 장치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4.
한반도의 상황
한반도는 지금 이 국제질서 재편의 최전선에 놓여 있습니다. 이승원은 그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북·중·러 삼각 공조의 실제 구조와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분석합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는 전략 자원과 무기 거래를 중심으로 재편되며,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과 맞물려 핵·미사일 기술 이전이라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전통적 혈맹이라는 수사 이면에서, 전략적 완충지대로서의 활용이라는 냉정한 국익 계산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미 공조라는 틀 속에서 연대하지만, 실제로는 이해관계를 제한적으로 공유하는 ‘불편한 동거’에 가깝습니다.
이승원은 이러한 북·러 밀착을 단순한 이념적 결속으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의 취약한 지점을 보완하는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형 동맹’으로 규정합니다. 러시아는 전쟁 수행을 위한 군수 자원이 필요하고,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 문제 해결, 그리고 위성 및 핵 기술 고도화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그이는 북한의 핵을 단순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리비아나 우크라이나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최후의 생존 장치’로 해석합니다. 이는 기존의 ‘선(先) 비핵화’ 접근이 더 이상 현실적 해법이 아님을 분명히 시사하는 대목일 것입니다.
5.
우리의 생존 전략
국제질서의 파열은 대한민국에 있어 단순한 위기가 아니라, 주도적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전환기의 맥락 속에서, 대한민국이 ‘지정학적 피해자’라는 오랜 인식을 넘어 ‘협상 테이블의 승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네 단계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전략적 모호성에서 전략적 자율성으로의 전환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외교는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유보하는 ‘전략적 모호성’에 기반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승원은 이를 수동적 대응으로 평가하며, 이제는 우리의 국익을 기준으로 주도권을 행사하는 ‘전략적 자율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사안별로 국익을 명확히 규정하고, 동맹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활용하는 능동적 외교를 의미합니다.
둘째, 산업 역량의 안보 자산화, 다시 말해 ‘한국을 원하게 하라’는 전략입니다.
대한민국이 보유한 첨단 산업 역량은 단순한 경제적 자산을 넘어 강력한 안보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을 장악함으로써 미·중 모두가 한국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실리콘 방패’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또한 K-방산과 조선 산업은 우방국과의 실질적 결속을 강화하는 전략적 도구가 됩니다. 나아가 북극항로와 같은 미래 지정학적 변화를 선제적으로 포착함으로써 경제적 이익과 외교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보해야 합니다.
셋째, 적극적 자주국방의 실현입니다.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갖는 위험성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국제정치는 언제든 변할 수 있으며, 동맹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따라서 한국은 ‘협력적 자주국방’을 넘어, 독자적인 억제력을 기반으로 한 ‘적극적 자주국방’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는 군사력의 양적 확대를 넘어, 전략적 억지력을 외교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넷째, 글로벌 파트너십의 다변화입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가 약화되고 다극 질서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브릭스와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들 국가에 대해 매력적인 경제·기술 파트너로 접근함으로써, 안보와 외교의 외연을 전략적으로 확장해야 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국제정치의 진실과 대면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양한 아티클과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포린폴리스 등의 다양한 기사 및 전문가 기고문을 접하고 분석했던 이승원이 그의 책 『동맹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동맹 만능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이는 동맹이라는 개념이 제공하는 심리적 안도감이,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림막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진정한 안보는 동맹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규칙을 정확히 읽고 그 속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창출할 때 비로소 확보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현실주의 정치가 재등장한 혼돈의 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강대국의 전략판 위에 놓인 수동적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이미 세계 10위권 경제력과 글로벌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춘 국가입니다. 정세현 전 장관과 김준형 의원이 이승원의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 이유 역시, 이러한 국력을 어떻게 활용하여 ‘대한민국의 시간’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 방안이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국제질서의 파열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입니다. 그러나 그 균열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과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동맹이라는 신화 너머에 존재하는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적 자율성을 향해 나아가는 국가만이 다가오는 다극화 시대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4년 2월, 제60회 뮌헨안보회의의 패널 토론 중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했던 말을 옮겨봅니다. 지금의 국제질서 파열의 상황에서 곱씹어 봐야 할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If you're not at the table in the international system, you're going to be on the menu."
(국제 체제에서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면, 당신은 메뉴판에 오르게 될 것이다.)
[참고서적]
1. 동맹이라는 거짓말 - 국제질서의 파열, 대한민국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승원 저, 멀리깊이, 202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