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서 정리

[1] 『행복의 기원』을 다시 읽고

2014년에 발간된 서은국 교수의 저서 (독서모임 준비를 겸해)

by KEN
2025년 첫 독서모임 참석을 위한 발제를 위해,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잡았다.
마음 먹고 자리에 앉아 대략 6시간 정도에 읽고, 내용 파악까지 마칠 수 있을만큼 잘 읽히는 책이다. 다만, 일부 각론에 있어서는 동의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 읽는 동안 '왜지?' 라는 의문으로 인해 주춤주춤하던 곳이 가끔씩 보였다.
가령 책의 전체 논리 전개가 이상하게 느껴졌던 부분을 살펴보면 이런 것들이다.
저자는 서문에 아래와 같이 쓰고 있다.


"이 책은 행복의 이성적인 면보다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면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2000년 전 행복에 대해 처음 토론한 사람들은 철학자였고, 이들은 행복을 하나의 관념 혹은 생각으로 취급했다. 이 생각의 기류는 지금의 서구 행복 연구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일면만을 부각했다고 생각한다." (서문)


저자 본인은 소위 '철학적 접근의 행복론'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주된 연구방법론이 결코 '철학'은 아님을 주장하고자 함이 글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고 읽힌다.
이와같은 생각을 더욱 명확히 하는데는 같은 서문에서 또 다른 문장으로 확인해 준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통상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행복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이라는 철학자들의 주장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모든 일상의 노력은 삶의 최종 이유인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한다. 매우 비과학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다." (서문)


철학적 접근법은 그의 주장에 의하면 "매우 비과학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라고, 그래서 그것은 '매우 낮은 수준의 것'이라는 저자의 인식에 기반한 평가로 보인다.
그런 저자의 인식은 이 책 전반에 기저를 이루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관점에서는 우주의 모든 것이 이유와 목적이 있어 보인다. 강물은 바다를 향해 가고, 봄비는 꽃을 피우기 위해 내리는 것 같다. 이처럼 세상만사를 어떤 원인이나 목적, 계획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관점을 철학에서는 ‘목적론(teleology)’이라고 한다. 자연의 그 어떤 것도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분명한 이유와 목적을 품고 있다는 생각목적론적 사고의 원조가 바로 아리스토텔레스다." (3장)


"우선 새로운 안경을 쓰고 행복을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익숙한 철학의 안경을 벗고, 진화론적인 렌즈로 행복(쾌감)의 본질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의 짧은 결론은, 행복은 사회적 동물에게 필요했던 생존 장치라는 것이다." (5장)


"자아 성취와 마찬가지로 행복에 대한 논의들은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오랫동안 철학자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행복의 정신적 교주로 일컬어지는 아리스토텔레스는, 정확히 말하면 행복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 아니었다." (9장)


저자의 글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저자는 철학적 접근법이 아닌 다른 방법론으로 '행복'이라는 주제에 접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장에서 저자 본인의 주제의식(혹은 접근법)을 분명하게 명기하고 있다.


"행복을 탐구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결정적 갈림길이 나타났다. 하나는 아리스토텔레스로 대변되는 철학에 바탕을 둔 전통적인 관점이고, 또 하나는 새롭게 개통된 진화론이라는 코스다." (3장)


"이 책에서는 ‘과학책 버전’의 행복을 찾아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에 새로운 옷을 입혀 봐야 할 것이다. 수천 년간 걸쳐 왔던 철학의 옷을 벗겨 내고, 좀 더 진화론적인 시각을 가지고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보자." (3장)


여기서 철학과 과학이 다루는 학문에 대한 접근법에 대해 아주 거칠게 살펴보자.


과학적 접근법은 우선 '그 작동 원리를 찾아 실험하고 검증하여 확인된 결과를 타인에게 공지하는 것'으로 실적을 인정받는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은 두 가지게 되겠다.

첫째. '재현 가능'해야 한다. 타인에 의해 내가 실험한 문제의 정의, 정보와 자료의 수집(관찰), 가설 수립 및 실험, 데이터 분석 및 결론 도출까지의 과정을 검증받아야만 결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둘째. 그 결과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최선의 결과'라는 점이다. 결코 '진리'는 될 수 없다. 또 다른 사람에 의해 실험적으로 확인된 다른 결론이 도출되었을때는 '언제든지 수긍하고 나의 주장을 접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이다.

따라서, 과학은 '어떻게(how to)'를 다루는 방법론이다. 이론 물리학이나 진화생물학의 일정부분 즉 실험적으로 확인 불가능한 것들의 경우에 있어서 무척 제한적으로 사고의 출발을 "왜 그럴까"하고 그 '왜(why)'를 생각하는 경우는 있으나, 과학을 통한 '그 어떤것을 밝히는 활동'의 궁극적 목적으로 왜 즉 why를 상정하는데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겠다.

'why'(왜)는 철학이나 신학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관점으로 이 책을 읽을 때, 무척 당혹스러운 지점이 있다.

왜냐하면, 이후에 전개되는 내용이 결국에는 '철학적 담론'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그렇게도 거부하고자 했던...

(위의 글에서 <'why'(왜)는 철학이나 신학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정의했던 점을 참고)

아래와 같은 논지를 펴는 곳이 그 근거다.
결국 저자의 접근법은 일정부분 철학적임은 부정하기 힘들다고 봐진다.


"여타 많은 책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가’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how’를 묻고 있다. 반면 이 책의 핵심 질문은 ‘why’다. 왜 인간은 행복이라는 경험을 할까? 또, 이 경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이 중요한 행복의 속성을 이해하기 전에 행복의 비결이나 기술을 찾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서문)


"사실 지금까지 심리학은 ‘왜(why)’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지 않았다. 많은 심리학 연구들은 ‘어떻게(how)’라는 질문에 걸맞은 해답을 제공했다. 어떻게 성격이 형성되는지, 입체감은 어떻게 지각하는지. 그러나 최근 심리학에 진화론적 관점이 확산되면서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여기저기서 던지기 시작했다." (4장)


저자의 이런식의 접근법은 사실 이 책을 읽고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데 무척 큰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가 하려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그가 그토록 거부하고자 했던 '철학적 접근법'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주장하고자 하는 총론에는 공감하는 바다.
즉, "타인의 시선에 연연해 하지 말고, 주관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라" 하는 것 말이다.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그 매 순간 순간을 정리한 내용이다.
참고가 되시기를 기대한다.




1.png
1.png
1.png
1.png
1.png
1.png
1.png
1.png
1.png



관련서적

<행복의 기원> 서은국 저, 2024, 21세기북스

keyword